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 밖에 여러일들

김치 해먹기


김치를 담궜다.
담궜다가 맞는지  담았다가 맞는지 둘 다 맞는지 모르지만 여튼.

한국에서 오면서 가져 왔는데,거의 다먹은 데다가,
날은 추워도 계절은 봄이라고
시장에 나가면 오만  제철 채소가 다발로 놓여 있으니
그 유혹을 피하는 것도 힘들다.

김치라는 것은 다단계의 심한 중노동 이므로
매번 벌 서는 심정으로 만들어 먹지만,
몇 번 파는 김치를 사서 먹고는
돈 아까워 버리지 못하는 나의 성격과 가난을 저주 하느니,
그냥 해 먹는것이 낫겠다 싶은 맘이다.

안 먹어도 되는 것이 김치 이지만,
있으면 부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
문제는 늘 김치를 할 때 마다
재료의 구입 과정에서 이성을 잃고 이것 저것 사서
몸이 힘들어 꺽꺽 거리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인데,
이번에도 역시 이성을 잃었다.

배추야 여러가지로 해 먹을 수 있으니,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인데,
봄이다 보니, 부추를 사고, 그러다 보니 그 옆에 있는 쪽파를 사게되고,
그러다보니 하는김에...
라는 심정으로 눈에 띈 산마늘 까지 덜컥 사서,
장바구니 가득 퍼런 풀을 들고 오니
사람들이 좀 이상하게 쳐다 본다.

얼마 전 소개한 애프터라이프 틀어 놓고 마늘을 끝없이 까고,
파를 다듬고, 부추를 다듬고, 배추를 절이고,
배추를 절이고 난 후 씻을 때는 폴싹 쪼그라 든 배추를 보며 늘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며,
좀 더 살껄 그랬나... 라는 후회를 한다.
역시 하는 김에 더 할껄.. 이라는.. 무서운..
아악...!

                                                                                                          맨 윗통은 벌써 죽죽 찢어 신나게 먹었다.

김치를 다 만들고 난 다음의 설겆이는 또 왜 그리 끔찍한지,
김치 양념에 들어간 고춧가루는 초능력이 있어 
말이 안되는 장소에도 튀어간다.
게다가 아메바도 아닌것이 자가분열 능력마저 있어
행주로 닦아도 분신술을 행하거나, 흔적을 길게 남긴다. 
대적할 자로는 김이 있겠다.
덕분에 김치를 하고 난 후의 뒷풀이로는 부엌 대청소를 권장한다.

그래도 김치를 다 해서 통에 넣어 바로 먹을 것과
뒀다 먹을 것을  분리하여 저장하고,
김치 하는 김에 돼지고기도 삶아 먹고,
할 짓은 다 한다.
유학 나오자 마자 만들어 먹기 시작했으니,
좀 한다. ㅋ

그래도 8월에 한국 가기 전 까지 또 하고 싶지는 않은데,
모를 일이다. ㅜ.ㅡ
그래도 왠지  밥 반찬 해 먹는 걱정이 반 쯤은 줄어드는 느낌이다.

하여 오늘 저녁은
애겨애껴 먹던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를
미련없이 다 털어 놓은 김치찌개다. 
야호.


세상의 모든 김치 얻어 먹는 자들...
감사한 줄 알며 먹을 일이다.




'그 밖에 여러일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네 산책  (4) 2010.05.30
크레파스 이야기  (4) 2010.05.21
안녕, 전화기.  (0) 2010.04.29
I Pad, WePad 그 다음은..?  (2) 2010.04.17
영화 슬리퍼스의 신부와 현실의 성직자들.  (3) 2010.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