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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Mill & The Cross


여행기 잠깐 쉬고 다른 데로 빠져서... 

정말 오만년만에 극장에 갔다.
간만에 호젓하니 혼자 극장 맨 앞줄에 앉아
명화일지도 모르는 작품을 감상하려고 하니.
뒷자리에 왠 인간이 땅콩같은걸 들고와 바스락거리면서 아드득,아드득 먹는다.
째림 신공 2회만에 소음을 잠재우고.
몰입....
간만에 쓰는 영화 이야기.
The Mill & The Cross
한국제목은 풍차와 십자가 정도 되려나??

                                                                                                 www.themillandthecross.com
옛날 옛적에 우리나라의 모 티비에서 방영되어
나를 비롯한 전국 어린이의 눈물을 쪽 뺐던 애니메이션 중에
프란다스의 개라는 작품이 있는데,
이제는 그 프란다스 라는 지명이
사실은 플랜더스 또는 플랑드르라는
네덜란드와 북부 벨기에를 이르는 지명이라는 것을 아시는 분들이 제법 많은것으로 안다.^^

이 플랑드르지방은  중세 이후의 유럽 미술사를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파와 양분했다고 할 만큼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이유는?
당연히 훌륭한 화가들이 많았기 때문.
근데,16세기에는 그닥 많은 인재들이 없었다.
그중 독야청청, 군계일학이 계시니 바로
피터 브뤼겔, Pieter Bruegel.

우연히 브뤼겔의 걸작
"십자가를 지고가는 그리스도" 라는
그림을 주제로한 영화가 상영중 이라는것을 알고
비바람 몰아치는 베를린 거리로 나섰다.
이렇게 말 하지만 비장한 듯 해도
집 에서 걸어서 10분이면 가는 소극장에서 하니 갔지 아니면...

감독의 이름은 레흐 마옙스키. Lech Majewski
유명하신 분이라지만 난 모른다.
그러나.
배우가 나의 우상 룻거 하우어.Rutger Hauer

블레이드런너에서 죽어가던 로이를 연기한 그를 본 사람들이라면..!!
원조 달타냥 마이클 요크.Michael York.
그리고 여신 샤를로트 램플링.
Charlotte Rampling

                                                                                                                       www.themillandthecross.com

1564년의 안트베르펜.

플랑드르지방은 종교개혁 이후 칼뱅의 영향을 받은 신교도 지역이지만,
스페인의 왕을 겹하는 칼5세  지배를 받게되어
포악한 스페인 군인들과 종교재판관의 탄압을 받는 중.

소도시의 의식있는 시민들과 관리들, 부자들은 스페인군인들의 악행에 분노하지만,
그들의 종교탄압은 끝이 날줄 모른다.
이런 와중에 브뤼겔은 자신의 후원자 용겔리크 Nicolas Jonghelinck 의 주문으로
"십자가를 지고가는 예수"를 그리게 된다. 

브뤼겔은 사실 풍속화나 서민들의 생활을 처음으로 그리기 시작한 화가로  
주변의 일상이나 이웃들의 모습들, 민화들을 많이 그린 화가이다.
혹자는 최초의 민중미술 화가라고 하지만.
음.. 난 그건 잘 모르겠고,..

여튼
브뤼겔은 기존에 있어왔던 예수가 주인공이고,
신이 하늘에서 나타나고 천사들이 나팔부시는,
축복과 은혜가 완전 넘치는 그림이 아닌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싶어한다.

                                                                                                                                  www.themillandthecross.com영화는 일단. 
오프닝이 올라가면  한 15분정도를  
사람들의 모습만 보여준다. 
그런데. 그 장면들이 마치
브뤼겔의 그림 속 사람들이 움직이는 듯 하다. 
색깔이며 조명, 등장인물들의 분장이 
그의 여러 그림 속 등장인물들과 요소들, 풍경들과 똑같다.  
그냥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맘으로 보면 되겠다.
시장이 서는 마을의 들판 언덕은 예수가 못박힐 갈보리 언덕이 되고,
그림 속에 등장할 마을 사람들과 군인들 상인,
그리고 십자가를 짊어지고 갈 예수의 어머니가 등장하면서
그림을 만들어 갈  이야기들이 하나씩 둘씩 생겨난다.
그리고 저 멀리 인간들을 굽어보는 자리에
끝없이 돌아가는 풍차가 있다.


