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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1

아마도 세상에서 제일 작은 교회.

여행기를 계속해보자. 

쾨니히슈타인( Koenigstein )을 떠나 다시 국도로 들어섰다.
돌쇠의 고향마을,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돌쇠 엄니,압지의 고향마을 도이치노이도르프,(Deutschneudorf)로 간다.

이 지역,  Erzgebirge 은 체코와의 국경지역이고
많은 옛 동독의 지방들처럼 고속도로가 잘 되어있지 않다.
이 주변을 관통하는 유일한 고속도로는 드레스덴에서 프라하로 가는 길.
그렇지만 우리는 쾨니히슈타인에서 그 고속도로를 횡단하여 서쪽으로 가야한다.

평소 네비게이션을 불필요한 문명의 이기로 생각하는 나와,
그런 첨단기기에 별로 관심없는 돌쇠이니
차 빌릴 때 50유로나 더 주고 네비를 빌릴 리가 없다.
근데, 음..
지도도 미처 준비를 못했다.
구글맵에서 뭔가를 뽑긴했지만,
드레스덴에서 도이치노이도르프까지 가는 길이라,
중간에 쾨니히슈타인을 둘러가는 이 시점에는 별로 도움이 안된다.
그러나  나는 공인.. (..!) 인간 네비게이션.
대충 드레스덴 가이드북에 있는 손바닥만한 독일 전체지도 보니,
국경따라 서쪽으로 가면된다.
오후니 해 따라 가면 되는 것. 
아니면 국도니까  마을에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달려라 돌쇠.


이런 마녀, 내지는 그녀가 운영하는 과자집이 있을듯한 시커멓고 울창한 숲을 지나.


이런 푸른 초원을 지난다.
어마어마한 숲과 끝없는 초원을 한 한시간 쯤 보신 아버지.
이렇게 넓고 비옥한 땅과 울창한 숲이 있으니
어찌 이나라가 잘 살지 않겠냐고 질투 반, 부러움 반 섞인 말씀을 하신다.
우리나라도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겠냐고 하시는데,
"있는것도 다 뒤집어 엎던데요. 압지.." 라는 말이 목구녕까지.... 켁.

음... 아버지 또래의 아저씨들은 정말 애국자들이 많으시다


가다보니 길이 어차피 한 갈래 밖에 없어 잘못 들 염려도없는데,
늙을수록 겁이 많아지신 엄니는 이 길이 맞냐는 말씀을 오 분에 한번씩 물어보신다.
게다가 우리도 초행이라는 것을 어느 순간에 아시고는 거의 공포... ㅡ,.ㅡ;;
가뜩이나 초인적인 길맹인 돌쇠에게
이리 가라 저리 가라 안내하기도 바쁜데,
점점 스트레스가 오른다..아..

"엄마.. 주무세요.. 좀  ㅜ.ㅜ
아니면 저 울창한 숲에  고려장을 해 드리겠어요.. " 라고 협박을 해도 소용없다.
다행히 지도도 없다는 것은 들키지 않았다. ㅋ

사실 국도다 보니 길이 꼬불꼬불하고 속력을 낼 수가 없어 오래 걸리긴 했다.
초원 위로 해가 진다.



마지막 옆 동네 와서 결국 저 언니에게 길을 물었다.
그래도 너무 나이스하게 잘 왔다. -.-V
그러고서 보니 저 어여쁜 건물은 소방서
.

 
도이치노이도르프의 바로 앞 동네인 오버로흐뮐레 (Oberlochmuehle) 마을의 펜션에서 잤다. 
이 근방에서는 이곳이 제일 크고  아침식사, 저녁식사가 가능한 곳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웠는데 이 사진은 그 다음날 찍은 것 . 
이정표, 많이 예쁘다.
저 나무 모양을 하나 뽑아가고 싶었지만... 음..

도착해서 저녁을 먹고나니,
주인아저씨가 식후 술을 서비스로 주시며 한 마디 하신다. 
"당신들이 와 주어 좋군요." 
무똑뚝한 독일아저씨의 마음이 왠지 전해지는 느낌..? 
사실 외국인, 그것도 동양인이 뭐하러 이곳까지 오겠는가. ㅋ  

가구며 이불들은 낡았지만 깨끗하고 싸다.
아, 압지 방에 있는 티비가 대우제품이다. 
90년대에 대우가 동유럽을 휩쓴 적이 있는데, 그때 장만하신 모양이다. 
애국자 아버지, 사진도 찍고 괜히 뿌듯해 하셨다. ^^;;

 


다음날 아침 먹고 산책.
언젠가 크리스마스 시장을 소개할 때 등장한 이곳 에르쯔지방의 목각인형을 만드는 공장이다.
이 집이 특별한 곳은 아니고, 이 지방의 대부분의 가정은 집에서 여러 형태의 목제품의 수공업을 한다.
공방을 개방하고 판매를 동시에 하는곳이 대부분.


