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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여러일들

영화 슬리퍼스의 신부와 현실의 성직자들.


슬리퍼스라는 영화가 있다.
출연진이 심하게 빵빵해서 신나는 액션을 기대하고 봤다가는
무거운 마음에 잠을 설치게 되는 영화다.
로렌조 카카테라라는 작가가 쓴 소설을 바탕으로 1996년 배리 래빈슨이 만들었다. 


뉴욕의 빈민가인 헬스키친의 네 소년이 불행한 사고로 소년원에 가게 된다.
그냥 몇년 소년원에 있다가 나오면 되는줄 알았던 이들은
소년원의 간수들에게 끝도 없이 폭행당하고 추행당한다.

네 소년은 죽을 때 까지 이 수치를 아무에게도 말 하지 않기로 하고
소년원에서 나온 후 각자의 삶을 사는데,
그 중 갱단에 몸담게 된 두 소년이
폐인이 된 제일 악랄했던 간수를 식당에서 우연히 발견한다.
소년들은 늙고 추해진 그 간수를 알아보는데,
그 간수는 자신이 인생을 망가뜨린 소년들을 알아보지 못한다.
소년들은 그를 총으로 쏴 죽인다.

네명 중 검사가 된 소년은 자신이 직접 재판을 주도하며,
너무나 태평하게 사는 다른 간수들의 죄도 들춰내고, 
친구들을 구해내기로 결심하고, 
그러기 위해서
자신들이 겪었던 일들을  어려서부터 보살펴 준
바비 신부에게 이야기 하고,
로버트 드니로가 분한  바비 신부는
어린시절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으로
자신의 직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게된다.

보는 내내 마음이 아픈  영화다.

아직도 티비건 어디서건 해 주면 기회있을 때마다 본다.
책도 좋았다.
어린 날의 상처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에게도 손을 내밀지 못하는
마이클 역의 브래드 피트의 상처받은 청년의 연기는 일품.

내가 이 영화를 떠올린 이유는
독일 카톨릭 성직자들의 성추문이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인데,

연초에 아일랜드 카톨릭신부들의 아동학대 및 성추문이 들통나
교황이 유감의 편지를 썼다지만,
그 즈음에 
오래 전 부터 있어왔던 한 카톨릭 기숙학교의 교사와 성직자에 의한
폭력 및성추행 고발로 독일이 발칵 뒤집어지기 시작했고, 

어제까지도 속속들이 다른 피해자들의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어떤 피해자는 학교 동창들에게 입 다물라고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카톨릭 사제의 폭행및 성추문은 문제는 이 지역 뿐만이 아니라,
독일 전역에서 이제는 미국에 남미까지 번지고 있는 모양이다.

독일에서는 심지어 교황의 형님이 30년이나 일했다는 
유명한 레겐스부르크 대성당의 소년합창단에서도  지속적인  아동 성추행과 폭행이 자행되었다 하고, 
80년대에  미국의 신부에 의한 청각장애 아동 성폭력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그냥 씹어주신 것이  뉴욕타임즈인가에 보도가 되어
이제는 그가 근무했던 시절의 독일 교구기록도 검찰의 조사가 들어간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로
교황의 체면도 말도 아니게 구겨지셨다.

                                   성추문에 연루된 신부들을 쫓아내야 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시민들이 시위 중이다.

신문에 실린 연도별로 정리된 성추문 보고서를 읽다가 구역질이 나고  열이 받아 중간에 집어던져 버렸다.
한 67살 쳐드신 교구신부가  8년에 걸쳐 14명의 소년에게 200회가 넘는 성추행을 했다는 기록도 있다.
어떤 선생은 아이에게 살아있는 도롱뇽을 먹이기도 했단다.


이 지점에서 독일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그 아이들의 에미,애비들은 뭐하는 사람들이냐.? 
애가 그 지경이 되면 알 수있지도 않겠냐?
그리고 애들도  독일애들 15세면 거의 어른 아니냐?고 물었더니
일단 그런 카톨릭학교는 대부분 기숙학교고 나름  엘리트 학교여서 
그 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별 짓을 다하는 데다가.
부모들은 선생을  무조건 믿는단다.
성직자들인 것이다.
애들이  이런 저런 소리 해 봤자 무시당하고,
그런 스트레스를 받은 아이들은 서로에게 무시무시한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른이 된 이후에도 그런 사회의 카톨릭 세력은  생각보다 엄청난 것이고,
그 누구도 그들에게 대항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낼 생각도 할 수 없을 뿐더러,
설사 그런다고 해도,
교황이 그러신 것 처럼 처럼 어느 선에서 사뿐히 씹혔다는 것이다.

미칠 노릇이다.
지금은 21세기 아닌가..

이러한 소문은 늘 괴담처럼 떠돌았다고 하는데,
이번에 발칵 뒤집어진 것이다.
이 잡듯 다 잡아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검찰이 수사에 나서고,  피해자의 핫 라인을 개설하고,
성인이 된 후  어렸을 적에 당한 성폭력을 신고할 수 있는
시효기간을 10년에서 30년으로 늘린다고 한들..
그 아이들이 받은 상처가 아물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이 가진 권력을 무기로,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약자를 유린하고 폭행하면서
쾌락을 추구하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성직자의 의무와 먼 거리에 있는 것인데,
그 들은 자신의 행동에 어떤 변명을 할 수 있을까..?
고해성사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을까?

다른 큰 일들이 많아  잠잠해 지는듯 하다가.
어제 다른 학교의 고발이 이어지면서
또 다시 수면으로 떠오른 끝도없는 이 뉴스를보면서 절망한다.
그리고 영화 속 소년들의
절망에 찬 눈빛이 생각이 났다.
용기를 내고 수치심을 이겨낸  독일의 고발자들이 외면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슬리퍼스의 소년들은 고발할  형편도 안 되어 
자신들이 직접 복수를 해야 했는데
그것이 더 나을런지는
두고봐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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