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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읽고/드라마,영화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

아직도 끊임없이 비가 내리고 추운 독일 날씨 덕에
집 밖은 커녕 침대 밖도 나가기싫은데다가,
큰 기대 품었던 신작 영화들이 다! 다! 다!  실망스러워
실망 하지 않을 옛 영화 중에
다시 꺼내 본 영화이다.
이 비슷한 제목의 한국티비 아침 프로가 있었던것 같은데... ㅡ,.ㅡ;;
여튼 소개하는 영화는
세상의 모든 아침. (Tous Les Matins Du Monde)
1991년도 프랑스 산이다. ^^
알랭 코르노 감독.
                                                                                  스승 혼자 자연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떠든다. 
                                                                      제자는 모자가 날아가는것이 더 걱정인듯 한데 말이다. ㅜ.ㅡ


옛날 옛날, 루이 14세의 시절에 유명한 비올라 다 감바의 마이스터이신 생 꼴롱브 는
사랑해 마지 않던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세상을 저버리고  칩거를 한다.
세상을 버리고 오로지 음악 속에서만 삶의 가치를 찾기를 원하며
두 딸과 사는 그에게
어느날 음악을 배우고 싶다며 구두장이의 아들이 찾아온다.

구두장이의 아들의 연주를 들은 꼴롱브는
왠지 경박한 그가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제자로 받아들이고,
그에게 예술의  정수를 가르치려 하지만,
어린 마랭 마레는 음악을 통해 부와 명성을 얻고,
화려한 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젊은이일 뿐이다.
결국 오래 못 버티고 스승에게 좇겨나는데,
마레는 생 꼴롱브의 딸인 마들렌의 사랑을 이용해
그녀에게서 스승의 음악을 배우고 그의 음악을 건네받은 후,
궁정으로 가서 원하던 대로 부와 명성을 얻는다.
사랑의 상처에 상심한 마들렌은 병을 얻고, 죽게 되며,
생 꼴롱브는 더욱 더 고독속에 묻히게 된다. 

                                                                          사랑에 빠진 처녀는 아버지 한테 배운 모든 것을 다 연인에게 알려준다.

세월이 지난 후 나이가 든 마레는
젊은 날 스승이 자신에게 가르쳐 주려 한 예술과 음악을 갈구 하게 되어,
옛날 버릇대로 스승의 오두막을 몰래 찾아가 음악을 듣곤 하다가,
어느날 지대로 딱 걸린 후 스승과 선문답 같은 음악에 대한 대화를 한 후 같이 연주를 하는데,
뭐 화해라고 할 수 있겠다. 

예술을 하는 이 중에 어느 누가 마레 같이 세속의 영광을 얻고 싶지 않겠으며,
예술을 하는 사람 중에 어느 누가 생 꼴롱브 같이 예술의 궁극을 보고 싶지 않겠냐만은.
현실은 별로 예술을 하는 이들에게 호의적이지는 않다.
다른 업종.. ( ! ) 도 마찬가지 이겠지만말이다.
이 영화에서도 꼴롱브 아저씨 혼자 예술 찾으시느라 딸들 농사 짓고 땅파고  고생한다... ㅜ.ㅡ

그래도 이 영화를 보다가 예전에 예전에 이문열이 쓴 단편인 금시조가 떠 올랐으니,
참으로 예술이란 것에 대한 이런 저런 사연과 이야기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엇비슷한가보다.

                                                                                                               예술 하시느라 딸들은 뒷전이신 아버지.. 흑

늙은 마랭 마레는 제라르 드빠르디유가 연기했고
젊은 마랭 마레는 그의 친아들인 기욤 드빠르디유가 연기했는데,
몇년 전 폐렴으로 죽었다는 소릴 들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이 영화에서 비올을 연주하던 모습이 생각났었다.
마레를 사랑한 꼴롱브의 딸 마들렌은  안느 브로쉐가 연기했는데,
그녀는 제라르 드빠르디유의  영화 시라노에서 아름다운 록산을 연기 했었다. ^^

등장하는 두 음악가 생 꼴롱브와  마랭 마레는 둘다 실존인물 이시다.
당연 영화는 온통 그들의 음악이  첨부터 끝까지 나온다.
이 영화에 나오는 비올라 다 감바라는  악기는 
첼로 비슷하게 생긴 악기 인데, 줄이 6개 또는 7개이다. 
종류가 한 3,4종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최초로 이 악기를 능숙하게 연주한 사람중에 하나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있다고 한다.
18세기 이후로 거의 사라졌다가 20세기에 들어 어찌 다시 부활했다.

독특하게도 이 악기는 탄식을 하는 듯 한 텅빈 울림소리를 한 번씩 낸다. 
특히 무반주 독주일 때 잘 들리는데,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이 울림이 대단히 허무한 느낌을 줘서
정신이 좀 멍 해질 때가 있다.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에서 그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

사운드트랙의 음악감독을 맡고 비올을 연주한 조르디 사발 ( 호르디 사발 )은 바로크 음악의 대가로 
그의 온 집안이 바로크 음악 집안이다. ^^;;  
베를린에서 한 번 비올라 다 감바 공연을 보고
몇 년 전 한국에 내한 공연을 해서 마침 서울에 있던 때라 보러 갔는데,
오케스트라와 온 서울공연은 좀 별로였던걸로 기억한다.
여튼 앨범에는 17세기의 비올라 다 감바의 소품들과  옛 민요등을 들을 수 있다.
바로크 음악의 팬이라면 가지는것이 좋겠다.

                                   위의 그림은 영화 속에서 꼴롱브가 알고 지내는 화가에게 부탁하여 그려오는 그림으로 나온다.
                                                                                           정말 생 꼴롱브랑 알고 지내는 사이 였으려나..??
                                                                                                         여튼 이 그림은 지금 루브르에 계시다.

미술 역시 훌륭하여, 보시면 알겠지만,
꼴롱브의 오두막 테이블의 정물 장면은
바로 바로크 시대의 정물화를 옮겨놓은 듯한 빛과 색채를 재현해 낸다.
특히 인물들의 클로즈업 장면들은
촛불 하나 켜 놓은 방에 그들과 내가 같이 앉아 있는 듯하다.
프랑스의 바로크 화가 루뱅 보쟁의  정물화를  많이 차용하였다.
의상이나,무대미술역시 좋다.

한 마디로 좋은 영화다.
세자르상 7개는 괜히 받겠는가. ^^

사족으로 세상의 모든아침 이라는 제목은
Tous les matins du monde sont sans retour  세상의 모든아침은 돌아오지 않는다..
원작인 파스칼 키냐르가 쓴 동명의 소설의 첫 구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