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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여러일들

안녕, 전화기.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유학 이란것을 처음 나와
말설고 낯설은 독일 땅에서
내 머리위로 지붕 하나 구해 놓고서 
제일 먼저 장만 한 것이 전화와 오리털 이불, 그리고 커피 메이커였다.


오리털 이불은 베를린으로 이사하면서 버렸고, 
커피메이커는 몇년전 이사하면서 유리주전자가 깨져 버렸다. 
전화기는 아직도 쓰고 있었다.  

전자제품 양판점에서 특가상품으로 나온것에
10미터 짜리 줄을 달아.
몇년 전 놀러온 동생이
줄 달린 무선전화기라며 놀려대기도 했었다.

새 물건을 사는데 별로 관심도 없고,
깨끗하게 쓰는 편이라,
보통 뭔가를 사면 옷이건 전자제품이건 오래오래 쓴다.
그래도 물건이라는 것도 사람처럼 수명이라는 것이 있고,
이런 물건들도 쓰다보면 왠지 나름의 의지가 있는듯한 생각이 드는 때도 있다.
이 녀석이 이제는 하기 싫다고 한다.

그동안 좋은 소식 ,나쁜 소식, 기쁜 소식, 슬픈 소식 전해주고,
전화하다 화가 나면 팽개침과 폭행을 엄청 당하고서도
오래 버텼다.
환경오염 때문에 땅에 묻어줄 수는 없지만,
그리고 아마도 금방 다른 전화기에 익숙해 지겠지만,
그 동안 고마웠어.
안녕, 전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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