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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기

수프는 옳다. 토마토수프


냉장고의 지령은 아니고, 
얼마 전 냉장고에서 죽어가던 토마토를 구원하기 위한 음식이었다.
수퍼에서 식품을 살때 늘 적당량을 사려고 애쓰지만,
생활하는것은 한식 레시피가 아니기 때문에
적당량의 기준이 수시로 바뀐다. 
내 기준이어도 말이다. 히히. 

토마토도 그런 기준변화에 학대받는  식품중에 하나로,
수퍼에서 볼때는 왠지 저것을 먹으면 건강해질것 같고,
저것은 엄청나게 다양한 용도로 내 식탁을 풍성하게 해 줄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사 와서  야채칸에 넣어 놓으면
처음의 한 두알을 빼곤
좀 오래간다.

여튼 사놓은 토마토,
갈아먹기도 좀 찝찝할 만큼 물러져서
익혀먹으려고 다른 재료를 꾸무럭 꾸무럭 찾아보니,
작은 토마토홀 깡통이 하나 더 있고,
몇 가지 자질구레가 있다.
토마토 수프를 만들자.

양파를 많이 많이 썰어 볶는다. 
일단 냄비에 올리브유두르고 마늘 먼저 넣고 양파.
지글지글 양파가 땀이 나면  토마토를 넣는다.
나는 월계수잎 한장 넣고, 소금 후추로 간 본후에
불을 줄인 후 뚜껑 닫고 지글지글 상태로 최대한 오래둔다.
태우면 안된다.


한참 볶다보면 중국집 냄새가 난다. 히히.
정말이다.
아마도 양파와 마늘 때문일 것이다.

토마토 홀이 있으면 넣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조금 식힌 후에 도깨비 방망이로  들들들.


농도와 간을 맞추실 분은 다 간 후에  해도 되고,
이런 닝닝한 맛을 용서하실 수 없는 분은 토마토 케찹으로 간을 하셔도
내가 먹는것 아니니  상관없다.
고추를 넣으면 매콤해 진다. ..응?

그러나 수프만 먹으면 배가 빨리 꺼져서 자기 전에 힘들어 지는 수가 있으니..
냉동실에 먹다남은 뇨끼를 후라이팬에 굴린다.
국에 밥 말아 먹듯이 뇨끼 말아먹는것.
그냥 넣어 끓여 먹어도 되지만.
굴리면 좀 더 고소해진다.
뇨끼는 감자전분으로 만든 파스타로
감자수제비 맛을 생각하시면 되겠다.

                                                                                                                                              애벌레....냐???
다른 파스타류도 나쁘지 않고,
한 번은 라면국수 넣어서 먹어봤는데, 제법 나이스했다.
시리어슬리.... !

예전에 내 영혼의 닭고기 수픈지 뭔지 하는
약간 비린내 나는 제목의 (!) 책을 언니가 독일로 보내 준적이 있다.
그런 류의 감동 만땅 단편 실화집을 아주 싫어하는데,
언니는 제법 감동이 컸는지,
동생이 좀 더 착해지길 바랬는지. 여튼.
화장실에서 한 편씩 읽다가 누구를 준 것같은데, 
제목이 "내 영혼의  삼계탕"이었으면 좀 더 와 닿았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 제목이 주고자 했던 느낌은 알것 같다.
사실 따뜻한 국물이 고픈 배와 지친 마음에 주는 위안은 제법 크다.

그러고 보니...
내가 독일에서 제일,제일,제일  처음 먹었던 음식이..
프랑크푸르트 공항 매점의 굴라쉬 수프였다.
드럽게 맛이 없었는데,
그 따뜻한 느낌은 기억이 난다.

                                                                                       바실리코가 있음 좋았겠지만 없는것을 그리워 하지는 않는다.
                                                                                                                  모짜렐라 크게 썰어 아쉬움을 달래리라. ㅋ


근데,쓰다보니
이것은..
겨울에 올려야 마땅한 포스팅이 되어버렸다... 덴장....

이거  차게 먹어도 맛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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