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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즐기기/브란덴부르거문 말고도

베를린의 야외무대. Waldbühne


어제는 6월의 마지막 일요일로,
베를린필하모니의 시즌 마지막 공연이 있는 날입니다.
이 공연이 끝나면 여름인 것이지요.
베를린 필하모니는 1984년부터 이 마지막 공연을 베를린의 서쪽에 있는
Waldbühne에서 하는데,
말 그대로 숲속에 있는 무대입니다.
이 근처에는 손기정 할아버지께서 금메달 따신 올림픽 스타디움이 있습니다.
한 20,000명 정도 들어가는 엄청 큰 극장인데.
베를린필하모니 뿐 아니라 베를린을 찾는 많은 대중음악가들도 여름에는 이곳에서 공연을 많이 합니다.
올 여름에 프린스가 온다하여 고민 중입니다만...

아무래도 야외다 보니,
컨서트 홀에서 하는 클래식 음악회보다는 자유롭고, 소풍스런 분위기입니다. 
특히 록 컨서트의 스탠딩인 아레나는 땅바닥에 담요 갈고 앉거나 드러누워 볼 수 있어,
나름 매니아 층이 형성이 되어 있기도 합니다.

                                                                     화장실 옆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 자리에서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ㅜ.ㅡ

이 컨서트는 워낙 인기가 좋아서 좋은 자리는 표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뭐 맨 뒷블럭은 공연직전까지 자리가 있긴 합니다만,음향이 실내만 못해서
제 생각에는 앞자리나 아레나에 드러누워 그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 아니면 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독일의 이베이는 이런 컨서트의 표를 조직적으로 대량 구매해서 비싸게 팔아 처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합법적으로 허용이 되는지  세금계산서 까지 끊어가면서장사 잘들 하십니다.
그래도 올 해는 축복을 받아 정가보다도 싸게 아레나자리  표를 내 놓은 개인 천사가 있어
보자마자 냉큼 질러 놓고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

                                                                             아직은 비어있습니다. ^^ 저 뒤의 시멘트 벽에 조명놀이 해 주십니다.

베를린필의 발트뷔네 공연은 매 공연마다 주제를 정하여 레파토리를 선정합니다.
지휘자와 솔리스트들도 주제에 맞춰 초대됩니다.
2007년에 갔을 때 아레나에 담요깔고 앉아 보았는데, 
사이먼 래틀 지휘에 랩소디의 밤이었습니다. 
쓰러지게 좋았다지요. 
그 전까지 좀 흥! 하고 있다가 래틀 님의 팬이 되어 버렸습니다.

좀 불편한것은 가격대 별로 블럭이 형성되어있고
블럭 안 에서는 자유좌석제여서
저녁 8시 15분 공연에 6시에  입장을 시켜주는데,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를 찾하려고 사람들이 일찍 와서 기다립니다.
어제는 날씨가 엄청 더워서  쓰러진 사람도 있습니다. ^^;;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도 누가 쓰러져서 실려갔습니다.
아무래도 관객들의 연령대가 높다보니.. 

                                                                                                                                    자리 잡자마자 먹습니다.
 
                                 
                                          조정실 앞의 봉투 놓인 자리는 VIP석입니다. 그들은 줄 설 필요도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ㅜ.ㅜ


독일에서 이런 행사에 가면 열이 받는 것이..
줄을 잘 안 섭니다.
무더기로 선다고나 할까요. 누가 새치기해도 소심해서 대놓고 말도 잘 못합니다.
독일 사람들이 줄 을 제일 잘 서는곳은 변소랑 물건사고 돈 낼 때입니다.

여튼 독일 잉글랜드의 축구가 끝나기 조금 전에 시간을 맞춰 전철타니,
한가 합니다. 유후!  
지난 번에 이거 보러 갈 때는 전철에서 눌리고 숨막혀 죽는 줄 알았습니다.
만원전철,버스는 독일에서는 드문 경험입니다.

여튼 가는 길에 전철 운전사 아저씨가 차내방송으로
"승객여러분!!! 3:1 입니다!!!". "4:1 이군요!!!"   하고 알려주니
우와~~~!!!! 하며 전철이 한 번 씩 흔들 합니다. ....흥! ㅜ.ㅡ
이 재미난 월드컵 축구 독일경기에도 불구하고 좋은 자리를 향한 일념에 불타시는 클래식 팬 여러분들,
벌써 대문앞에 줄을.. 아니 뭉쳐 서 있습니다. 

