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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즐기기/브란덴부르거문 말고도

베를린의 극장 Delphi, 소신있는 예술영화 개봉관



우리동네 극장 델피 필름팔라스트 암 쪼  (Delphi Filmpalsat am Zoo) 를 소개합니다.
동물원 옆의 델피 영화궁전... ^^;; 정도 되겠구만요

그냥 델피라고들  하는데요 이 이름은 베를린 사람들에게는 이미 고유명사입니다.

                                        큰길가로  극장 간판을 걸어놓습니다. 

                                정문 , 간판 옆쪽으로 돌아가면 있습니다.

이곳은 단관 개봉관입니다.
주로 예술성이 높은 영화를 많이 상영해 주고,
반응좋은 영화는 후속 프로그램 상관없이 몇달씩 돌립니다. 
사이 사이에 다른 영화를 한 번씩 해 주기도 합니다만 주로 오래된 명작들이지요.
베를린의 깨진 교회에서 걸어서 한 5분 거리에 있는데,
극장 앞으로 베를린의  1호선격인 S-Bahn이 지상으로 다니는지라,
매일 수천, 수만명의 시민들이 델피극장의 간판을 보고 다닙니다.

제가 이 극장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는 아직도  간판이 손그림 (!!!!!) 이라는 것 이외에도,
건물이 역시 백살 넘은 그 시절 그대로의 분위기이라는 것입니다.

이 건물은 1949년까지는 댄스홀이었다고 하는데요.
건물의 외양이나, 내부를 살펴보면 
20세기 초반 아름답게 치장한 전 유럽의 날라리들이 이곳에서 스윙재즈에 맞춰 춤추고 노는 장면을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역시 전쟁때 많이 부서져서 쥔장의 조카님 한 분이 친구랑 극장으로 개조를 했다는군요.


                                              내부사진은 잘 나온것이 없어서 홈피에서 가져왔습니다. ^^ 
                                                                                         사진출처 :www.delphi-ilmpalast/de
 

                                 영화가 시작할 때면 저 붉은 커튼이 좌아악 하고 양옆으로 열립니다. 
                                                                                                   사진출처 :www.delphi-ilmpalast/de



1949년 11월 3일 당시로는 최신의 시설을 갖춘 극장으로 다시 태어난 델피의 첫번째 상영작은
"넬슨제독의 마지막사랑".
비비안 리와 로렌스 올리비에주연의 영화입니다.
1952년에 중간휴식없이 최초로 3D영화를 상영했다니 정말로 유행을 선도하는 극장이었던 것이지요.
1955년에 시네마스코프 상영이 가능해 진 이후로는 헐리우드의 유명배우들이 개봉에 맞추어 제법 방문한 모양입니다.
지금도 그 당시의 70미리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극장 중에 하나입니다.

게다가 델피의 소신은 그때부터 유명해서
포기와 베스 같은 영화는 33주, 콰이강의 다리는 42주, 그리고 마이페어레이디 같은 영화는 무려 52주동안  롱런했답니다.
지금 하는  저 위의 사진속의 영화도 내가 아는것만 10주가 넘었습니다. ^^
뭐 장사가 되니 그러지 하시는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건물앞의 마당은 여름에는 당연히 야외카페로 활용되구요.
그 카페인 콰지모도 ( Quasimodo )는 정기적으로 수준높은 가수들의 공연이 열립니다.
저는 여기서 오래 전에  Marla Glenn 의 공연도 봤습니다. ^^
콰지모도 얘기는 다음에.. 

이 극장은 세계의 예술영화를 상영해주기도 하지만
유럽영화를 보호하는 연맹...? 과 소극장들의 연합에도 가입이 되어있습니다. 
베를린 영화제의 인터네셔날 프로그램이 상영되기도 해서  한국영화인들에게도 좀 알려진 듯 합니다.

대규모 자본들의 멀티플렉스는 그들대로, 이들은 이들대로 비교적 이성적인 공존을 하는셈이지요.
그것이 가능한 가장 큰 이유은 무엇보다도 소극장들을 지키고 싶어하는 관객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 극장 가자"가  "** 영화 보자" 라는  말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극장이 단관이기 때문이었고, 극장의 수 만큼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되었었지요.
요즘은 눈만 돌리면 극장이지만 정작 극장에 가면  선택의 폭이 그리 많지는 않은것 같습니다. 
한국 말입니다.. ㅜ.ㅜ


뭐 어찌됬건 ,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그동안 보고싶어했던 영화의 손그림 간판이 이 극장에 걸려있는 것을 보고,
보러갈 수 있는 때를 기다려, 극장에 들어가 표를 사고,  빨간 카펫이 깔린 계단을 올라가 저의자에 앉아,
불이 꺼지고, 무대의 커튼이 열리면.  정말로 가슴이 두근두근 합니다. 

저에겐  진정한 시네마 파라디소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