주제가 되는 그림을 보면,
브뤼겔의 세계에서는 종교와 일상은 이미 합체된듯,
예수가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는 엄청난 일도 
이 커다란 그림에서는 그다지 자세하게 묘사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예수의 모습이 그림의 중심에 자리한다는것.
예수의 모습을 중심으로 거미줄 처럼 인간들의 인생이 펼쳐지고,
도시와 초원이 보이고, 푸른 삶의 숲과 검은 죽음의  벌판이 보인다.
그리고 저 멀리에 있는 언덕위에는
신을 대신하는 상징으로
수확한 밀을 갈아서 인간들에게 생명의 빵을 만들수 있게하는  풍차가 있다.

그 시절의 종교개혁가들은 극단적인 면이 있어서
이 전에 제작된 종교적인 보물들이나 성상,그림등을 우상이라고 파괴하는 짓들을 제법 한듯하다. 
그러다보니 카톨릭인 스페인왕의 노여움을 더 사기도 했는데,
브뤼겔이 그런것을 피하려고 구름을 가르고 나타나는 신 대신 풍차를 그렸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어쨌든 16세기이니 이미 르네상스가 한창 무르익은 인문주의의 시대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인간의 의식이 깨어나는  르네상스라고 해도
대부분의 인간들은 예수의 죽음이라는
역사를 바꿔 버릴 엄청난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것은 깨닫지 못하고
눈앞의 일에만 급급해 한다.
단지 저 세상과 동 떨어진듯한 마리아와 그주변의 사람들만이
어리석은 인간들을 안타까워하고 예수의 운명을  비통해 할뿐.

뭐, 지금이라고 별반  다르지도 않은 일이니.
역시 사람들의 의식이랄까  뭐.. 그런것은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을 자꾸만 깨닫는요즘이다.. 흠.. 

                                                                                                                      www.themillandthecross.com
다시 영화이야기로 돌아가면,
한마디로 영화는 지루하다.
브뤼겔의 그림속에서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듯한 효과는 놀랍지만,
그것도 30분 이상 보고 있으면
저메키스의  "누가 로저래빗을 모함했나..?"하는 영화의
엄청 고급버젼을 보고 있는 생각이 들어 좀 시시해지기조차 한다.
감독의 의도는 대충 알겠으나 욕심이 과했다. 
악!! 소리가나올 만큼 여러 훌륭한 장면도 물론 많았지만.
명화의 감동을 과도한 CG 에 의존한 것은 좀..
게다가 마지막에 이 그림이  빈 미술관에 걸려있는 장면을
롱테이크로 보여주시는것은...-_-;; ?

집에 와서 검색해 보니  감독님이 폴란드 분이신데..
음... 역시 나랑은 정서가 좀 안 맞는다. 
그래도 그에게 감사한 점.
다시 한 번 브뤼겔의 그림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다는 것.
역시 거장의 그림은 자세히 뜯어볼 수록 감탄하게 된다.

                                                                                                                     www.themillandthecross.com

이 영화가 땡기시는 이웃분들.
왠만하면 혼자.
극장에서 꼭 보시라..
집에서 보다가는 잠이 들거나, 스킵을 하는 경우가 있겠다. ^^
누구를 억지로 데려갔다간 밥을 사줘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브뤼겔의그림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은
검색을 통해서라도 그의 작업을 몇 개라도 보고 가시길.
영화의 인물들과 풍경을 브뤼겔의 작품 속 색채와 모습 그대로 재현하기위해 
영화팀들이 얼마나 애를 썼는지 알 수 있다.

여튼 볼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으니..
브뤼겔의 그림을 좋아하시는 분은 ...^^ 

사진과 나의 설명이 화면을 못 따라가는관계로  트레일러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