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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읽고/드라마,영화

잉여인간의 눈물, 영화 오네긴

푸쉬킨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것.
책은 읽어보지 않았고,
영화에도 별 관심이 없었는데,
지난 시즌 베를린 국립발레단의 레파토리였던 오네긴이
전회 매진의 기염을 토했다 하여,
스토리에 흥미가 생겼다.

발레는 아마도 내년 시즌이나 되어야 볼 수 있겠고,
러시아 소설을 독일어로 읽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으니,
영화를 구해 본다.

쉰들러의 리스트에서
권태롭고, 인생이 지루하여 맛이 확 간 인텔리 독일장교 역을 좀 심하게 잘 연기 하시어
그 이후로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배우가 되어버린 랄프 파인즈가 오네긴을 연기하는데,
이런 역엔 역시 딱이다.

감독은 누난지 여동생인지 잘 모르겠는 마사 파인즈,
음악은 역시 형제인 마그너스 파인즈가 맡았다.
음악, 훌륭하다.
뭐 랄프 파인즈가 제작했다고 해도 ,
그 가족들이 다 수준 이상 이시니 친인척 비리라고 할 수도 없다.
부러울 따름이다.
그러고보니 동생 조셉 파인즈도 배우다. 

                                                                                                                
상 뻬쩨르스부르그의 이름난 한량인 오네긴은
삼촌이 병으로 죽자 그의 재산과 집을 물려받는다.
마침 도시의 유흥도 좀 싫증이 나던 차.
시골에 내려가 순진한 인텔리청년 렌스키와 알게되고,
그의 약혼녀인 올가와 그녀의 여동생 타티아나를 알게된다.

                                     렌스키는 오네긴이 속으로는 자신과  시골 사람들이 촌스럽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마음이 상한다.

책속에 묻혀사는 순진한 시골처녀 타티아나는
진보적인 듯한 오네긴의 생각과 그 세련됨에 빠져들고,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쓰지만
오네긴은 자신은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는 둥 주접을 떨며 소녀의 마음을 짓밟는다.
것도 모자라, 타티아나의 생일파티에서
그녀의 언니인 올가를 슬쩍슬쩍 꼬시고,
약간 푼수끼 있는 올가는 좋다고 상대해 준다.
순진하지만 자신의 기준이 분명한 렌스키는 그에 분노하여
오네긴과 결투를 벌이다 오네긴의 총에 죽는다.


그 후 오네긴은 긴 여행을 떠나고
6년만에 상 뻬쩨르스부르그의 사교계로 돌아와 보니,
장군인 자신의 사촌과 결혼한 타티아나가 사교계의 여왕이 되어있다.
다시 타티아나를 급사랑하게 된 오네긴은
그녀를 만나고 말 한마디 건네기 위해 오만짓을 다한다.

                              스케이트 장에서 타티아나와 눈을 맞추려고 노력하던 오네긴은 그녀가 자신을 향해 오자 기대감에 눈을 반짝이고.

                                         저런 무서운 얼굴로 오던 타티아나는 그런 그를 비웃듯이 그의 코앞에서 홱! 하고 다른 방향으로 가버린다.

                                                                                                           당황하고 민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오네긴... 
                                                                                                 보는 내가 다 가슴이 퉁! 떨어질 정도로 연기를 잘 하신다. 
                                                                                                        갠적으로 이 영화의 백미라고 생각하는 장면되시겠다.

결국 애정을 구걸하는 편지를 쓴 오네긴은
그에 대한 답장마저 없자
그녀를 찾아가 눈물로  사랑을 애원하지만
말로는 아직도 오네긴을 사랑한다고는 해도
결혼생활에 충실기로 결심한  타니아나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오네긴은. 오늘도 내일도 ..
오지않는 그녀의 편지를 기다린다.

                                                                                         신새벽부터 넘의 집에 쳐들어가 사랑을  애걸해 봤자... 배 떠났다.

쌤통이다.
열정적이고 순수한 애정에
데리고 놀기에도 너무나 어리고 촌스러워
자신은 행복해질 수 없는 사람이라는둥,
결혼이나 안정이나 진실된 애정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둥의 궤변을 늘어놓으며,
이리저리 사람을 가지고 논 주제에,
남의 부인이 된 타티아나에게 왠 애정구걸행각이냐...
넘의 떡이 커 보인다고는 하지만,
타티아나의 말 대로
이제는 그녀가 그의 사랑을 받을 만큼 세련되어 진 것인가. 
여행 다니면서 좀 심하게 외로우셨나.
자신이 놓친것이 무엇인지 알아버리는 것이 그의 제일 큰 불행이다.

                                                                                                                          이런식 이면 죽을 때까지 외롭지 않겠나.

살다보면 이런 오네긴 같은 잉여스런 인간들 한번씩 본다.
부모 잘만나 교육도 받을 만큼 받고 적당히 즐기고  놀고 먹으면서,
소박하고, 진실한 사람들을 냉소하고,
그 와중에 머리는 좋아,
실제로 행동은 하지 않는 주제에
보통의 진부한 사상이나 일반적인 생각들과는 다른 의견을 슬쩍슬쩍 피력하며,
자신은 그 모든 일들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 암시하려 애쓴다.
영화에서 보듯 이런 인간은 언젠가는 정체가 발각나서
같은 한량 사이에서도 밥맛으로 취급당하고,
진정한 인텔리와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멸시당하며
렌스키 같이 순진하고 열정적이며 자신만의 도덕적 기준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제대로 당하게 되는 것이다.

렌스키는 그는 희생양인 올가는 용서해도
자신의 약혼녀를 희롱한 오네긴은 용서할 수가 없는 사람인 것이다.

오네긴 같은사람은 왠만하면 옆에 없는 것이 인생사는데 보탬이 된다.

짦은 영화에서도
다양한 인물들이
다양한 인간성을 표현해 내는것이 정말 흥미롭다.
올 가을에 한국가면
책을 꼭 사서 읽으리라.

근데.. 여담으로..
푸쉬킨도 자기 마눌이랑 바람 피던 넘이랑 결투 하다가 총맞아  죽었다고 한다.
이봐요.푸쉬킨님.... 알고보니 렌스키 였던거야??? ㅡ,.ㅡ;;

                                                                              안됐다. 머리라도 나쁘면 한량 친구들 마냥 그냥 인생이 즐거울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