                                                                                다들 돗자리야 방석이야 도시락이야 한 집씩 들고 계시지요. ㅎㅎ 


 6시에 문이 열리고  입장을 하는데, 
같이간 친구가

줄을 잘못 선 바람에 플라스틱병에 싸간 피같은 와인을 빼앗깁니다.
원래 유리병만 아니면 가져가도 되는데요. 
내용물의 양과 상관없이 병의 크기가 크다며 버리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씨부려서  
열 받은 친구 한 10분간 진지하게 실랑이를 벌였는데,
원래 저런 데서는 완장 찬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ㅜ.ㅡ
다른 줄 서는 사람들은 들고 가는데..
보통은 이런일이 있으면 제가 엄청 화를 내지만,
오늘은 친구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달래 줍니다.
"괜찮아, 괜찮아.. 우리에겐 아직 물과 고구마가 있어..... 응??"
사실.. 물도 병이 컸는데, 와인땜에 실랑이 하다가 물은 그냥 지나쳤다는.. 켁..

뭐,그래도 엄청 무서운 계단을 무사히 다 내려와 아레나에 돗자리를 폅니다.
앞으로 두시간..
사람들은 자리펴자 마자 먹기 시작합니다.
그렇습니다.
독일인들.. 유럽에세 젤 뚱뚱들 하십니다.
먹고, 먹고, 또 먹고,
마시고, 마시고, 지치면 담배핍니다.

                                                                                저 계단은 거의 살인무기 수준입니다. 남산의 108계단. 흥! 입니다.
                                                                                                        화장실 한 번 갔다가  숨차 죽는줄 알았습니다.

독일은 위도가 높아 해가  늦게 집니다. 
요즘 같으면 10시가 되어야 어두워 지지요.
자리에 앉아. 책 보다가 두리번 두리번 사람들 구경하다가
받아 온 프로그램을 보니,
켁...
오늘은 사랑의 밤, Nacht der Liebe 이랍니다.
솔리스트는 미국의 르네 플레밍 Renee Fleming
지휘는 이온 마린 Ion Marin 입니다. 
                                                                  뒷통수 보이시는 분이 아온 마린 님입니다. 일찍 오셔서 점검 하시는 군요. ^^

이온 마린은 루마니아 출생으로 86년인가 망명하여 오스트리아 시민이 되었습니다.
당근 빈 필하모니에도 있었고, 왠만한 유명 오케스트라 다 거치신.. 요즘 인기 절정의 지휘자 이죠.

                                                                                                                                   손 번쩍 들고 나오십니다.

8시 15분이 되자 이온 마린이 등장 하시고,
연주가 시작됩니다.
첫곡은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입니다.
어수선한  공연장의 주의를 집중시키기게 딱입니다.
시절과도 딱 맞는 군요.
단지 저는 계속해서  디즈니의 환타지아 생각이 나는 바람에.. ㅜ.ㅡ
이래서 디즈니가 싫단 말입니다..

첫곡이 끝나니,
지휘자님이 마이크를 잡고 "4:1, 4:1  마이크 테스트 중.." 이라는 말로 독일 관객들의  불같은 호응을 이끌어 냅니다.

                                                                                             인기 있는 사람들은 사랑받는 법을 아는것 같습니다. ㅋ
잠시후 
르네 플레밍 아줌마가 빨강 드레스를 입고 나와 드보르작의 루살카를 부릅니다.
역시  팝페라나 뮤지컬도 많이 부르시는 분 답게
동작이  엄청 오바스럽습니다. -_-;;
목소리를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만. 
그녀의 과장된 연기를 보자니  웃음이 나서 . 흠..
제가 나쁜 관객인 걸까요..

                                                                                                                            이 언니, 올해 51세 이십니다.
                                                  예전에는 제법 풍만.... 하셨는데,  몇년 전 죽음의 다욧트를 하셔서.. ^^;;  아름다우십니다.

발트뷔네와 베를린 필의 공연을 묶어 쓰려니
너무 길고 사진도 좀 많아,
이어지는 공연이야기는 다음 포스트에 올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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