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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즐기기/브란덴부르거문 말고도

잊지 말아요. 프로젝트 Stolperstein

간만에 독일에 왔으니 독일 이야기 하나 합니다. ^^

독일의 거리는 한국같은 큰 보도블럭도 있지만, 보통은 작은 돌을 촘촘히 박아놓았습니다.
하이힐을 신은 아가씨들은 걷기 편하지 않지만,
보도블럭 교체나 공사 할때 제법 실용적이라고 합니다.
짱돌 든 시위대를 무서워 하는 어느나라에서는  볼 수 없지만 말이지요 ^^;; 

 이 작은 돌맹이 보도블럭 사이를 유심히 보면 가끔 누런 신쭈 ( ! ) 로 된 블럭이 박혀있고,
거기에 머시라 머시라 쓰여져 있는 것을 보실 수 있는데,
여기에는

나치 시절에 에 그 집에 살았었던 나치 희생자들의 이름과
그들이 언제 태어났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디서 죽었는지가 쓰여 있습니다.

                                           요기는 우리 옆집입니다. 도시 곳곳에 있지요. 좌측 아래를 유심히 보시면 보입니다.
                                                                                          정말로 그냥 지나칠 정도로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이곳에 사시던 요한나와  게르트루드 히르쉬만 씨는  각각 1890년과 1893년에 태어나 
                                                                         1942년 12월 14일에 아우슈비츠에서 죽었다고 쓰여 있습니다. 
                                                 제가 이 시절에 지금 사는 이 집에 살고 있었다면 저도 그들과 잡혀 갔을것입니다.


사람을 잊는 첫번째는 이름을 잊는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2차대전때 나치에 의해 끌려가고 죽음을 당한 유태인들과 집시들과 다른 희생자들이
마지막으로 살았던 곳의 주소를 찾아내어
그 집앞에 이런 작은  기록을 남겨 주는 것이 바로 이 Stolperstein 프로젝트 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GUNTER DEMNIG 이라는 독일의 예술가에 의해 시작 된지도  벌써  햇수로는 15년이 되어갑니다.
1997년에 베를린에서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허가를 받지 못해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만,
이제는 전 유럽의 500개 이상의 도시에서  하고 있고,
지금도 계속해서 참여하는 도시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브란덴부르그의 어느 도시에서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역사 수업 시간에 직접 삽을 들고 나서고,
관공서에서는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문서들을 뒤져내서 어디에서 누가 마지막으로 살았는지를 찾아냅니다.
이제는 더 이상 군터 아저씨의 혼자 만의 프로젝트가 아닌 것입니다.

                     아이들과 같이 블럭을 설치하는 군터 뎀니히 작가 입니다. 이보다 더한 역사교육은 있을수 없다고 봅니다.
                                                                                                 출처는 www.stolpersteine.com

Stolperstein 은 장애물 정도로 직역할 수 있는데요,
음.. 말그대로 바닥에 박혀있는, 발 걸려 넘어지는 짱돌입니다. ㅎ
이것은 그러나 사람이 다치게 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망각이라는 괴물이 찾아오는것을 막아주는 장애물입니다.
독일인들은 그 시절을 잊지 않으려 여러가지로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그 시절을  가능한한 객관화시켜 이성적으로 비판하려 애씁니다.

이런얘기를 할때마다 사람들은 일본과 독일을 비교합니다.
독일인들은 역시 대단하다.
일본과 비교가 안된다.
물론 두 나라의 민족성은 다른데다가,
전 후의 상황도 많이  달랐습니다.
그리고 독일인들도
그들이 대단한것을 절대절대 인정합니다만,
아무말도 안 하는 사람들에게 그냥 죽여서 미안하니까 사과하고
알아서 이런거 저런거 다 주고 싶었을까요..?

이래저래 시끄러운 요즘에 일본이 다시 독도가 자기네 영해라고  교과서에 표기했다고 합니다.
거짓말도 자꾸 하다보면 진실이라고 믿게 되는 것이 사람 맘입니다.
그들은 틀린 역사교육이라도 역사 교육을  열심히 시키는듯 합니다. ^^;;

티비를 틀면 요상한 위 아래도 없는 사극이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고,
식민지 시대의 총독부 건물이 수치스럽다고 없애버리거나,
인생이  억울하다고 남대문을 태워버린다거나.
역사 교육이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되어버린 나라에서는
누가 누군가를 기억해 주는 것이 귀찮고
좀 편치 않은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기억할 것은 기억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내일이 또 수요일입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여러분들이 일본 대사관 앞에 서 계시는 날입니다.
날이 많이 춥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뉴스좀 들어봤음 좋겠습니다.
어린이들이 운동경기에서 금메달 딴 거 말고도  말이죠.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