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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1

마음을 담아 만드는 인형

그 언젠가. ㅋㅋ 
돌쇠와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그 인간의 짐에 지쳐가고 있는데,
어느 상자를 열어보니 나무인형들이 나왔다.
평소 팬시상품류나 인형들에
일원어치의 관심도 안 가지는 나를 아는 돌쇠,
긴장하며 빨리 치우겠다고 하는데,

"잠깐..
 이거 이쁘다. 
 더 없냐..? "

내맘을 움직인 그분들이 바로 에르쯔지방의 나무인형들이시다.


                                                        1984년에 출간된 에르쯔지방의 나무장난감. 이들의 역사와 모양이 잘 설명되어있다.

에르쯔지방은 체코국경의 산악지역. 
작센알프스라고 불리는 곳과 이어져있다.
이 지방의 상징은 광부와 나무..라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몇 백년전 서부터 이 지방의 은과 호박을 비롯한 각종 광물들은 작센공국이 부를 이루는데 큰 몫을 하였고,
풍부한 나무들은 많은 가정들이 목공업, 목수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겨울이 되면 광산이고 목수업이고 일거리가 없는데다가 
눈이라도 펑펑 오면

산세가 깊고 지대가 높으니 꼼짝달싹 못 한다.
땅에 뭍힌 광물이라는것은
원래 파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
점점 일거리가 없어지고 가난해진 그들을 구원해 준것이
원래는 겨울이나 일과 후의 소일거리로 시작했지만,
호구지책이자 본업이 되어버린
바로 이 나무장난감들이다. 

하나하나 손으로 선반을 돌려 몸통을 만들고
얼굴표정과 디테일을 손으로 그리고 붙이니 
각각의 가정과 공방에서 나온 인형들이 각자의 특성과 개성을 가지게 되었다.
아무리 작은 인형들이라도 다 세상에는 하나 밖에 없는 것이다. 
만들기 시작한 역사는 1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니,
하찮은 장난감이라고 치울수만은 없는 전통이다. 

이 귀여운 인형들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하는데,
특히 크리스마스 시장에선 빠질수 없다.

오늘 방문한 헤니히 아저씨네도 그런 인형을 만드는 공장이다.

                                                                                            들어가는 입구의 간판에 대표선수들을 진열 해 놓으셨다

헤니히 공방의 주력종목들은 독일의 각종 직업군,
역사의 인물들, 동화주인공들 무척 다양하다. 

원래 이 공장을 소유한 카덴 집안은 학교에 필요한 가구등을 만드는 소목수였는데, 
1952년에 귄터 헤니히 아저씨가
카덴집안의 아니타 아줌마와 결혼을 하시면서 인형을 만드시기 시작하셨단다. 

아니타 아줌마는 돌쇠의 엄마와 초딩 때부텀 친구이시다. 
사춘기 시절에는비록 전쟁이 막 끝난 후였어도 제법 소녀들만의 추억이 많으셨단다.
돌쇠 엄마의 집은 언덕 아래에 자리하고 있어 
방과 후  서로 창문으로 멀리 보면서
손수건으로 이런저런 암호를 주고 받으셨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아저씨도 물론 돌쇠 압지와 친구셔서
네분이서 제법 친하게 지내셨다고 한다.

그러나 동서독이 갈리고,
돌쇠의 집안은 공장과 사업의 규모가 크다보니
그 곳에서 좀 더 어려움이 많으셔서
대부분이 서독으로 건너왔고,
헤니히 아저씨네는 고향에 남는 길을 택했다. 

그렇게 청춘을 같이 보낸 친구들은
동서로 갈리면서 서로 보기 힘든 처지가 되었지만, 
동서독은 서신교환과 왕래가 제한적이었지만 가능해서, 
서로 크리스마스 때마다 선물을 주고 받으셨다고 한다. 

지금이야 아무런 제한없이 왕래가 가능해도 
세월이 흘러 이제는 돌쇠의 엄마도 아버지도 안 계시다. 

