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섬마을

(6)
비오는 섬마을 음... 비가 온다 22일 째 라는데, 정말 줄기차게, 꾸준하게, 성실하게 비가 온다. 부실공사의 모델하우스같은 섬마을 숙소는 벽면으로 물이 줄줄 새서 쏟아지는 비와 그로인한 습기는 아름다운 푸른 곰팡이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가뿐히 능가하는 명화를 그려놓았다. 그에 따른 축축함과 눅눅함. 그리고 불쾌함 등은 선택불가의 옵션인데, 누군가에 조언에 따라 보일러 살짝 올렸다가. 찜통이란 이런 것이다를 제대로 맛 보았다는... 가끔 심심할까봐 폭우도 쏟아져 놀래키기도 하지만, 그래도 멈추는 순간이 있으니 그 타이밍을 잘 맞추면 산책 정도는 할 수 있다. 마을 곳곳의 길이 물에 잠겨 나의 쓰레빠로는 건너갈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뭐 그럼 다른 길로 가거나 안 가버리면 그만이다. 잠깐 비 그친 순..
돌아온 섬마을. 섬마을에 또 왔다. 언젠가 아버지가 한번 살았던 곳에는 또 가지 않는것 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뭐. 여러가지 이유로.. ^^;; 아버지 말씀이 맞는 것인지, 사람들이 많이 바뀐 탓인지 정말 낯설고 힘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영부영 있기로 한 시간의 반이 지나갔다. 여름이라 덥기도 하고, 왠지 작년보다는 흥미도 좀 덜해서 그간은 섬에 가도 마을이나 바닷가를 잘 나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지난번 잃어버린 카메라를 대신한 새카메라도 있겠다 모처럼 비도 안 오고, 선선한 날씨라 나가본다. 농번기라 집집마다 문이 다 잠겨있고, 개들도 작년과 많이 달라졌다. 그래도 가끔 만나는 할머니들은 여전히 친절하게 말씀도 걸어주시고 놀다가라고 잡기도 하신다. 마을 가는 길에 있는 제일 넓은 면적의 논. 작년에는 추석무렵..
정신없어... 1. 3월 들어서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것 같다. 친척뻘 되는 아이 하나가 축농증인줄 알고 병원에 갔더니, 말도 안되는 희귀한 병에 걸려있더란다. 애가 셋이나 있는 젊은 아이인데, 한국에서는 수술도 어려워. (병도 희귀한 병인데다가, 수술경험이 있는 의사도 현장에 없다고 한다.) 미국이야, 독일이야 병원을 알아본다고 오만 난리 다치고, 미국으로 갔다. 수술을 하고, 회복에 방사선 치료까지, 엄마를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그 집의 세 아이를 생각하면 맘이 안 좋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오늘이 수술이었는데, 잘 되었기를 바랄뿐이다. 2. 그렇게 정신없는 와중에 일본에 지진이 났다. 아침에 눈뜨자 마자 본 뉴스에서 그 소식을 듣고 위치가 후쿠시마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 마음이 두근두근했다. 일본엔 일제시절..
섬마을 생활, 끝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섬 에서의 생활을 끝냈다. 사실 끝은 길게 끌어봤자 좋을 것이 없으므로, 대충 차가 수배가 되자마자 느닷없이 떠나는 것으로 쫑. 마지막으로 본 바다는 꽁꽁. 여기 저기 옮겨 다니며, 짐을 싸고 푸는 데는 어느정도 이력이 나긴했지만, 이 곳에서는 일도 많이 했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그동안 알고 지내고 싶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섬에서 한창 바쁘던 때 포스팅할 시간은 없어도, 슬슬 사진은 찍어 놓았으니, 천천히 포스팅 해야겠다. 앞으로 두주일 남짓, 벌려 놓은 일들을 쓸어 담을 때이다. 아마도, 조용하기 그지없는 독일의 내 집으로 돌아가면, 한 번씩 시끄러웠던 이곳이 생각나. 마음이 서늘해 지기도 하겠지만, 좋은 마음으로 생각할 수 있..
섬마을 우울증 몸이 아픈것도 아닌데, 마음이 좋질 않다. 날은 다시 좀 따뜻해 졌는데, 사실 추운 가을날도 그리 싫진 않았다. 몇몇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알고 지내고 싶었던 사람들과 알고 지내게 되었고, 일은 언제 그랬던 적이 없을 만큼 진행이 잘 되고 있는 중인데, 마음은 이상하게 매일 매일 혼자 있던 베를린에서 보다 더 좋질 않다. 바닷가 다녀오는길에 유기견 같은 개를 한 마리 보았는데, 한 3주 전부터 보이지 않던 백구녀석을 닮았다. 달려가다 나를 보고는 한첨 서 있더니 도망가 버렸는데, 설마 한 동네에서 개를 버리는 무서운 짓을 그 집 사람들이 할 리는 없지만, 양동이로 막혀버린 백구네집 대문 개구멍이 보고있기 편치 않다. 오늘 갯벌에 가니 요상한 사륜 오토바이 같은 것을 타고 떼지어 슬슬 돌아댕기는 ..
섬마을 곤충들, 나는 살아 움직이는 것들 중에 다리의 갯수가 두개나 네개가 아닌것은 심하게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이가 약이라고 슬슬 상태가 호전되고는 있다. 그래도 이 시골에 살다보니, 가끔 말도 안되는 곤충류가 한번씩 사람을 식겁하게 하기도 하고, 우와우와 하며 감탄하게도 하니, 참, 자연이라는 것은 놀라운 것이다. 흠,,, 여기 처음왔을 때 제법 날이 덥고 비가 오래 안 올 때여서 여기저기 거미줄이 무시무시하게 많았다. 내가 여지껏 본 중에 제일 큰 거미줄이었는데, 추석 폭우에 붕괴되어 버렸다. ㅜ.ㅡ 그리고 이 곳은 밤에는 건물 중앙으로 조명을 살벌하게 쏘아대서, 제대로 된 위치에 자리잡고 줄만 쳐 놓으면 그 불빛에 모여드는 날벌레들을 기냥 앉아서 먹을수 있어서, 조명을 마주보고 선 건물의 3층 로비 창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