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에 오네긴의 오페라를 보고 싶었는데,
여행 전이라 조금 긴축하기도 했고,
느닷없이 할 일이 생겨 마음도 바빠서 그냥 포기했었다.
사실
챠이콥스키의 오페라라서 포기하기가 더 쉬웠을지도.

그런데, 지난주에 돌아와서
우연히 Staatsoper의 홈피를 뒤적거리다 보니,
Rolando Villazon이 출연하는 사랑의 묘약이 아직 표가 남았다.
좌석을 살펴보니, 
뒷쪽 열 가운데 한 자리가 딱 있다. 
지금  Staatsoper가 임시거주하는 쉴러 테아터는 크지않아  볼만하다. 

이번 시즌 Staatsoper의 3대 하이라이트는
Villazon이 나오는  사랑의 묘약.
Anna Netrebko가나오는 돈 지오바니.
그리고 플라시도 도밍고가 나오는 시몬 보카네그라.
이미 다 매진이어서 기대도 안 했던 터이다.
그러던 중 한 자리가 있으니,
돌쇠 버리고 혼자 간다.


사랑의 묘약은 도니제티의 오페라로, 
내용은 
이탈리아의 한 마을에 완전 순진한 네모리노라는 청년이 있는데,
그마을의 부잣집 딸 아디나를 열라 사모하는 중.
아디나는 네모리노가 자신을 사랑하는 줄 알면서 밀당하는 중이고,
그 사이에 아님 말고형의 마초 군인 벨코레가 나타나
아디나에게 결혼하자고하니 순진하고 가난한 네모리노는 절망에 빠져
돌팔이 약장사 둘까마라에게 속아 사랑의 묘약이라는 약을 산다.
사실은 술인 그 묘약을 마시고 취해서
자신앞에서 대담하게 행동하는 네모리노에게 짜증이 난 아디나는
홧김에 .(!) 벨코레와 결혼하겠다고 하고,
네모리노는 약이 더 필요하지만 돈이 없어
벨코레에게 입대하기로 하고 돈을 빌린다.
그러다가 네모리노의 친척이 죽어  유산을 상속받게되자
갑자기 그는 마을의 훈남이 되고 (!)
아가씨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게 되어
아디나의 맘고생이 더해가는데...

결국은 해피엔딩.
결혼하기로 했던 군인 벨코레..
역시 그는 쿨하게  "아님 말어!,여잔 많어! "  
 
초 유명한 아리아로 "남몰래 흘리는 눈물" 'Una furtiva lacrima' 이 있다.


내용 만으로는 완전 비극도 가능할 듯 한데,
엄청 유쾌한 희극으로,
20세기 초반으로 설정한 무대연출이나.
출연진들의 연기가 정말 재미나다.
네모리노역을 맡은 Rolando Villazon은 동시대 테너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의 목소리나 체격은 젊은 날의 카레라스를 연상케한다. 
멕시코출신인 그는 아직 나이도 40대 초반이고, 
연기력이 매우 좋다. 
조그만 손짓하나로도 관객을 집중시키는 힘이있다.
씨디로 그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도 
그 세대의 다른 테너보다 특별한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오페라무대에서 보니 빛이 난다. 

2005년에 그가 네모리노를 하고 Anna Netrebko가 아디나를 맡은 완전 죽여주는 공연도 있었다지만
그런 행운은 이제는 기대하기 힘들것 같고,
이번에 아디나역은  Anna Samuil 라는 러시아 출신의 소프라노로 훌륭하다.
관심이 가서 앞으로 스토킹 해 볼 생각이다. 히히 

공연 후  롤란도 비야존이 로비에서 사인회를 한다고하여,
줄서서 사인 받는 것은 내키지 않지만, 
가까이서 보고싶어
마중 온 돌쇠와 같이 로비에 앉아 기다렸다.
한 30분쯤 지나자 그가 올라왔고, 
사인해 주며 사람들과 잡담하는 모습을 좀 보다가 집에 왔다. 
독일어도 잘 한다. ^^ 


사실 어제, 엊그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기분이 무척 안 좋았는데, 
오페라의 표를 미리 사 놓아 다행이다. 
그거 봤다고 기분이 당장 좋아질리 없지만, 
그래도 방에서 범인 안 잡히는 살인형사극 보는것 보다야.. 

아. 근데,
이것을 보고나니
5월에 있을 도밍고의 공연이 보고싶어서 큰일났다.
슬슬 이베이에 표가 나오고 있는데,
비싸다. 
언젠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에서
남편 몰래 통장 털어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공연을 본 아줌마가 무섭다는 글이 있었는데, 
몰래 하진 않아도 되겠지만, 
음...
내일 로또라도 긁어볼까...?




