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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즐기기/독일에서 생긴일.

러브 퍼레이드의 참사

독일에는 러브퍼레이드라는  유명한 테크노 파티가 있는데,
1989년엔가 한  엘렉트로 음악 DJ가  "정치적인 사랑의 데몬스트레이션." 이라는 기치로 시작했으나,
2001년 부터 완전한 상업적인 행사로 분류되어 베를린에서 3회 인가 행사가 있었다.
그리고선 그 행사는 루어 지방의 도시들에서 벌어지게 되었는데,
왜 더 이상 베를린에서 하지 않는지는 나도 모른다.
베를린에서 벌어지는 행사중 제일 후진 것 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했다.

루어지방 (혹은 루르. Ruhr Gebiet)은  
쾰른, 뒤셀도르프, 뒤스부륵, 에센,도르트문트,보쿰 등의
중소도시가 가까이 연결되어있는 지역으로,
올 해 유로연맹에서 주관하는 유럽 문화의 수도로 지정되어
이런저런 행사들을 야심차게 벌리고 있었고,
그중 나름 핵심 행사가
뒤스부룩에서 벌어진 이 러브퍼레이드인데,
과한 욕심과 오만과 멍청함으로
자그마치 19명이 죽고, 350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사람많은 장소를 좀 무서워 하는 나는 그림만 봐도 멀미난다. (Foto: APN)

문제의 원인은  이 행사가 벌어진 장소인데,
기차역 옆의 오래된 화물기차역의 공터로,
늘 탁트인 오픈된 공간에서 열린 이전의  러브퍼레이드와는 달리,
이곳은 기차 선로와 고속도로 밑으로 뜷어 놓은 굴다리로만 들어갈 수 있는
폐쇄된 공간이라는 것.
게다가  이 두개의 터널이 마주보고 있어서,
두개의 터널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좁은 가운데 공간에 몰려
정체현상을 일으키는 바람에
사람들이 밀리고 쏠리고 넘어진것이다.
그 다음은 상상으로도 충분한 일.
경찰들은 굴속으로 들어가는 입장 인원을 제한했다고 하지만,
상대는 놀겠다고 덤비는, 술에 또는 약에 취한 젊은이들이다.
배리어를 쳐 봤자 그들은 넘어들어간다.
장사 하루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그걸 모른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DB Hauptbahnhof  즉 기차역에서 이어진  짤간 점선이 행사장으로 가는길, 
                                                                      빨간줄이 들어가는 입구인 터널 , 붉은 원이 사고가 난 지점이다.  (ARD)

어제 모인 사람들의 수가  백사십만이라고 한다.
행사장소는 삼십만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주최측은 백만이 안 넘는다고 하지만,
뻥이다.
베를린에서 할 때도 항상 백오십만 정도였고,
재작년의 에쎈 행사는 백육십만이었다.
뒤스부룩의 전체인구가 오십만 정도로 알고 있다.
뒤스부룩과 비슷한 크기인 보쿰 시는 작년에 충분한 공간과 안전의 이유로 행사를 거절했다.

뉴스에서 본 화면과 그 와중에 누군가가 핸디로 찍은 굴속의 광경은 지옥 그 자체.
그 자리에 있었던 증인들은
자신은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며
손을 내미는것 밖에 할 수 없었다며 멍한 표정으로 증언한다.
뉴스의 사진 장면들역시  강도가 약한 것일텐데도
끔찍하다.

 러브퍼레이드 주최 측의 안전대책위원회에서는,
자신들은 모든 경우를 생각하였다고 하면서,
그 터널은  모든 이들이 출입하기에 충분한 넓이였다고 하지만,
거기 있었던 사람들과, 
사전에 그곳을 답사한 소방대원들의 증언은 일치한다.
백사십만이나 되는 사람이 모이는 행사장에
출입구가 길이가 자그마치 300미터나 되는 터널 두개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
심지어 한 소방관은 며칠 전 경찰에 이 행사를 중지시켜야 한다며 경찰에 고발까지 했다 한다.
주최자는 앞으로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을 생각하여,
앞으로 러브퍼레이드는 없을 것이라고 말 하는데,
말로는 뭔들 못하냐.


                                                                                                                                                (Foto: APN)
독일의 모든 미디어들은 난리가 났고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지사는 
그 장소에 왔다 가는길에 울기까지 했으며 (여성이시다)
오늘 뒤스부룩 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은 대단히 감정적이되어 시장, 경찰청장, 운영위원장,안전대책위원장을 박살을 내 버렸고,
안전대책 위원회의 고문역할을 맡았던
패닉연구를 한다는 대학교수는 티비 인터뷰에서 묵사발이 났으며,
오늘 아침에 검찰이 모든 서류를 압수하여 수사가 진행되고있다.
심지어 독일 경찰노조 주 지부 위원장도 경찰내부의 경고가 있었음에도
뒤스부룩에서 이런 큰 규모의  행사가 허가난 것은 넌센스라고 말한다.

더 큰 참사를 막기위해 어제의 행사는 그냥 계속 진행이 되었다고 하고, 
그런 사고가 있었는지 모르는 참가자들은 밤 12시정도까지 춤추고 술 마시며 논 모양인데,
한 구조대원의 증언을 빌리자면,
자신들은 깔려죽은 시체를 빼내고, 쓰러진 사람들을 구조하고,
사람들은 살려고 아우성을 치며 무엇이든 잡고 올라가려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사람들이 테크노음악에 춤추고 노는 장면은
너무나 초현실적이고 그로테스크 했다고 한다. 

                                                          지금 이장면은 노는 것이 아니고 밑에서 깔려 죽을까봐 위로 기어올라가는 장면으로,
                                                                                          이러다가 떨어져서 죽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Foto: APN)



이러한 대형 사고의 원인은 항상
업주의 상업적 이기주의와 안전의식 부족, 정부의 감독ㅍ소홀과
결정적으로 책임자의 처벌미흡이 이라고 한다.

파티에 참가한 어린애들 조차 알수 있는 "이 터널은 너무 좁다.."가
어떻게 그들의 눈에는 충분한 크기로 보일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린 자식이 방학 맞아 친구들과 놀러가겠다하여
용돈 손에 쥐어 보냈는데,
사람들에게 깔려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
예전에 한국에서 있었던 씨랜드 참사가 생각난다.

앞의 세가지야,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수 없다 치더라도,
남은 한가지인 책임자의 처벌은
우리나라에서 보다는 좀 더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죽은 열 아홉명의  젊은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

                                                                                                                                          (Foto: REUTERS)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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