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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기

고구마 구출작전.


어느날 어느날.
할 일 없이 넷질을 하던 중
한인 수퍼마켓사이트를 무심코 들어갔다.

앗.
한국 무우를 판다.
앗,
열무도 판다.
앗!!!!!!!!!!!!!!
고구마도 있다.

왠지 다 사야 할것 같다.

배송비 4유로를 아끼기 위해 50유로를 채우려니 좀 힘들긴 하지만,
한두번 하는 일도 아니고,
간장,오뎅,만두등등을 찍어 붙여서 귀신같이 맞췄다.
고구마는 대담하게 3키로나.. 히히
총액은
50유로 11센트. ㅋㅋ

며칠 뒤.
늠름한 택배아저씨가 23킬로되는 소포를  번쩍들고 올려다 주신것은 좋았는데,

아놔....
손질하는것이 진저리가 나서
두번다시 열무김치는 안 해 먹겠다고 
몇 년전에 굳게 결심했던 것을 까먹었었다.

엉엉 울며 열무 다듬고,
중얼중얼 욕을 하면서 마늘 까고,
대충 이리치덕 저리치덕해서 다 만든 후 
고구마를 먹으려고 포장을 풀어보니,
이런 덴장.
오래된 넘들이다.

가게 선반에서 한달은 넘게 계신듯 한데,
그 가게 인간들, 수습 한 번 해 보시겠다고
바득바득 씻어 넣었다.
뿌리야채에 물 닿으면 썩는것은 금새라
마루에 널어놓고 말리니
저녁에 퇴근한 돌쇠가..

"우리 집에 왕쥐 있나봐!  X을 여기저기 열라 싸 놨어!! "


여튼 기대에 부풀어 오븐에 구웠으나.
별로다.
밤고구마도 아니고 기냥 물고구만데,
그나마도 썩고 벌레먹은 자리 투성이다.

며칠이 지난 어제,
말려서 신문지에 싸놓은 고구마를 보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너기 직전이다.

언넝 먹어야겠다 싶어 또 구웠는데,
더럽게 맛이 없다.
오븐 전기비가 아까울 지경이다.
버리자니 너무 아까워 마구 고민을 하다가.
수프로 변신시켜보기로 했다.
 

                                                                                                  수프위의 수묵화는 호박씨기름으로 그린것임. 히히

양파와 마늘을 볶는다.
당근이 있길래 넣었다.
빨강고추가 있어서 그것도 한 개 넣었다.
고구마를 넣고 생크림 좍 부은후 우유를 넣으려고 하니 우유가 없다.
우유 없으면 두유 넣는다. 히히
끓이다가 도깨비방망이로 들들 갈아준다.
간은 각자 알아서..

먹는다.
 
맛이 좋았다.
매콤달콤
역시 겨울에는 후루룩 후루룩..

남은 고구마 두개도 그냥 수프 끓여 먹어야겠다.
그 수퍼에 항의메일을 쓰까 하다가..
그냥 말았다.

이 글을 보고 혹자는 고구마가지고 뭘 그리 궁상이냐..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곳에서 고구마는  레어아이템.
사치품에 속하는 식품. 흑흑...

아..  밤고구마를  먹고싶다.
그날 만든 열무김치랑 먹으면 죽일텐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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