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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읽고/책,그림,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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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만에 돌아온 그림들. 소격동에 나갔다. 어디냐 하면, 경복궁 옆 삼청동 들어가는 큰길 쪽이다. 규모가 큰 화랑들이 많이 모여있다. 약속시간이 많이 남아 시간 때울 겸 다니다가, 학고재에서 500년만의 귀향 - 일본에서 귀향한 조선 그림 전을 하는것을 보고 냉큼 들어가 보았다. 제목이 좀 많이 드라마틱하다. 꼭 500년 전의 그림만 있는 것은 아니고. ^^ 20세기 초반의그림도 있다. 일제 강점기나 임진왜란에 유출된 그림들로 일본의 유명한 유현재의 소장품들이라 한다. 작자미상의 작품들이 많다. 아무래도 조선전기의 그림들은 고려시대의 영향도 좀 보이는듯 하다. 중국의 고사에 얽힌 산수화나, 동물의 그림이 대부분이다. 우리에게 낯이 익은 조선 후기의 그림들 보다는 좀 더 투박한 멋이 있는듯 하고, 다른 한 편으로 말이나 다른 동물..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스토리 전철 타러 가는 길에 책을 안 가져 온 것이 기억이 나 잡지나 하나 살까 싶어 들른 서점에서 3000원이라는 가격에 왕 세일을 하는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 스토리 시리즈를 발견했다. 심봤다... 라는 심정으로 사제끼기 시작한다. 쇼트쇼트 스토리 , 단편 보다 짧아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짧은 글 안에 있을 것은 다 있다. 좋다는 수식어 다 갖다댈 수 있을만한 유쾌한 글들이나, 그 안에 뭔지 모를 섬뜩함이나, 잠시 생각하게만드는 요소들을 다 갖추었다. 예전에 이솝과 라퐁텐이 동물들로 우화를 써서 인간세상을 풍자하고 조롱했다면, 그는 미래 세계의 이름없는 인물들로 (그의 주인공들은 이니셜로 표기된다) 세상의 모순과 인간심리의 부조리함을 이야기 한다. 호시 신이치(星 新一) 는 일본의 SF소설쟝르를 개척한 ..
변화하는 시대, 검의 대가. 18세기의 유럽은 (동양도 마찬가지 이지만..) 정치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변화의 바람이 무척 세게 불어닥쳤던 시기로, 이른바 근대가 현대로 변화하는 언덕을 넘기 직전의 상태였던것 같다. 이 시기의 마드리드에 중산층 출신의 검술교사가 한 명 있었으니, 주인공이신 하이메 아스타를로아. 나름 화려했던 젊은 날도 있고, 열정적인 사랑도 있었던 그는, 초로의 나이에도 검술을 익히고 공부하고 연구하며, 제자들을 가르치고,주변의 변화를 느끼면서도 자신의 사는 방식을 고수해 나간다. 무엇보다도 명예와 정의를 중요시 여기는 이 매력적인 인물앞에 활짝 핀 장미같은 아름다움을 가진 여인이 한 명 나타나 그는 감정의 혼란을 느끼고, 그녀로 인해 그의 생활이 복잡해 진다. 이 여인,아델라 데 오테로는 하이메와 대척점에 서는 등..
타인의 일상을 보는 재미 ,세설 작가는 다니자키 준이치로, 일본에서는 가와바다 야스나리 정도로 유명한 작가이다. 세설은 1942년 그의 세번째 부인과 그녀의 자매들을 모델로 쓰기 시작해 43년에 연재를 시작했으나, 당시의 시국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발표를 금지당했다 한다. 그러다가 전 후에 발표가 가능해졌고 그는 1948년 이책으로 아사히 문화상을 받는다. 1940년대의 오사카의 몰락한 마쓰오카 가문의 네 딸들 이야기인데, 도쿄로 이사를 가는 첫째의 이야기는 적은 편이고, 가문을 지킨다고 할 수 있는 사치코, 시집못간 노처녀 유키코, 신여성이고픈 막내 다에코의 이야기들이 계절과 시간을 따라 벌어지는 세시풍속과 사건들과 맞물려 진행되는데, 그 사이사이 막내가 사고를 친다던지, 하녀들에게 문제가 생긴다던지, 외국인 이웃이 이사를 간다던지..
