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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여러일들

이상한 일들 몇가지.


살다보면 독일에서는 당연한 일들이 한국에서는 당연하지 않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한번씩 그것을 잊어버리게 되는 나는 잠시 잠깐 문화충격을 겪기도 하는데,
몇가지 그런일 들이 있어
적어볼란다.

1.
눈이온 며칠 후 택시를 탔다.
목적지는 요즘 일 하는 작업실인데, 그곳은 산 중턱에 위치한 군 부대를 조금 지나서 있다.
전철에서 내려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이 나오는 구간인데, 돌아갈 길이 얼마되지 않지만 그냥 거스름돈 받지 않고 다녔다.
기사아저씨는 제법 담배를 많이 피우는 분이신듯 차 안에는 담배냄새가 심했고, 라디오 소리도 제법 시끄러웠지만,
그냥 잠깐이니 참자 싶어 목적지를 이야기 하는데,
차도 사람도 없는 산 아랫자락에 와서, 눈이 쌓여있으면 가지 않겠다고 한다.
어이가 없지만,  부대가 있어 눈이 치워져 있었고  기사는 조용히 욕을 하더니 올라갔다.
군부대 앞에 오자  기사는 차를 세우더니 내리라고 한다.
살짝 짜증이나서 내가 처음부터 못 가신다고 말씀을 하시지 그랬냐고 하자
대뜸 " 너같으면 가겠냐? "
라며 반발을 한다.
하여 "그렇다고 반말을 하십니까?" 하니
#$%$#%^%&%*&^*&!!!!! 라는 쌍욕을 한다.

소심한 복수로 700원 거스름돈 끝까지 받고 내렸는데, 좀 맘이 상했다.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잊어버리란다. 참으란다.
안 참아도 별수 없는 일이지만

이상하다.

2.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잠실지역에 밀집되어있는 L 모사 계열의 커피 체인점 A XXXX 가게에서 만났는데,
사과 파이 하나를 뜨겁게 데워주고 드립커피 두 잔을 달라고 했다.
보온병을 만져보더니 드립커피가 두잔이 안 나오겠다고 한다.
나는 당연히 그럼 내려주세요 기다릴께요 했더니,
점원말이  드립커피는 아침에  한 번만 내린다고 한다.
어이가 없다.
웃으면서 그럼 아침에 내린 커피를 저녁 때까지 파냐고 했더니,
이 점원, 대단히 기분나빠한다.
별수 없이 정체불명의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사과파이는 차가왔고 맛이 없었다.
친구 말이 주는대로 먹잔다.
내 돈내고 먹는데..
이상하다.

3.
눈이 왔다.
며칠전에도 짧게 썼는데, 당연히 보행자를 위한  조치를 취했을 줄알고 나갔다가 미치는줄 알았다.
그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눈이 오면 그냥 녹는것이 최대한의 조치인가 보다. 
시내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건물에 깔려 있는 대리석 바닥과 박혀있는 동그란 쇠들과 눈밟은 신발이 만나면
거의 살인무기스러운 미끄러움이 생긴다.
연말 연시라고 알전구 장식할 돈은 있는데, 눈은 안 치우냐.
내가 아파트 관리실에 전화하겠다고 하자.
모두들 나를 말린다.
며칠 지나면 눈이 녹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이상하다.

4.
난 독일에서 티비없이 산다.
별 필요가  없을 뿐더러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티비는 항상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와서는 티비를 볼 수가 없다.
늘  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자기들 끼리 낄낄대고 비웃으며 노는 프로들 밖에 없다.
아니면 옛날에 누가 누굴 좋아하고, 누가 어쨌고...
그러면 그 다음날 그 말들은 인터넷 뉴스의 기사들이된다.
게임을 하면서도 "나만 아니면 돼" 라는 무서운 말을 웃음의 코드로 삼고,
드라마에서는 제일 자주 나오는 단어가 복수다. ^^;;
연말이 되자 방송국들은 시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사흘씩,나흘씩 비슷한 프로를 쏟아낸다. 
그 다음날 낮방송에는 그 시상식을 재방송, 편집방송, 특집 분석방송등으로 또 돌려 주신다. 
일상에서 타의에 의해 티비와 연예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큰 것이 아닌가..
이상하다 이상해.

사람들은 내가 생각이 많아서, 내가 외국에서 너무 오래 살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내가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인지는 몰라도,
나도 유학시절 서비스업종에서 아르바이트도 무지하게 해 봤고,
모든 세상이 합리적으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것을 알 만큼 나이도 먹고 경험도 했다.
그래도 세상에는 상식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나의 의무가 있는 만큼 나의 권리도 있는 것인데,
그리고 그들의 권리가 있는 만큼 그들의 의무도 있는 것인데,

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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