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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1

마지막은 와인한잔.


엄니, 압지께서 마이센의 성을 구경하신 동안에
돌쇠와 나는 열라 언덕을 뛰어내려가 다시 마이센광장으로 갔다.

이유는.
지난번에 사지못한 와인잔을 사기위해서이다.
다른집은 모르겠지만,
우리아버지는 쇼핑하는것에 유난히 짜증을 내시고 화를 내셔서
내 돈내고 물건을 사도 눈치 보일때가 있어서 궁여지책으로. ㅋㅋㅋ 

여튼 샀다.


붉은포도주잔 2개, 흰포도주잔 2개, 겸용 작은 잔 2개.
세공은 기계로 한 것이지만 크리스탈이고,
( 마이센의 크리스탈은 유명하다.)
한 개에 7유로 정도였으니 
가격에 비하면 아름다운 물건이다.
기쁘다.


사서 다시 성까지 헉헉 올라오니 벌써 다 보고 나와계신다... 헉!
옆의 교회는 안보시겠다고 하시니,
그냥 광장으로 다시 내려와서
가게들 구경을 슬슬하다가
점심을 먹고 다음 목적지로 출발.

오늘 갈 곳은 바커바르트 성, Schloss Wackerbarth 이다.
이곳은 와이너리로
누가 지었냐면, 바커바르트 백작.ㅎㅎ

성이 지어진 것은 18세기.
그러니 당연히 바로크 양식의 작은 성이다. 
작센은 와인을 생산한지 800년이 넘는 지역이고,
마이센과 드레스덴을 잊는 엘베강가에는 수없이 많은 크고작은 와이너리가 있는데,
바커바르트 성은 그중 제일 큰 와이너리로,
작센주의 주립와이너리 되시겠다.


어제,
그러니까 고추장에 비빈 볶음밥과 라면을 드시고 엄니, 압지가 주무실 무렵,  
나는 호텔 쥔장언니에게
근처에 가 볼만한 와이너리를 추천해 달라고 하였고, 
쥔언니는 바커바르트성을 이야기 했다. 
그곳의 이름은 익히 들어봤지만
괜히 찾아갔다가 시시하면
힘든 노인네들 고생만 될것 같아
돌쇠를 일으켜세워 답사겸 미리 갔었는데,

와인도, 음식도, 분위기도 완전 훌륭해서 합격.
안심하고 으쓱으쓱 두분을 모시고 간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바로 옆이 와인을 판매하는 곳인데,
와인 외에도 초콜렛과 꿀, 등 작센의 고급한 특산물들을 많이 판다.

와인은 제일 싼것이 7유로 정도에서 비싼것은 ....*_* 까지 있지만
대체적으로 적당한 가격에 맛은 훌륭하다.


와인저장고로 내려가는 계단.
시음을 곁들인 와인저장고 투어를 할 수 있는데, 부모님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신다. 

싫다는데 억지로 시켜드릴수는 없으니. 흠..


산책이나 해보자.

이곳의 정원에서는 사시사철 음악회와 여러가지 행사가 열리며
여름에는 급기야 무도회까지 열린다.
작센의 주립 와인 아카데미가 바로 이곳이기도 하다. ^^ 


여름에는 포도따기 체험같은것도 할 수 있는 모양인데,
뭐, 자세히 알아보지는 않았다.


관심사는 대충.
음... 인터넷으로 이곳의 와인을 주문할 수 있는가...? 정도?? 히히

그래도 여전히 제법 좋은날씨에 이런  넓은 포도밭을 보는 것은 기분좋은일이다.


전날 먹은 음식이 좋아 이곳에서 점심을 하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많이 배고파 하셔서 마이센의 맛없는 식당에서 먹어버린게 조금 후회가...

식사하기에는 이르고 해서 차나 한잔 하러 식당에 들어갔다.
워낙 인기가 좋아 자리가 없을지도 모르니
식사를 하려면 예약을 하라는얘기를 전날 듣기는 했지만, 
시간이 애매해  상관없을 줄 알았는데,
음.. 자리가 없는듯 하다. 

다행히 전 날 우리를 서빙해 주었던 웨이터 옵빠가 자리를 만들어 준다. 
내가 전날  팁을 좀 마이 주긴 했다. 히히 
 

맛난 커피와 케익을 먹으면서
잠시 앉아 쉬고 다시 와인가게로 가서
와인을 좋아하는 동생에게 줄 선물과 우리가 앞으로 두고두고 일용할 와인을 샀다.
이 지방의 화이트와인은 정말로 모든 품종이 다 맛이 좋다.


이제는 모든 일정이 끝이났다.
집에 갈 일만 남았는데, 시간도 늦지 않으니 좋다. 

집까지는 세시간.
그리고 사흘 후에 엄마 아버지는 한국으로 돌아가셨다.


부모님의 이번 방문은 아버지의 칠순 기념 여행으로,
사실은 작년이었는데,
작년에는 엄마가 수술을 받으시느라  할수 없었다.

벼르고 벼른 유럽여행이신데, 
여행사에서 진행하는 유럽 6개국 12박 13일 짜리 투어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보실수 있을지 잘 모르겠기도 했고,
많이 힘드시기도 했을 듯 해서
마다하는 두 노인네를 억지로 두주일이나 우리집에 계시도록 했다.

덕분에 이래저래 나도 여행을 하기도 했는데,
한 5년전에 오셨을 때 보다 많이 힘들어 하시고,
많이 느려지신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안좋기도 했지만,
이번 작센여행이 상당히 맘에 드신듯 하니 
다행이다.

내가 봐도 훌륭한 4박 5일 여행이다. 히히
드레스덴 이틀을 빼고서도 포스팅을 여덟개나 하다니.흠...

언제 또 오실지 모르겠다.
동유럽을 보고싶다고 하시니, 
또 미리 답사해놔야겠다.
다시 오실 그 때는
좀 더 여유있고,
좀 더 편안하게 모시고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돌쇠.
 돈 벌어라.





히히...

 

 

 

마지막으로 유리창안의 허연 덩어리들은 품멜 Fummel 이라는 마이센의 공갈빵이다.

옛날에 옛날에 마이센 사람들은 도자기를 운반할 때
이 품멜을  운반상자 사이사이에 넣었는데, 
품멜은 요즘의 뽕뽕 비닐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상자를 열었을때 품멜이 망가져 있으면
귀중한 도자기도 박살이 났다는것을 알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도 마이센의 빵집에 가면 판다. 

맛은....???
음.. 직접 사서 먹어 보시라..
히히.



여행포스팅 끝내니 속이 다 시원하다.
앞으로는 시리즈물은 좀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