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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1

할아버지의 가구

드레스덴.
기차타고  두시간.
먼 거리도 아닌데, 그동안 벼르기만 하고 가지 못했다.

                                                                                                                                    베를린과는 또다른 맛이 있다. ^^ 
   
가을에 부모님이 오시면 가려고 하지만,
부모님이 계시면 여러가지 보지 못하는 것이 많아진다.
미리가서  보고 부모님용 여행을 계획 하는것도 좋은 일일듯.. ^^

계획을 잡고 미리미리 호텔 예약하고,
유명한 셈퍼 오페라와 프라우엔 교회에서 하는 컨서트의 표도 예매했다.

시내는 깨끗하고
베를린과는 달리 유색 외국인이 무척 드물다.
심지어 중국식당 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대체로 베를린보다는 뚱뚱한 편이고
수다스럽다.
전철 안도 버스 안도 한국정도는 아니지만 수다떠는 사람들로 시끄럽다.
친절하고 호기심도 많다.

도착한 첫날은 시내를 슬렁슬렁 구경하고
선술집에서 맥주 마시고, 요즘 한창 철인 아스파라거스 먹었다.
 
                                                                                             바쯔케씨네 집에서 한 잔, 맥주공장 투어도 할 수 있다.

드레스덴 여행의 목적중에 하나는

왕들의 여름궁전인 필니츠 성 (Schloss Pillnitz) 에 있는
돌쇠 증조할배의 가구를 보는것.

                                                                                                               필니츠의 정원은 크지 않아 걸을만 하다.

돌쇠는 열살 때쯤 그 곳이 아직 동독일 때 가서 보았다고 한다.
동서독은 제한적이었지만 친지방문 및 여행이 가능했다.
그의 가족들은 드레스덴에서 더 동쪽으로 가서
체코와의 국경지방에 있는 Erzgebirge 라는 산악지방 출신으로
호두까기 인형의 원산지이다.

그의 집안은 5대 동안 목수였고,
20세기 초 까지 3층짜리 큰 공장을 소유할 만큼 커다란 가구회사였으나,
양차대전과 동서독 분단으로 다 잃고, 버리고 뿔뿔이 흩어졌다한다.

서독에 자리잡은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역시 제법 큰 공장을 설립해서 운영하셨고,
어머니 역시  목수집안 출신으로 시부모님의 결혼은
그 당시 두 가구회사의 합병... 이라고나 할까 뭐 그랬는데,
7,80년대에 IKEA 를 비롯한 저가 대량생산 가구들의 틈에서 버티지 못하시고
관둬 버리셨다.
시대의 흐름은 어쩔수 없는 것인가보다.

여담으로 이때부터 돌쇠의 IKEA를 향한 증오는 시작되어. ㅋ
언젠가 이케아에 뭔가 사러가면서 데려갔더니
정말로 식은땀을 흘리면서 불쾌해 하는것을 보고 어이없어 했던 기억이 있다.

여튼 기계에 더 관심이 많아 공대로 가버린 형님 대신
돌쇠가 목수 수업을 받기는 했는데,
도제수업 까지 받고 마이스터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지금 하는 일은 다른 일. 
그래도 우리집의 가구 중  대부분은 돌쇠랑 시아버지가 직접 만드신 것.

                                                                                                사이 좋은 노인네들을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
배가 찢어지도록 아침을 먹고
(호텔의 공짜 아침을 먹는 올바른 자세.)
시내에서 좀 떨어진 필니츠 궁전으로 나섰는데,
2번 전차를 타고 종점까지 가서 배를타고 강을 건너면 된다. 
종점 까지니 맘 편하게  시시덕 거리면서 가는데,
너무 오래간다 싶어 보니,
2번 전차가 어느덧 6번으로 변신했다.
이 무슨 괴변이냐.
요상한 전차의 변신과
친절하신 드레스덴 시민들의 제각각 충고로
우리는 같은 지점을 세번쯤 뱅뱅 돌고
결국 배를 포기하고 버스로 성 까지 ...
그래도 가는 길에 예쁜 풍경과  마을들을 보았으니 위로로 삼는다.

                                                                                                정원에는 꽃이 만발, 베를린의 정원들보다 화려하다. 

아름다운  강가의 성을 보고
그 안에 있는 보물들을 보다보니,

 

                                                                                                    배탔으면 강가의 장면을 봤을 텐데.....ㄴ장! ㅜ.ㅡ

 

앞서가던 돌쇠가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외친다.
여깄다!

1900년에  할배가 만드셔서 왕실에 납품하신  유겐트스틸의 가구 5점.
장식장 하나, 거울달린 소파 하나, 차탁 하나 ,의자 두개.

드레스덴의 모든 박물관은 사진을 찍을수 없어 
30분 넘게 걸려 안내 데스크에 물어, 큐레이터를 연결해서 특별히 허가를 받았다.

박물관내의 유일한 유겐트스틸 가구세트라서
큐레이터도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던 바.
마침 그녀가 우리가 간 날 아침에
남독일에 사는 먼 친척뻘 되는 분에게
증조할아버지에 대한 자료를 받았다며,
이것도 인연이고,우연이라며 기뻐한다.

대신 사진을 절대로, 어디에도 발표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한다.

                                                                         요만하게 잘라서 올린것은 괜찮지 않을랑가? ^^;;


여튼, 목적을 달성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보고,
200년전에 일본에서 온, 아직도 꽃이 피는 동백나무도 봤다.
이 동백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온실은 조립식으로
날이 추운 11월부터 5월까지  이 나무를 보호하고,
날이 더워 지고 꽃이 필 때가 되면 치운다고 한다.
감동적이다.
 
                                                                                       나무의 꼭대기까지 관리할 수 있게 되어있다.

사실 시멘트 광장 만든다고 늙은 은행나무 미련없이 뽑아 옆으로 옮겨놓고
시들시들하다고 링겔 팍팍 꽂아주는
동방의 선진국에서 온 나는  이런 오바질이 잘 이해가 안 간다는...켁... ㅡ.ㅜ


시내로 돌아와서
드레스덴을 다녀온 모든이들이 껍뻑 죽는 Kunsthof 에 갔다.
 
                                                                                                                            요런집도 있고

                                                                                                                        요런집도 있다. ^^

                                                                                                                 그리고  땅층은 이런 가게들과 카페들.

이 동네는 자유롭고,아름답고, 값이 싼 음식점이 많고.... 어쩌고 저쩌고 하던데,
그냥 베를린의 Mitte 지역같다.
길 거리의 개똥 까지.... ㅎ
음식점도 가격이 싼것은 아니지만,
베트남식당을 발견해서 쌀국수 한 그릇 먹었다.
역시 외식의 가격대비 성능은 베를린이 최고다. 

이제는 호텔로 돌아가서 옷 갈아입고
좀 쉰 후에 셈퍼 오페라에 가서 공연을 봐야 한다.

셈퍼 오페라에서 본 Jack Dejohnette 의 공연은 다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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