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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읽고/드라마,영화

두 명의 바토리.


며칠 상간으로  줄리델피 주연의 카운테스(Countess)와 안나 프릴 주연의 바토리(Bathory)를 보게되었다.
다루는 인물은 에르제베트 바토리,

헝가리의 귀족으로
600명이 넘는 동네처녀를 자신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도구로 삼기위해 죽였다는 혐의를 받는
역사상 최악의  악녀이시다.

비슷한 역사의 인물이나 사건을 다루는 영화들이 동시에 만들어지는 경우는 흔했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한 인물을 두고 접근하는 방법이 상당히 달라 흥미롭다.

줄리델피의 백작부인은
그녀의 성장과정부터 이미 싸이코의 기질이 농후한 여인으로,
심하게 똑똑해서 남자 알기를 우습게 아는
16-17세기의 귀족사회에서 별로 환영받기는 힘들었을  캐릭터를 보여준다.
사실 이런 여성은 지금도 살기 힘들다. ^^;;
그런데,  전쟁터나 떠돌며 다니던 남편이 죽고나서
막강한 그녀의 권력과 재산을 탐낸  득실득실한 떨거지들 사이에서
21살의 상큼한 꽃미남이 그녀 앞에 나타나 사랑을 속삭이니,
외롭던 아주머니 넘어가 버리신다.
(이 꽃미남은  버스터즈의 자뻑청년 쫄러로 나온 다니엘 브륄이 출연한다. 녀석.. 분발하는군..^^)
그러나 부인의 재산을 노리던 이 꽃미남네 아버지의 간계로 두사람은 오해속에 헤어지고
청년이 젊고 이쁜 여인과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은 부인은
자신이 늙고 추해서 채였다고 굳세게 믿으며 점점 더 맛이 간다.


그래서 젊은 아가씨들을 죽여 그 피에 목욕을 하고, 그 피를 마시고.... (보관에는 락앤락이라던데.. ^^;;)
시체를 숨겨도 양이 엄청나니 숨기지도 못하게 되어 그녀는 체포되고 재판을 받게된다.
결국 귀족이라 처형당하지도 못하고 창문도 문도  발라버린 방안에서 지내다가 자살을 한다는 내용..

그 반면 안나 프릴의 바토리는
그녀의  성장배경과 그 가문의 정치적 배경을 비교적 소상히 보여주고,
그녀의 당당함과 아름다움을보여준 후,
뜬금없이 이탈리아의 화가 카라바지오와의 로맨스를 끼워넣는다.
그래도 남편과의 사랑도 만만찮았음을 보여주는데, 
그녀의 남편이 죽은 후 그녀와 그녀의 재산을 탐내던  남편의 심복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그녀를 파멸 시키기위해 종교가들과 결탁하여 그녀를 모함한다. 
이 영화에서는 그녀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위해  소녀들을 살해하는 직접적인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중세 유럽에서  똑똑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제거하는 제일 쉬운 방법은
그녀가 마녀라는 소문만 내면 되는 일이었으니.
이 영화는 그녀가 그러한 계략과 질투의 희생양이었다는 쪽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재미로 보자면 줄리델피의 백작부인이 좀 더 낫다.
그녀의 연기는 이제는 프랑스 괴물 여배우 ^^;; 에 당당히 속하는 듯하고,
원래 사람들이 지어낸 얘기가 재미나는 법 아니던가.

바토리는 일단 2시간이 넘는 시간에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려는 의도는 알겠으나
지나치게 산만한 느낌이 들어서 좀 집중이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도 의도적으로 카라바지오를 등장 시켰듯이, 
영화 전편에  바로크 회화의 빛과 색채, 구도 등을 보여주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아름답다.

중세시대에 왕을 능가하는 권력을 지닌 귀족이었으니,  마을처녀 몇 쯤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래도 과연 그녀가 기록에서처럼 600명이 넘는  처녀를 죽였을까? 
신,구교 간의 갈등이라던지, 치사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합스부르크가와 헝가리 귀족들 간의 알력,
그 속에서 여자 혼자 몸으로 늠름하게 버티면서 이쁘기 까지 한 그녀가
남녀를 막론하고 눈엣 가시였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고,
게다가 돈까지 많으니 그녀만 죽으면 해피해질 사람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녀는 잘 알지도 못하는 귀족들의 고발로 재판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유일한 후계자인 아들은 그녀와의 의절을 강요 당했다고 한다.
그녀가 결혼만 했어도..  T^T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여자가 자기 뜻대로 안된다고해서 그녀를 파멸시키기 휘해 여러 남자들이 계략을 꾸미는 따위의 찌질함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못 볼 꼴이다.
여튼 바토리 부인은 그 남편과 덩달아 트란실바니아의 흡혈귀 이야기의 시작이 되셨으니 감사해야 하는건가...

그러고 보니 92년산 코폴라의 영화 드라큘라에서 백작의 부인 이름도 엘리자베스였다.

사족으로...
며칠전 웃자고 올린 이케다 리요코 상의 베르사이유의 장미 만화판 외전에
이  바토리 여사가 등장한다.
오스칼과 그녀의 조카,안드레, 로자리가  여행갔다가 바토리 백작부인을 만나 죽을 고생하다가 물리친다는 내용인데,
제법 재미나다. ^^ 
 
베르사이유의 장미가 어떻게 웃길수 있는지 궁금하신 분은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