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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2

사나운 소흥

소흥(紹 兴) 을 1박 2일로 다녀왔다. 
소흥은 항주에서 기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리고

외팔이무사가 즐겨마시던 소흥주와 꼬랑내 작렬 취두부의 원산지.

물론 중국의 작가 루쉰 (魯迅 )을 빼놓을수 없다.

사실 수향이라는 정취가 끝내준다는 작은 마을들 중에 한곳을 가 보고 싶었으나, 은근히 교통이 불편한데다가

슬슬 중국 생활에 지쳐갈 무렵이어서

마침 완전 좋은 호텔에서 땡처리 할인을 하길래

간만에 편하게 하루 보내고 오자는 심산으로 소흥을 가기로 했다.

 

항주 기차역에서 전쟁 치르듯이 기차표를 사서 소흥으로 갔는데

이 곳은 더 더웠고,

아마도 공산당 시절에 지어졌을 초고층 호텔 건물에 들어가니

족히 3층은 통으로 뚫어 놓았을 로비에 불도 켜 놓지 않아 고래뱃속같이 어둡고,

객실은  한 때는 최고급이었을 집기들로 가득하다.

욕실의 변기나 욕조는 일제.

이제는 너무나 슬프게 낡았고

엄청나게 두꺼운 카펫은 원래의 색깔에서 채도가  서너도는 떨어졌을듯 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댄스댄스댄스에 나오는 이루카 호텔이 이런 느낌일까.

호텔안내에는 직원이 영어를 한다고 되어있는데 그 새 관뒀나보다.

 

저 돌과 안의 부처님은 일심은 모르겠지만 동체이시다.  보면 좀 어이가 없다.

 

정원 에 계시는 거북이님.

 

어느 블로그에선가  완전 좋고 훌륭하다고 칭찬을 늘어지게 해 놓은 커이옌 이라는 곳을 먼저 가 보기로 한다.

가암풍경구 柯岩 风景区 라는 이름인데,

국가 차원의 관광지 어쩌고 해서 버스를 타고 한참걸려 찾아가 보니

공원은 대충 두 구역으로 나뉘는데

한쪽은 원래 채석장이었다는 돌산과 완전 큰 마애불을 중심으로 한 정원, 그리고  루쉰의 생가를 중심으로한 민속촌.

그리고 그 사이는 배로 연결해 준다.

이것 저것 많이 만들어 놓았지만 새로 만든 곳이고,

이곳물가에 비해 국가차원으로 비싼 입장권의 가치는 없는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공원 곳곳에는 바이킹을 비롯한 놀이기구 건설이 한창이다.

어떤 분은 이곳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던데

나는 불가능하다.

 

할아버지 패션센스가  나이스. 흔한 작업화 인듯한 저 신발, 사고싶었는데 말이지..

 

돌아가는 버스를 타려고 내린곳의 반대편에 서서

한참 버스를 기다렸다.

올때 탔던 77번 버스가 너무 시간이 많이걸려 갈때는 어차피 호텔로 갈것도 아니니

다른 노선으로 호텔 근처 까지만 가려고 하니

한참 만에 온 버스의 안내양이 반대편으로  가라고 한다.

건너가 좀 더 기다리니 버스가 오는데 감사하게도 에어컨 탑재.

어, 근데 올때보다 요금이 더 싸다.

버스노선과 요금체계의 미스테리.

소흥의 버스에는 안내양 언니들이 있는데,

언니들에게 목적지를 글로 적어 보여주면 내려주니 한결 편하다.

빨간 깃발로 여러가지 신호를 보내기도 하고

내릴 사람 없어요..! 라고 외치기도 하는 장면을 보니 어릴적 생각이 난다.

 

팔에 토시 낀 언니가 차장님되시겠다. 교통카드도 언니에게 찍어달라고 해야한다.

 

루쉰이 살고 공부했다는  루쉰고리에 가니 너무 늦어 문을 닫으려고 하는 중이다.

그냥 거리구경만 조금하다가 돌아가 좀 쉬기로 했는데, 

참으로 몸이 불편한 거지들이 많다.

