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싫어하는 사람도 축구를 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월드컵에
급기야 독일전이 있는 날이다.
다들 축구 보느라 조용한 틈을 타서 이것 저것 쇼핑할 요량으로 길을 나서는데,
집앞 마당에 온 이웃들이 다 같이 모여 축구를 본다.
이웃사촌 정신을 발휘해 같이 맥주 한잔 나누면서 함성을 질러줄까 잠시 고민했으나,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축구에다가 우리나라도 아닌데,
보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다. ^^;;
어제 이기기라도 했으면 우쭐하며 앉았을지도 모르지만..
"너희 나란 어땠어..? "
"음... 어제 4대 1.. 아르헨티나한테.... " 라는 각본이 예상되어 좀 싫어졌다.. 흠.
평소보다 훨씬 한산한 백화점을 편안한 마음으로 다니면서
이 가게 저 가게 둘러 보는데,
식당마다, 카페마다, 티비를 걸어놓고 본다.
재미있는 것은
티비 전송방식에 따라 약간의 시간차가 생겨서
옆가게 티비가 스포일러가 되기도 한다. ㅋ
사람들이 많은 가게들과,
부서진 교회가 있는 쿠담에는 경찰들이 좀 와있다.
경기가 끝나면 요런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인데... ^^
세르비아가 이겨서
온동네 세르비아 분들 다 나오셨다.
부부젤라도 단돈 3유로에 장만할 수 있고,
국기에, 메가폰에 얼굴에 그림그리는 것은 기본이다.
독일이 져서 많은 독일팬들 아쉬워 하지만,
세르비아 인들은 이겼으니 그들은 축하하라고 내버려 둔다.
그런거 보면 독일 사람들 좀 착하다.
축구도 같이 봤는데,
둘다 이길 수는 없으니,
한 팀은 이긴것을 기뻐해야 하지 않겠는가.
경찰들은 기뻐하는 세르비아인들을 막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안전하게 기뻐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그 대문에 불편하지 않도록
버스와 일반 차량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노력을 한다.
지금은 경기가 끝난지 한 4시간쯤 지났는데,
아직도 빵빵 거리며 차들이 달린다.
길 막고 노시는 세르비아 분들.
그래도 독일이 이기지 않아 좀 조용한 편이다. ^^;;
허긴.. 2002년에 터어키 이길때는 뒤집어 졌었다.
집에 오는데,
나의 이웃사촌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맥주를 제끼시는 중이셨다.
괜히 민망하고 웃음이나서 잽싸게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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