2005년의 비엔나공연.
고전적으로 연출하고 안나 네트레브코와 같이 출연했던 공연이다.
어제 본 연기는 이 때보다도 더 훌륭했던듯.
앞으로 비야존보다 훌륭한 네모리노는 조금 나오기 힘들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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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hme 트랙백 0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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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phoebe 2012.03.11 03:55

    사랑의 묘약 제목만 주구 장창 들어봤지 내용은 처음 알게됐네요.
    오페라 구경을 해본적이 있어야 말이죠. 하하하

    • addr | edit/del ahme 2012.03.11 16:18 신고

      짧은 시간안에 진행되는 것이라 오페라의 스토리는 좀 극적인것이 많아요.ㅎㅎ
      한 번 보시면 피비님도 좋아하실거예요.
      프리티 우먼의 비비앤 처럼 ^^

  2. addr | edit/del | reply 동글기자 2012.03.11 15:17

    오호,,,부럽습니다만,,,잘못하시다간 살림 거덜내시겠습니당.^^....부럽단 생각밖에는,,ㅎㅎㅎ

    • addr | edit/del ahme 2012.03.11 16:21 신고

      ^^;; 히히.. 그렇게 자주 보는 것도 아니고, 사랑의 묘약은 제일 싼 자리가 남아있는 거여서 뭐 쌀국수 한 번 안 사먹은셈 치면 되는데요.
      문제는 도밍고의 공연이지요.
      어차피 매진이니 이베이에 제일 싼 자리표 누가 내 놓지 않으면 못 볼꺼여요. ㅜ.ㅜ
      좋은자리에서 보려면 진짜 살림이 거덜 날 판..흑..

  3. addr | edit/del | reply dooly&cat 2012.03.12 03:45 신고

    아직 오페라 공연을 본 경험이 없어서 더욱 부럽습니다.
    꼭 오페라를 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네요.
    일단 좋은 오페라 공연이 흔치 않고, 비싸기도 어마어마해서....
    "사랑의 묘약"은 ahme님의 설명 때문에라도 꼭 보고 싶어집니다..^^

    • addr | edit/del ahme 2012.03.13 11:46 신고

      음.. 요즘은 지방에도 오케스트라나 오페라단이 제법 많더구만요. 언젠가 보니 대학의 성악과 학생들이 졸업공연같은 것을 외부에서 하기도 하던데요.
      저도 보통 제일 싼 자리를 이용하는 편이예요. ㅎ
      사랑은 묘약은 정말 유쾌하고 음악도 아름다우니 기회가 되시면 꼭 한 번 보세요.

  4. addr | edit/del | reply 설악 2012.03.16 04:39 신고

    공연본지 어언 300년이 다되어가는 것 같아요.
    표를 구하고 그 공연일을 기다리고 시작하기 전의 그 설렘들...

    인생 뭐 있어요. ㅎㅎ
    걍 질러요. !!!!!!!!!!!!!!!!!!!!!!!!!!!!!!!!!!!!!!!!!!!!!!!!!!!!!!

    • addr | edit/del ahme 2012.03.16 10:30 신고

      ㅎㅎ 맞아요 그 설렘.. ^^;;
      걍 지르기에는 비싸기도 비싸지만 표가 없어요.
      미리 예매한 누군가가 못가게되어 내놓는 일이 있어야 하는데, 음.. 도밍고 아저씨가 건강하셔서 내년에도 공연해 주시길 바라는 수 밖에.. ^^

  5. addr | edit/del | reply 꼬장 2012.03.16 10:16 신고

    얼마전엔 친구가 초대해줘서 다슬이 데리고 뮤지컬 보러가서 "아. 문화생활은 좋쿠나" 했어요. ㅎㅎ
    엊그제는 정명훈 지휘의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와 북한의 은하수 오케스트라의 협연이 파리에서 있었는데 멀어서 가지는 못하고 인터넷 생중계로 봤더니 좋더라구요.

    이제 슬슬 농번기 시작인데 여전히 정신없습니다.

    • addr | edit/del ahme 2012.03.16 10:31 신고

      밥만 먹고 살수는 없다고요. ㅎ
      근데 저는 농번기 해당사항도 없는데 왜이렇게 정신이 없는 것일까요. ㅜ.ㅜ

  6. addr | edit/del | reply blueprint 2012.03.21 09:22 신고

    아메님의 댓글을 보고 찾아봤는데 훈남에 노래도 엄청 잘 하더군만요.
    저도 앞으로 비야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볼 생각입니다. ㅎㅎ

    결국 도밍고의 티켓은 못 사셨군요.
    공연 직전 극적으로 또 가운데 한자리 구하시길 바래봅니다. ^^

    전 5월초 돈키호테 발레공연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용~ ㅋㅋ

    • addr | edit/del ahme 2012.03.21 15:45 신고

      비야존은 최소한 카레라스 만큼은 유명해 질꺼예요.
      순진한 네모리노를 너무 귀엽게 연기하더구만요.
      저는 미스터 빈이 생각나서 킬킬..
      돈키호테. 아직 본 적이 없어요 완전 화려하다고 하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