조금씩 돈을 주다보니 비슷한 컨셉의 거지들도 보인다.

우리는  사기를 당한 것인가..

호텔 바로 뒤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국수집이 있길래 들어가서 국수를 한 그릇 씩 먹었다.

역시 맛집을 찾는데는 손님 머리수를 세보는 것이 제일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다.

한 그릇에 10원씩 맥주 두병까지 합쳐 30원

우리 돈으로 5000원 꼴이다.

 

저녁에 나가 이곳의 명물이라는 검은 배 오봉선을 타고 .

야경을 볼까했으나 이미 늦었다.

올 해 여행은 어딜가나 야경과는 인연이 없다.

다음날 아침 왕희지를 모신 절이있는 곳을 가니

그곳이 올드타운이었고,

소흥주 박물관이 볼만하다고 한  가이드북의 말을 믿고

역시 거금을 주고 들어가니

거대한 박물관에 유물은 커녕 볼 거리 조차 반도 채워놓지않은 채

입장객을 받는 배짱에 허탈해 했다.  

게다가 소흥주 저장고를 보라길래 내려갔더니

벽을 뒤덮은 목숨을 위협하는 검은곰팡이..

들어갈 때 입장권과 박카스만한 소흥주를 주길래 돌쇠가 완전 감격했는데,

그것은 그들의 찔리는 양심을 달래기 위한 자위도구.

 

박물관에서 목숨을 걸고 길을 건너 시내로 걸어가는 길로 접어드니

밤이었으면 오봉선을 타고 유람을 했었을 물길 옆 마을이다.

소흥에서도 여느 수향과 다를바 없는 정취를 느낄수 있다고 하지만

화려한 홍등이 꺼진 후  낮에 보는 삶은

더럽고 고단하기만 하다.

 

이곳은 루쉰고리 옆 운하라 좀 잘 살아 보인다.

 

이곳이 보통의 풍경.

 

공중화장실. 예전에 많이 떠돌던 중국화장실 괴담( 다 뚫려 있는 퍼세식...)은 이젠 거의 없는듯 하다.

 

미용실.

 

커이엔에서 얻어온 중국인을 위한 여행책자의 한문을 더듬더듬 읽어

명나라였나 언제였나 까먹었지만

어떤 화가의 고가를 갔는데

아름답다.

그리고 다시 루쉰고리로 가서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루쉰의 집과 학교등을 보고 나오니

지친다.

도시 전체가 민속촌 같다.

 

손님도 없는데 잠이나 잔다.

 

 

왕희지를 모신 절의 뒷문. 내가 본 중국 절은 대부분 벽을 노란색으로 칠해 놨다.
이소룡의 노란 추리닝도  뭔가 관계가 있을까??

 

소흥은 사납다.

중국 어디나 그런 느낌이지만

이곳 사람들의 살기는 더 심하고, 가난은 조금 더 관광객의 가까이에 와 있다.

아주 크지도 , 아주 작지도 않은 애매한 크기의 도시 때문인지,

기질 때문이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더 이기적이고 난폭하다.

퇴근시간이면 인도에도 차와 오토바이가 달리고

그들을 피하면 등뒤로 소리없이 전기스쿠터가 스치고 지나간다.

그리고 도시 공기 전체에 부유하는 취두부의 냄새는

더욱 더 지친 나를 힘들게 한다.

 

항주로 돌아가자.

 

 

 

TIP:

소흥을 가실 분들에게 드리고자 하는 안내는..

그곳에서 비싼 돈 내고 들어가는 관광지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는것.

루쉰고리는 안내소에서 쿠퐁만 받으면 여러곳이 무료였고,

제일 맘에 들었던 화가의 생가는 1000원 정도였다.

그리고 올드타운에 있는 왕희지를 모신 절 역시 1000원 남짓.

왕희지가 난정집서를 썼다는 난정은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중국에 많은 만들어진 정원이나 공원일듯하니

짧은 일정으로 가시는 분들은 이 세곳만 보셔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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