헤니히 아저씨네도 벌써 여든 둘이시고 건강도 안 좋으셔서 
이미 은퇴하시고,
공장은 아들이 물려 받았다. 
아드님은 예전부터 있던 인기상품 외에도 
초콜렛 소녀라던지 성경속의 등장인물 들이라던지 하는 신상품의 개발에도 아주 열심. 
덕분에 헤니히 상표를 달고 있는 인형들은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일일히 손으로 만드는 상품의 특성때문에 인형들의 얼굴이 바뀌는 가게도 많은데
주제별로 하나 하나 사서 모을 수 있는 이 인형들의 특성 상
어느 순간 인형의 얼굴이 바뀌는것은 좀 별로다.
그런 이유로 헤니히가게의 인형들은 얼굴이 바뀌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한다고 한다.
우리가 그곳에 갔을 때는 이미 10월이어서 크리스마스 주문물량이 밀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


다섯 언니들이 각자 인형들의 얼굴을 그리고 머리를 붙이고 계신다.
아직은 괜찮지만 곧 눈이 쌓이면... 켁. 
직업특성상의 이유도 있겠지만.. 
언니들.. 운동도 좀 하시면서 일 하세요..
 


구경해 보자.
왼족부터 작센의 아우구스투스왕과 공작부인, 초콜렛 아가씨.
그리고 그 위에 지팡이를 들고 계신분은 히포크라테스이시다. ㅋㅋ
구텐베르그도 보이고 교황도 보인다.
보다보면 절로 히히거리며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들 아닌가.!


곧 홍해를 가르실 모세님과 아직 수염과 머리가 없으신 수백의 클론들!!
 

아직은 몸통 밖에 없는 수 많은 쌍동이 빨간두건양들도 있다.


완성품들은 이렇게 갯수 맞춰 계란판위에 누워계신다. ㅎㅎ
계란판은 계란 만을 위해 존재하는것이 아니더라고..


크기와 주제별로 진열되어 있기도 하고


초를 켜면 열기로 날개가 뱅글뱅글 돌아가는 피라밋도 있다.
이것의 엄청 큰 버젼은  독일 크리스마스 시장에선 빠질수 없는 아이템.


창문 위의 담배피는 아저씨들은 아주 오래된 것들로
주변의 다른 공방에서 만든 것들이다.
이들은 서로 크리스마스나 특별한 날 자신들이 만든것들을 선물하거나 교환하기도 한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에 아버지 친구분 중에 한 분이
저 담배피는 인형을 선물로 준 적이 있다.
저 할아버지의 파이프에 같이 들어있는 담배 모양의 향에 불을 붙이는 것인데,
어디 출신인지도 모르는채 골초영감이라며 좋아했었다.
이렇게 많은 세월이 지나,
이렇게 먼 곳에 왔더니
저들의 고향이다.

공산당 시절,
헤니히 공장은 공산당의 공동생산조합.. 같은것에 속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들이 생산하는 인형들의 품질을 지키기 위해서 였다는데,
덕분에 불이익을 많이 당해서
당 차원에서 내려오는 큰 주문 같은것은 늘 뒷전으로 밀려나고,
당의 차별도 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덕분에 자신의 개성을 지킬 수 있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헤니히 인형만의 개성이 인기를 끌어
통일까지 버텨낼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 얘기를 듣다보면...
음.. 독일 공산당은 제법 널널했던것 같다.
아오지 탄광 같은 것도 없었던 듯 하고. 히히

귄터 아저씨와 아니타 아줌마를 언제 또 만날지 모르겠다.
곧 다시 오겠다고 했지만, 흠.
그래도  친구들의 아들과  잘 알지도 못하는 먼 동양의 나라에서 온 나와
우리 엄니,압지를 반갑게 맞아주어 고맙다.

음. 여담이지만..
엄마랑 내가 인형을 몇개 샀는데,
그 아들분..
십원도 안깎고 소매가로 다 받으셔서 좀 깜놀.
내가 정서가 달라 그런가 싶어 나중에 얘기하니 돌쇠도 사실은 깜놀.
쳇.
담엔 안사.

                                                                                                       가운데 초콜렛 소녀들은 이번에 합류하심. 히히
                                                               나머지는 예전에 헤니히 아줌마,아저씨가  옛날에 돌쇠네로 보내주신  것들이다.
                                                                           저 상자 안에 들어있는 방이  에르쯔지방의 인형공장을 묘사한 것인데,
                                                                                                  어떤 식으로 가내수공업이 이루어졌는지 알수 있다. 

 

여튼...
사진도 찍고, 인사하고,
주변에 있는 완전 원조 호두까기인형 공방 가는 길을 지도에 표시한 후 길을 떠난다.

쓰다보니 생각났는데,
내일 사진 현상해서 보내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