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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에게 물어봐, 오페라 별 L'Etoile


스페인 광시곡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작곡가 
엠마누엘 샤브리에( Emmanuel Chabrier )의 첫번째 오페라
별 L'Etoile
베를린에서 초연된다는 소식을 듣고선,보고 싶은 마음이 뭉실뭉실 피어올라.
표를 질렀다.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 ( Staatsoper Berlin ) 에서 한다는데, 
초연은 비싸니, 세번 째 공연의  끝에서 두번 째로 싼 자리를 샀다. 
중간 가격의 좌석은 다 나갔고, 비싼것은 ..... ㅜ.ㅡ
돈이 있으면야 누군들 맨 앞자리에서 안 보고 싶겠냐만은  뭐.. ^^;;
그래도 이런 지은지 오래된 극장은 제일 싼자리만 아니면 극장의 크기 자체가 작아 볼만하다.

                                                                                         불안정한 날씨 덕에 오랜만에 무지개를 본다. ^^ 
                                                                                                           

작곡가 샤브리에 개인에 대해서는 찾아보면 많이 나와 있으니 생략.
그의 첫번째 오페라인  이 1877년에 짠! 하고 성공을 하는 바람에 샤브리에 님은
화끈하게 공무원 생활을 때려치시고 예술의 길에 투신하신다.
39세부터 자기가 하고 싶은 일로 돈 벌어 먹고 살았던 그는 행운아. ㅜ.ㅡ

이 오페라는 왠지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듯 하니 내용을 소개하자면..

어느어느 나라의 왕 우프 (Ouf ) 1세는 매년 그의 탄신일에 죄수 사형 세레모니를 통해 국민과의 교감을 꾀하시었으나,
그의 신민들이 너무나 법을 잘 지키는 바람에 올 해는  죄인이 한 명도 없어 버리는 불상사가 벌어진다.
급한 맘에 왕은 잠행을 결심하고 대충 국민들에게 시비를 걸어 죄인을 만들려 하지만
걸려드는 백성이 하나도 없다.

옆나라의 대사인 헤리슨 씨는 자국의 공주 라울라를 우프 1세와 결혼 시키기 위해
이나라에 오는데,
뭐 여러가지 외교적인 문제나 신상의 안전을위해
왕을 만날 때 까지 공주더러 자기 마누라인척 하자고 하고,공주도 오케이 한다.

젊고 잘생긴 장돌뱅이 라줄리는
우연히 라울라 공주를 만나 역시 공주와 주인공의 의무인 첫눈에 반하기 신공을 펼치지만,
헤리슨이 나타나 "이 여자는 내 마누라여.." 하니 좌절한다.
이때  왕이 나타나 시비를 거니 라줄리는 왕의 따귀를 갈겨 버리고,
딱 걸린 라줄리는 사형당할 위기에 처하는데,
왕의 점성술사 시로코가 급하게 뛰어들어와 고하는 말이.
라줄리와 우프 1세의 운명은 연결되어있어,
라줄리가 죽으면 그 다음날 왕이 죽는다는 별자리점괘를 읽었다고 한다.
그 15분 후에는 자기도 죽는다나... 뭐라나..
                                                                                            출처: http://www.staatsoper-berlin.de

여튼 왕은 내년에 두명 죽여 준다고 국민을 달래고 라줄리를 왕궁으로 데려와 호강을 시켜주는데,
라울라를 잊을 수 없는 라줄리는 죽겠다고 난리를 떨고 
헤리슨의 마누라라면 까이꺼 뺏어주겠다고 약속한 왕은 
자신의 신부가 될 공주라는 것도 모르고 라울라와 라줄리의 도피를 돕는다. 

                                                                                                  출처:http://www.staatsoper-berlin.de

시로코에게 잡혀있던 헤리슨의 설명으로 
도망친 여인이 자신의 부인감이었던 것을 알고 황당해 하는 왕과 사람들 앞에, 
물에 빠진 공주가 나타나 도망치던 중 군대인지 경찰인지에 쫒기는 바람에 라줄리가 총에 맞아 죽은것 같다고 말한다. 

라줄리가 죽었으니 곧 죽을 꺼라고 시로코와 둘이서 술 퍼먹던 왕은 
기왕 이렇게 된거 죽기전에 후사나 만들어 놓자 싶어 공주에게 빨랑 결혼해서 우프2세를 만들자고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ㅋ 

                                                                                              출처: http://www.staatsoper-berlin.de
죽을 시간인 5시, 
시계 종이 쳐도 안죽는다. 
한참 지나도 안 죽는다.
기쁘면서도 사기꾼이라며 시로코를 두들겨 패려는 왕 앞에 
라줄리가 나타나고 
시로코는 라줄리가 안 죽어 왕이 안 죽은 것이라고 우기고, 
왕은 이제 살았으니 공주랑 결혼 하겠다고 하고, 
라줄리는 공주가 왕이랑 결혼하면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한다. ㅋㅋㅋㅋ 
결국 화끈한 임금님. 
"옛다! 너 가져라.." 하면서 공주와 라줄리를 축복해 주면서 끝. 

이 오페라는 오페레타에 가깝다. 
대사가 있고 상연 시간도 중간 휴식없이 2시간이 안되어 보기에 부담스럽지도 않다. 
음악은 엄청나게 화려하고 신이나며 가사는 불어의 아름다움을 한 껏 느끼게 해준다.
정말로 19세기 말 벨 에포크의 프랑스란 이런것이었을까 싶을정도로  아름답다.

무대감독은  미국인인 Dale Duesing이 맡았고 
500년 가까운 전통의 Die Staatskapelle Berlin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지휘는 자그마치 사이먼 래틀(Sir Simon Rattle)이다. 
내 느낌에는 사이먼 래틀님은 베토벤 보다는 이런 근,현대의 화려한 음악을 지휘할 때 더 빛이 나는듯 하시다. 
서곡을 연주할 때부터 귀가 뻥 ! 하고 뚫리는 느낌을 주신다. "ㅁ"
무대미술이나 의상도 현대식으로 각색한 연출에 맞추어 제작되었고 유머러스 하다.
우프 1세가 잠행하는 것으로 나오는 첫번째 등장에서는 군대의 위장복을 입고
 "나는 우프! 1세!!" 라고 노래하며  튀어나와  관객의 폭소를 유발한다.

배역진도 화려해서 전 유럽의 탁월한 성악가들이 다 모였다.
특히 라줄리 역의 Magdalena Kožená 의 목소리는
정말로 별이 반짝거리는것 같이 아름답다.
(이 역할은  남자 주인공이지만 여자가 한다. )
초연이 끝난 후에 각 언론에서는 호평이 끊이지 않았다. 
                                                                                                            옷 입으신 백발의 남자가 사이먼 래틀
                                                                                                                 공연 중에는 사진찍지 않는다. ^^;;
                                                                                                                     

5월 내내 날씨와 한국, 독일 공적으로 사적으로 있었던 여러가지 안 좋은 일들때문에 우울했던 기분을
한 방에 날려줄 만큼 즐거운 공연이었다. 


묶어서 포스팅하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질 것같아 
공연장인 국립오페라극장 ( Staatsoper Berlin )에 대해서는 다음에 ..^^;; 

                                                                                                             이 건물은 1742년에 완공되었다.



국립오페라극장 ( Staatsoper Berlin )에 대해 궁금하시면 클릭.


베를린의 다른 오페라 극장인 코미쉐 오퍼에서 본
프로코피에프의  오페라"세개의 오렌지 에 대한 사랑"이 궁금하시면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