집의 창틀을 쇼윈도우로 이용하는 센스. 히히
형태와 주제는 집집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나하나 손으로 만드는 수공업인 것이다.


펜션의 계단에 있던 장식으로
이 지방 출신의 유명인들이 다 모여 계신다.

주인아저씨가 권한 대로 마을 언덕을 올라가니 제법 가파른 등성이가 있다.
헥헥 거리는 돌쇠를 뒤에서 찔러가며  꼭대기까지 올라 가보니. 

어머낭..
이런 줄리 앤드루스 아줌마가 뛰쳐나올 것 같은 들판..... 이있고.. 


아직 달도 안 저문 들판에는 살짝 감동스럽게 이런 교회가 있다. 
 


마을 사람들이 만든 교회.
이 주변 사람들은 나무를 다루는데는 도가 트신 분들이신것이다.


문을 열면 의자 여덟개와 창문틀을 이용한 십자가가 보인다.


벽에는 성경의 글귀를 예쁘게 새겨놓았다.
역시 나무다.


반대 방향에서 보면 이런 모양이다.
저런 지붕 모양이 이 지방 건축의 특색.
드레스덴의 프라우엔교회 보다는 덜 화려하고 작지만.
교회라는 점에 있어서는 동등하다.
유명한 건축가가 만들지 않아도,
이런 소박하고 사람들의 진심이 보이는 곳이 마음에 든다.


교회앞에서 내려다 본 마을의 모습.
저 너머는 체코이다. 

동서독이 아직 갈려있고, 공산주의 국가들이 개방을 하지 않았을 무렵,
국경 바로 넘어 체코슬로바키아의 영토는 공장지대 였다고 한다.
아무런 개념없이 그저 능률만 강조한 공산주의식 산업은
엄청난 자연재해를 몰고왔고
그들이 내뿜어댄 독가스와 폐수, 오물따위는 
국경너머 에르쯔지방의 산들을 다  파괴했다고 한다.

지금도 좀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가면 기괴하게 말라버린 숲이 있다.
사진으로 본 적이 있는데 너무나 끔찍스러웠다.
그런 공산주의와 이 보헤미아 지방의 약간 괴기스런 성향을 보면..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몬스터가 백프로 뻥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어쨌든  그 쪽의 공장지대는 다 없어졌다고해도
산성화된 토양을 복구하기위한 헬기가 이 날 아침에도 열심히 석회가루를 뿌려댄다.


이제 아침도 먹고 산책도 했으니,
도이치노이도르프로 간다.
사실 펜션 앞의 길만 건너면 이런 표지판이.. ^^

저 표지판의 남자는 광부, 그리고 망치와 정은 광산의 노동을 상징한다.
이 에르쯔지방은 원래는 은을 비롯하여 많은 광물이 나는 광산지방이었던 것.
에르쯔, Erz  라는 말이 곧 미네랄, 광물.. 이라는 뜻이다.

게비르게, Gebirge는 산맥 또는 산악지방.


다니는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기차길이 있었다.
아마도 작은 기차가 하루에 한 두어번 다닐지 모르겠다.
올 가을은 건조하고 해가 많이 나서 독일도 제법 단풍이 예쁘게 들었다.

아무리 부모님의 고향이라고는 하지만,
산소도 없는  이런 시골의 고향마을을 굳이 찾아간 이유는
이곳에 사시는 돌쇠 엄마, 아버지의 처녀, 총각 때서 부터의 친구분들이신
헤니히 아저씨와 아줌마를 만나기 위해서.
올해로 여든 두살이 되셨는데, 이 지방의 제일 유명한 목제인형공장 중 하나를 운영하신다.
힘들었던 공산당 시절을 버텨내시고 이제는 은퇴하셔서
지금은 그 아들이 물려받아 공장을 계속 하고 있다.
이 분들 뵌지도  오래된 데다가,
사돈어른들이 없어 한번씩 서운해하시는 울 엄니, 압지에게도 왠지 좋을듯하기도 해서이다.


자, 헤니히 공장 겸 집에 왔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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