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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즐기기/브란덴부르거문 말고도

베를린의 크리스마스시장 2011.


유럽의 겨울은 크리스마스를 빼고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11월 말이 되면 약간의 틈이있는 광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공간에는
번쩍거리는 알전구로 치장한 가게들이 섭니다.
특히 베를린은 최대 규모의 최다 크리스마스 시장이 서는데,
베를린에서 제일 큰 트리가 서는 부서진 교회옆 오이로파 광장에 서는 시장은
교회가 요즘 보수 중이라 트리도 없고,
너무나 많은 관광객들 덕에 현지인들에게는 그닥 큰 인기가 없습니다.

지지난 주에는 조카에게 크리스마스 시장 사진을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위해
샤를로텐부르그 성 앞의 시장을 찾았는데,
정말 말 그대로 X 떼 같이 몰려든 인파와 거기에 더불어 버스로 몰려드는 단체 관광객들까지 겹쳐,
사람들 사이에 휩쓸려 다니며 앞사람 등짝구경만 하느라 짜증이 나서 그냥  돌아와 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돌쇠가
"슈판다우의 시장은 좋대. "
라는 말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번에 병원 갈 때 슈판다우의 구청앞에서 버스를 갈아타는데,
시장이 제법 컸던것 같습니다.

슈판다우는 베를린의 서북쪽끝에 있는 지역.
지난 번에 성 구경갔던 쾨페닉과는 대각선으로 반대 지점에 위치하는 곳으로,
워낙에 서독지역 입니다. 
그런 구석탱이까지 버스로 몰려 올 관광객들은 없을테니, 
"노느니 땅 판다고  함  가볼까나..?" 라는 생각이 들어  길을 나섭니다. 
 비도 오고 완전 추웠지만,
동네 일본 분식집 가서 고로케 벤또 하나먹고 든든해진 배를 두둘기며 전철 타고 고고... 

했으나 전철 잘못타서 중간에 되돌아와 다시 가는 ... ㅋㅋ 

 여튼  도착.


시청 바로 앞에 커다란, 못생긴 초대형 호두까기 인형 하나 세워놓고 그 옆에는 관람차 돌아갑니다.
슈판다우는  전쟁 후에 영국 군이 있었던듯 합니다.
영국의 팝그룹중에 Spandau Ballet 이라는 그룹이있는데, 
 이곳의 지역명에서 따서 그룹명을 지었다는군요.  
그들은 스팬다우 라고 하지요 ㅋㅋ
음.. 우리나라 같으면..구파발 발레?? 은평구 발레...?


스판다우의 시청..? 구청은 1912년에  지었다고 합니다.
뭐, 별로 특색없는 관청건물.
우리 동네 구청이 훨씬 멋집니다.
시계탑위에 반짝이로 트리를  만들어 놓았군요.
이 추운날에 뚜껑도 없는 저런 관람차를 타는 분들은 무슨 마음일까요...?


크리스마스 전 마지막 일요일이라  주변의 백화점과 상점들도 문을 열었습니다.
말 그대로 대.목.
사람들이 많긴 합니다만, 시내보다는 확실히 적고,
이곳은 스판다우의 옛 집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
아늑한 크리스마스 시장 분위기 입니다. 


시내의 화려한 관광객용 크리스마스 시장보다 맘에 듭니다. 

자, 그럼 둘러 보아욧.




어이쿠... 둘러 보다보니 다리가 아프군요.
이런  유럽의 올드타운에는 시청 옆에 바로 교회가 있기 마련입니다.
들어가서 쉬어 봅시다.
이곳의 교회는 성 니콜라우스 교회로 14세기에 지어진 초기 고딕식 건물. 
아름답습니다.


이 동네의 화가가 그린 최후의 만찬도 있는데,사진을 리사이즈하다가 날려 먹었슴다. ㅜ.ㅜ


이 분은 12세기에 이름없는 작가가 만든  성모상으로 슈판다우의 성모로 유명하신 분입니다.
진품은 박물관에 계시고 이분은 짝퉁. ㅎㅎ
이날 밤에  교회에서 콘서트도 있다고는 했는데,
프로그램 보니 그닥 내키지 않아 패스.


교회 옆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도 있고


방문객들을 위한 모닥불도 있습니다.
분위기 좋습니다. ㅎㅎ
음악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가보니


앗. 베를린 경찰아저씨들의 브라스밴드가 연주를 해 주십니다.
캐롤을 연주하자 신이 난 어린이들이 앞으로 나와 춤을 추기도 합니다.

 


베를린 시내의 중심가들은 정말로 불을 대낮같이 밝혀놓고 떠들썩 합니다만,
너무 많아 뭐가 뭔지 알아볼 수 없는 장식보다는 이 정도가 딱 제맘에는 듭니다. 
3년 만에 이 계절에 베를린에 있는데,
그 동안에 크리스마스 시장이 너무 어지러워진것 같아 좀 서운한 맘이 있었습니다만, 
이곳을 봤으니 올 해도 됬습니다. 히히.

날도 추워지고 비도 다시 부슬부슬 오니
집으로 가야겠습니다. 

뜨거운 포도주도 좋아하지 않고, 소세지도 즐기지 않는 우리가
이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산 것은...

 

바로 이것!
카라멜 입힌 볶은 아몬드 입니다.
커피나의 아몬드버젼이라고나 할까요.
완전 달지만 한 번 시작하면 끊을 수 없는 그 맛!!!!
돌쇠는 한 봉다리만 사라는 나의 당부를 무시하고, 세 봉다리를 사놓고는
1유로 50센트를 절약 했다고 외칩니다.
나는 많이 샀다고 구박한 주제에
돌아오는 전철 안 에서 벌써 한봉지를  탈탈 털어 먹어버렸다지요.

이제 내일 23일이면 크리스마스 시장은 문을 닫습니다.
24일에 제일 시끄러운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곳은 그날 부터 가족들과 같이 조용한 명절을 보내는 것이지요.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를  Heilig Abend,성스러운밤 이라고 합니다.
거룩한 밤도 되겠슴다.  

독일 온 첫 해에 
멋도 모르고 24일날 크리스마스 시장 구경 나갔다가 텅 빈 광장에서 울음을 삼킨적이.. 켁..  

여튼. 시장에 가면,.
아무것도 안 사도 재미 있습니다. 정말. ^^



언젠가 포스팅한 부서진 교회 옆의 크리스마스 시장.
그 뒤에 포스팅한 샤를로텐 부르그 성 앞의 크리스마스 시장.
그리고 우리동네 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