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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여러일들

6월


1,
오기 전부터 이상하게 탐탁치 않았던 한국행이었는데,
역시 와서도 별로 유쾌하지 못했다.
보고싶던 사람들을 본것은 좋지만,
하려는 일의 진행이 수월하지 않고,
예전의 좋았던 곳이 더이상 좋지 않아져 버린 것을 보는 맘도 좋지는 않다.

그래도 그것은 순전히 내 입장이니,
뭐라 그리 크게 불평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저 맘이 편하지 않은것은
타고난 소심함 탓이려니 하고 치우려는 중이다.

2.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을 보았다.
노래는 잘 하지만, 왜그리 말이 많아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정말 노래를 잘 하고,
이번에 새로 낸 앨범도 참으로 좋아. 
간간히 노래를 듣는 중에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공연을 한 장소는 이대 삼성홀 이라는 곳으로
예전에는 그 자리에  운동장이 있었는데,
학교 다닐 때 내가 참으로 좋아했던 그 사람과 그 계단에 앉아
운동장을 달리는 사람들을 구경했던 기억이 났다. 

신촌역 쪽으로 걸어나오니,
많이 화려해진 신촌역이 낯설다.
그래도 여전한 골목길이라던지,
언젠가 다른 친구가 넘어질 뻔한 맨홀 뚜껑이 있는 언덕길을 보다보니,
같이 걷던 후배에게 옛날 이야기를 주절주절 하게 되버렸다.

3,
아버지 친구분 따님이 피아니스트인데,
연주회를 하신다 하여 보러갔다.
프로그램도 쇼스타코비치, 라흐마니노프, 챠이콥스키인데...켁.
뜬금없이 그 사이에 이탈리아 테너아저씨가 나와서
너무나 성의 없이 베르디의  아리아를 두 곡 부르고는 들어간다.
친구분 따님의 라흐마니노프는 그냥 성실한 연주.

근데
난 세상에서 그렇게 연주도 못하고,
불행한 표정을 하고있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처음봤다. 
웃는 사람은 외국인인 지휘자와 컨서트 마스터 뿐.
보고있는 내가 다  우울해진다.
이런 공연의 가격이 15만원이다.
이번 여름에 오는 바렌보임의 공연도 15만원정도 인데,
이러면 바렌보임에게 좀 미안해 진다.
난 물론 공짜로 보긴 했지만, 
불쾌하다.

4. 
더위먹고 넘어간 며칠 후
장마가 왔다. 
바닷가에 비가오면 습기가  무시무시한데,
젖은 나무계단에서 미끄러져서 몇 계단 굴렀다.
다행히 근육만 조금 뭉치고 큰 탈은 없는데,
그 이후로도
불행의 별 밑에 서 있는듯,
카메라와 교통카드가 든 지갑을 잃어버렸다.
평소 무언가를 안 잃어버리는 나로서는 조금 충격적인 일.
미처 다 옮겨놓지 못한 드레스덴 사진과,
그날 아침 삼만원이나 충전한 교통카드가 아깝다.

그래도 의외로 담담해서,
이제는 이것으로 나의  나쁜 상태가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ㅎ

사실 충전도 오만원 하려다가 기계가 오만원짜리를 안 먹어서 삼만원 한 것이고
카메라를 잃어버린 것이 왠지 핸디를 잃어버린것 보다는 나은듯 하다. 
아마도 신분증이나 신용카드를 잃어버렸으면
정말로 우울증에 빠져버렸을지도..




그나저나 빨리 카메라는 하나 사야한다.
이번에 사실 돌쇠 카메라 하나 사서 선물하려고 했는데,
일단은 내 것부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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