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은 여전하다.
집앞에 공사중이던 레스토랑은 베트남쌀국수집이 들어섰다.
길건너의 비어있던 학교 건물은 허무는 중이다.
같은 집에 사는 아줌마들은 날이 좋으니 다들 마당에서 낮술 드시며 ^^ 수다를 떨다가
나를 보고는 언제왔냐며 웃어준다.
자주듣던 라디오 방송의 레파토리는 여전하고,
인터넷의 속도는 여전히 경이로울만큼 느리다.
뉴스를 보는 것도 조금 힘들다. 빨리 적응해야 한다.
시차때문에 새나라의 어린이가 울고 갈 정도로 일찍 일어나며,
그 시간들을 때우기 위해 지난 사흘동안 엄청난 양의 드라마와 영화를 보았다.
모자란 잠 때문에 글은 잘 읽히지 않는다.
이제는 활자가 다시 보인다.
독서와 블로그질도 이제는 가능할 것이다.
다시 밥을 내 손으로 해 먹어야 하는 사실이 조금 진저리가 나고,
텅 비어버린 냉장고가 서글프며,
오랫동안 비운 집에 사람이 살고 있었음에도 확실한 두께로 쌓인 먼지가 놀랍다.
몇 달동안 거의 한 마디도 하지 않은 독일어가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튀어나오는것도 아직도 이상하고,
안 예쁘고 덩치 큰 독일의 언니야들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아마도 이번에 아시아나를 타고 와서 여파가 좀 더 큰것 같다.
아아.. 독일여인들의 패션감각은... 정말....ㅜ.ㅜ
그래도
어딜가든
내 침대안은 편하다.
있는동안은 또 살아야 하는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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