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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로포커스


언젠가 일본 드라마 역로(驛路) 에 대해 포스팅을 하면서 마쓰모도 세이죠 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2009년은 그의 탄생 100주년이었고,
이 영화도 그 해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이누도 잇신이 감독을 하고
일본의 간판 여배우 3인이 출연하여 화제였었다.
 


전쟁의 충격으로 모든것을 다 포기했으나
다시 새로운 무언가를 얻고 싶어, 그 전에 가지고 있던 것을 버리고 싶어진 켄이치.
어두운 기억을 깊이 묻어버리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지만 그것을 잃을 것이 두려운 사치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작은 행복이 언젠가 떠날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그 행복의 추억으로 살려고 하는 여인 히사코,
행복을 얻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 다시 사라져 버려 어리둥절한 여인 데이코.
네명의 젊은 남녀가 전쟁 때문에 소모되고 상처받고
그 후의 인생에서 고통받는 내용이다.


맞선으로 만난 켄이치와 데이코는 순식간에 결혼을 하고,
지방에서 근무하던 켄이치는 지방생활을 정리하고 오겠다며 떠난 후 소식이 끊어진다.
추운 지방인 가나자와까지 남편을 찾아 떠난 데이코는
남편의 행방을 찾아 헤매다 두 명의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양공주들의 영어를 쓰는 히사코와, 지방유지의 아내 사치코.

사치코는 일본 최초의 여성 시장을 선거에 당선시키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하는 중이다.
자신을 도와 남편을 찾던 시아주버님이 살해 당하고, 
그 이후로 남편의 부하직원도 살해 당한 후
데이코는 켄이치가 과거 미군부대 근처에서 경찰로 일 한적이 있으며,
히사코 뿐만이 아니라 대학생이었던 사치코 역시 전쟁으로 양공주 생활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된다.



세월이 흐른 후 가나자와에서 재회한 켄이치는 가명으로 히사코와 동거를 하고,
역시 가나자와에서 부유한 사모님이 된 사치코도 만나게 되는데,
데이코를 만나 결혼을 한 켄이치는 사치코에게 결혼을 해서 새생활을 하고 싶으니
히사코에게 일자리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 다음은.. 생략.
사실 범인이 누구인지는  중간이면 다 안다. 그래도.. ^^;;

제일 열받는 캐릭터는 역시 남자 켄이치다.
전쟁에 나가 동료 다죽고 겨우 두명 살아 돌아와, 그 속죄로 평생 결혼 안하려고 했다는데,
죽은 동료의 이름으로 히사코랑 동거질은 한다.
그리고 어린 데이코 만나 결혼 넙죽 한 주제에 히사코를 버리려니 미안하고 양심에 걸려
멀쩡하게 잘 사는 사치코에게 그녀가 먹고 살도록  일자리를 구해 달라고 부탁도 한다.
사실 사치코는 그때까지 양공주 시절의 친구인 히사코가 가나자와에 있는 줄도,
켄이치가 그 시절의 자신을 알아 본 줄도 몰랐던 것이다.
저 혼자 맘 편하게 잘먹고 잘살아 보려는 남자의 표본이다.
이 명분 저 명분 다 갖다 붙이며, 혼자 고뇌하는 척 하고 혼자 바른척 하지만, 글쎄.
어차피  팡팡걸이었던 히사코 데려가 결혼 할 맘이라곤 없었으면
그냥 깨끗하게 헤어지면 될 일을 괜히 잔머리 굴리다가 세여인의 인생을 작살 낸다.


마쓰모도 세이죠의 소설은 추리소설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그 보다는 범죄와 그를 추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심리나 본성을 그리는데 더 중점을 둔다.
그러다보니 그의 소설이나,
그로 만들어지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범인이 누군지 알기위해 손에 땀을 쥐는 스릴같은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제로포커스도 너무나 추리, 살인, 범죄영화로 띄운 바람에
시시하다, 지루하다 라는 평이 많은 듯 한데,
내가 보기에는 100프로 마쓰모도 세이죠 였다.
패전 후 라는 너무나 일본적인 배경에, 그 들의 사회가 반영되어있어
무작정 추리,범죄영화로 홍보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었던 듯 하다.

지난 번 역로(驛路)는 히로히토 천황의 죽음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깔고,
전쟁 후에 일만 열심히 하며 살아온  전후 세대의 끝과 그 후의 시대의 변화를암시했다면,
제로포커스에서는 일본최초의 여성 시장 당선이라는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대학공부를 했으나 어린 동생과 전쟁으로 몸을 팔며 살아가야 했던 여인들이
여성들도 걱정없이 공부하고 배울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얼마나 기대 했겠는가.
데이코 역의 히로스에 료코 상은 원래 별로 안 좋아하니 패스고,
기무라 타에 상은 역시 이번에도 순박하고 살짝 모자란 듯하지만 순종적인 히사코역을 맡았다.
늘 맡는 역할이 비슷하시다. ^^;;
사치코 역의 나카타니 미키상은  물 오른 절정의 연기를 보여 주신다.
나카타니 미키상을 보는 것으로 영화를 본 보람은 충분하다.

여담으로 비슷한 팡팡걸 사연으로 시작되는 비극중에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인간의 증명 이라는 책이 있다.
전쟁은 남자들이 일으키는데, 그로 인한 피해의 70프로는 여성이 보는것 같다. ㅜ.ㅡ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는데 좀 재미없다.

여담 2.. 왜 제목이 제로포커스 인지 모르겠다.
제로의 초점이 더 맘에 드는데 나는...
한국 번역판 책 제목도 제로의 초점으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말이다. 흠...




위에 언급한 드라마 역로(驛路)가 궁금하신 분은 클릭.
본인이 완전 좋아하는 배우 나카타니 미키 상이 궁금하신분은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