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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1

호두까기 인형의 고향.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시즌만 되면 온 사방에서 호두까기 인형을 상연한다.
각종 발레단에 뮤지컬에 연극까지 동네방네 호두만 까다 볼짱 다보는 지경인데,
역시 하나가 된다 싶으면 확 몰리는 그런 성향이 좀.. 

 어쨌든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추어 포스팅하려 했으나,
 이리저리 다른 거 하다가 이제 하게 된 호두까기 인형 이야기,
 바로 지난 번 헤니히 아저씨네 다녀온 이후의 여행 이야기 되시겠다. 


우리 집에는 아주 오래된 호두까기 인형이 하나 있는데, 
오랜세월  이런 저런 일을 겪으시다보니, 코도 깨지고  수염도 꺼슬꺼슬 하시다.
그래도 그 분이 내게는 제일 이쁜 호두까기 인형이라...
조카에게 비슷한  분을 하나 선물하고 싶어도,
이 분에게 눈이 익숙해 놓으니,
베를린에서 보는 다른 인형들은 좀 뭔가 모자란 듯, 그닥 눈에 들어오질 않던차에  
마침 이 근처로 여행을 오게되어 원조 중에 원조를 찾아가려고 맘 먹고 있던 중이다.

헤니히 아저씨네 동네는 도이치노이도르프( Deutschneudorf )이고,
그 근방에서 제일 크다고 할 수 있는 도시는 자이펜 (Seiffen) 인데,
자이펜으로 가는 국도의 허허벌판 한 가운데 댕그러니 서 있는  집 한채.
바로 퓌히트너 (Fuechtner)아저씨네 호두까기 인형 공장이다.
헤니히 아저씨가 지도에 표시 안 해줬으면 못 찾았다.

지금 공장을 지키고 있는 아저씨는 폴커 퓌히트너 아저씨.
자그마치 6대 째 호두까기 인형을 지키시는 장인 이시다.

                                                                                                      왼쪽의 젤 큰 사진이 3대째의 빌헬름 할아버지. 
 
이 집안의 인형만들기 역사는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시 주변의 다른 이웃들 처럼 목수였던 고트헬프 프리드리히 퓌히트너 는
겨울이 되어 일이 없어지자 주렁주렁 달린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이런저런 목각인형을 만들게 되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호두까기 인형.
1809년 고트헬프 할아버지는 드레스덴의 시장에서 자신이 만든 호두까기 인형을 팔기 시작했고,
곧 인기를 끌게 되어 E. T. A. Hoffmann 1816년에 베를린에서 발표한
동화 호두까기와 쥐 왕...(!)( Nußknacker und Mausekönig) 에 일약 주인공으로 등장 하시니
이 동화가 바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원전 되시겠다. 
그래도 19세기 당시에는 또 다른 호프만이신 Heinrich Hoffmann이 쓴
"호두까기 대왕과 불쌍한 라인홀트"( König Nußknacker und der arme Reinhold) 라는 동화가 더 유명했던듯 하다.

                                                                                                     호두까기 대왕과 불쌍한 라인홀트 이야기의 삽화.

그러나 이 때 까지는 지금과는 인형의 모양이 좀달랐던 듯,
폴커아저씨 말로는 지금의 호두까기 인형의 모습이 만들어진 것은 1870년 정도로
3대 째인 빌헬름 아저씨의 작품이라고 하시는데,
이 분이 지금까지 내려오는 호두까기 인형의 원형을 만들어 내신 분이시다.
인형마다, 공방마다 약간 씩의 변형은 있지만,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는다.
챠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은 1890년 인가에 만들어졌으니,
그는 지금 호두까기 인형의 모습을 상상하며 발레곡을 쓴 것이겠다.

                                                                         사냥꾼 , 광부,근위병,경찰 그리고 저쪽에 계시는분들이 왕님 호두까기.
                                                                                            퓌히트너 공방의 생산제품들 이시다. 물론 더 다양하다.


호두까기 인형을 만들어 내는 공방은 퓌히트너 말고도 전 독일, 전 세계에 있고,
이런 제품들은 워낙 소규모로 수공예제작되는 것이므로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고,
그러다 보니 저작권 같은 것에서는 좀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독일의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조잡하게 대량생산한
중국제 에르쯔목각 인형들과 호두까기 인형을 파는것을 보고는
좀 많이 화가 났는데,
올 해는 안 보이는듯 해서 다행이다.

퓌히트너 아저씨도 헤니히 아저씨네와 마찬가지로
공산당의 조합에 참가하지 않아 오랜 세월 어려움이 많았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전세계에 열성팬이 있는 명품중에 명품.
좋고 아름다운 것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법이다.
언젠가 보니 강남의 모 백화점도 이 분을 이용해  크리스마스 장식을 했더라고..


지금 이 테이블에 놓여 있는 여섯개의 호두까기 인형은
지난 3월의 쓰나미에 망가진 것을 보수해 달라고 일본에서 부터 보내져온 것이라고 한다. 
음. 나같으면 그냥 버렸거나 잊어버렸을지도 몰랐겠다는 생각을 해 보니,
자신의 물건을 소중히 생각해 고쳐 달라고 여기까지 보내는 사람이나, 
그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정성껏 고쳐 주는 사람이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는 호두까기 인형 외에도,
담배피는 아저씨들과
천사 언니와 광부 아저씨를 만드는데 이들은  촛대의 역할을 한다.
요즘은 시대를 따라 가느라 초 대신 전구를 끼워 넣은 인형을 만드는데,
음.. 역시 맛은 좀 덜한것 같다.
물론 진짜 초를 끼우는 인형도 아직 생산중.


이 주변에서 나는 떡갈나무, 자작나무, 보리수나무등을 재료로 하여 몸통을 만들고
하나하나 손으로 칠 하는 것은 다른 공방과 다름이 없다.
공장 안은 칠냄새와 나무냄새로 가득하다.
쉬운 일이 아닌것이다.

심사숙고 끝에 초록색 옷을 입고 왕관을 쓴 호두까기 인형을 조카의 선물로 샀다.
보통크기인 35cm 정도의 인형이 50유로 정도 이다. 
원하면 근사한 나무상자에 넣어 주신다는데, 들고가실 엄니 압지를 생각해서
종이 상자에  모셨다.
이런 아름다운 것들을 아직도 만들어 주시는 아저씨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무럭무럭.
건강하세욧.

자 우리는 이제 근처의 도시 자이펜 Seiffen으로 간다.
그곳을 왜 가냐 하면...... 음...

다음에 쓸테니 보시라... 히히


디즈니 따위 발꼬락으로 눌러버리는 동화의 나라가 거기 있다.

 

 

우리집에 계신 분들인데,
천사 언니는 촛대하나 잃어버리시고,
광부아저씨는 촛대 하나, 신발 한 짝, 그리고 중요한 부위의 의복을...켁...
호두까기 왕님은 코가 깨져서 잘못 붙이는 바람에 수염마저 비뚤어 졌으니.
닥터 퓌히트너에게 보내드려서 치료를 받게 해 드려야겠다. 
음... 언제 또 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