언니가 돌아왔다. SADE. 샤데이의 신보가 나올꺼다. 생각해보면80년대는 정말 여러 종의 훌륭한 음악과 가수들이 너무나 열심히 활동을 한 시기였던것 같다. 요즘 그 시절의 가수들이 하듯 베스트 앨범을 낸 것이 아니라 화끈하게 새 앨범을 내 버리셨는데, 그게 또 나이 먹었다고 점잖아 진다던지, 인생을 관조한다던지 하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놀라울 따름이다. 이 언니 51세 이시다... 그녀의 음악을 설명하는 수식어로는 커피향이니, 고급이니, 커튼이 쳐진 살롱이니, 유혹이니 하는 소리들이 많았지만, 그것은 그냥 음악의 분위기와 그녀의 목소리 때문에 드는 느낌이고, 그녀는 그런 세련된 분위기에서 조용조용하게그러나 처절하게 사랑의 아픔과 여인의 슬픔을 노래한다. 이번 앨범 역시 마찬가지 이다. 그러나 그녀는 늘 그랬듯이 조용하게 노래하는 S..
조용한 르동씨 색채의 마법사라하면 보통 샤갈을 말하고 특히 그가 만들어내는 파란색의 아름다움을 찬양하지만, 내게는 다른 마법사가 하나 더 있으니, 그의 이름은 오딜론 르동. 베를린에 있는 아폴로의 전차, 유리에 반사가 좀 심해 옆에서 찍느라 찌그러졌다.. 그래도.. ^^;; 초기에는 검은색이야 말로 모든색의 근본이라며 주로 흑백으로 상상과 환상속의 존재들을 그린 그림이 많은데, 50이 넘어서는 갑자기 그동안 못 쓴 색들이 그 안에서 폭발이라도 한듯 아름다운 색을 쏟아낸다. 그 중에 그가 쓰는 파란색의 아름다움과 다양함은 하나의 화면에서도 너무나 다채로와서, 들여다 보고 있으면 풍덩풍덩 내게도 물이 들어버릴것 같다. 그가 즐겨그린 소재는 환상의 존재, 신화속의 이야기 들이었는데, 아폴로의 불의 전차를 그린 그림은 내가 ..
글쓰는 소년. 예술의 전당에서 한다는 필라델피아 미술관 전을 보았다. 제목이 모네에서 피카소 까지인데, 제목만 보면 인상파들의 그림만 온것 같다. 뭐, 제목으로는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을테니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근데 또 , 대표 이미지는 르누아르이다. ^^ 그림들은 사조별로 골고루 많이 와 있었고, 역시 명작들의 실물은 사진으로만 보는것과 다른 감동을 준다. 책으로 사진으로 많이 봤는데 뭘.. 하고 심드렁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기회가 있을 때 왠만하면 보는것이 좋다. 역시 유명한 마네, 모네,피카소, 등등이 있는데, 다 좋은 그림이고 아름다웠지만 내 눈을 사로잡고, 내 맘에 들어온 그림은 바로 요것. 글쓰는 소년 이다. 미국화가 벤 샨 이1958년에 연필과 목탄으로 그린 그림..
글을 읽는 즐거움, 카잔차키스,일본 중국여행. 글을 읽다 보면 그 글을 쓴 사람이 보이는 경우가많은데, 그것은 소설보다는 에세이나 여행기에서 더욱 그러하다. 하여 소설을 보고 관심이 가는 작가는 될 수있는대로 그의 다른 글 들을 구해보곤 하는데, 카잔차키스는 조금 경우가 다르다. 보통 유명한 그의 책인 그리스 인 조르바는 조르바라는 사람 자체에 별로 공감할 수가 없어 읽기가 불편했고 결국 다 읽지 못했다. 아마 그 책을 향한 모든 이의 열광에 엇나가고 싶은 맘이있었을지도.. 그러다 보니 그의 다른 책들도 일단 뒷전으로 미루어놓았는데, 이번 여행기를 읽다보니, 카잔차키스의 위대함이 마음으로 들어왔다. 책은 1935년 일본과 중국을 여행하고 쓴 글과, 그 20년후 다시한 번 동유럽과 러시아를 거쳐 중국, 홍콩 ,일본을 여행할 때 적은 그의 메모에 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