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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즐기기/브란덴부르거문 말고도

베를린의 마지막 컨서트, 베를린필하모니 발트뷔네 공연

날이 더워 축축 쳐져 있다보니,
어제 바로 이어 올리려던 글을 내버려 뒀습니다.
뭐 사실 찾으시는 분도 별로 없어서.. ^^ㅣㅣ
오늘도 나가려다가  온도계가 34도 인것을 보고
저녁에 나가야  안 죽을 것 같아 그 사이 마음먹고 포스팅을...

지난 포스트에 이어서 베를린 필하모니의 발트뷔네 컨서트에 대해 올립니다.
컨서트의 프로그램이야 궁금하신분들은 어떻게든 아실 수 있으실 테고,
곡들의 설명을 줄줄이 나열할 필요가 없는것 같아  생략합니다.

1부에서는 르네 플레밍이 드보르작과 스메타나 두 곡을 불렀는데,
솔직히 저는 별로 큰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옆자리에 비집고 들어온 뻔뻔한 가족과 그 가족의 시끄러운 딸 때문이었는지도 모르지만. ^^;;

그녀 없이 이온 마린이 들려준 하차투리안의 스파르타쿠스가 훨 좋던데요.. 흠..

                                                                                    2부에 등장하실 때쯤 해가 지기 시작했습니다.

중간 휴식시간에는 베를린 지방 방송국의 관객 인터뷰도 있었고,
짧은 시간에 화장실을 찾으시는 분들의 행렬이 계단으로 주와악 이어집니다. ㅋ

                                                                  저런 리포터 들은 언제나 기분이 좋아 미칠듯 한  얼굴을 하고들 계십니다. ^^

                                                                       저 계단의  뒷 모습들이 약 10분 후 부터는 다 앞모습으로 바뀐다는.  ㅋㅋ

2부는 바그너로 시작했습니다. 
오늘의 프로그램은 저에게는  좀 힘이듭니다. ^^;;
그래도 밤 10시가 되어가니 슬슬 해도 지고 바람도 서늘해 지기 시작하는 군요. 
아레나의 관객들은  이런 폼으로 구경을 하다가.


이런자세로 박수들을 치십니다. ^^;;

                                                                          중간에 저 할아버지는 박수소리에 깜놀 하셔서 벌떡 일어나셨습니다. ㅋㅋㅋ

르네 플레밍언니께서  파란드레스를 입고 나타나셔서는 
라 보엠과 투란도트의 아리아들을 인심좋게 네곡이나 불러주십니다.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고 커다란 꽃다발을 받으신 후 일단 퇴장 하십니다.

                                                                                                                 "오빠 나 잘했어???"  "응. 너 짱이야." ㅋ

그 후에 오늘의 야심작이라 할 수 있는 마지막 곡 차이콥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서곡이 연주되는데,
(사실 사랑의 밤 이 주제라는데  다른 곡은 생각할 수도 없겠습니다만. ^^;; )
지휘하시는 이온 마린이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신듯이 너무나 훌륭한 연주를 들려 주십니다. *_*!!
아아. 이런 훌륭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처음이었습니다.
이온 마린은
갑자기 기운이 펄펄 나시는 듯이,
내 세상이다 하시는 듯이, 훨훨 나시면서 지휘를 하시는데,
진정 우아하시더군요.
갑자기  플레밍 언니 없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켁...

어쨌든 정규 프로그램은 끝났고,
앵콜곡을 부르시려 나온 르네 여사
이번에는 흰옷 입으셨습니다.


그만 감사하게도 앵콜곡으로는 푸치니의 아리아를 불러주십니다.
"O mio babbino caro"  영화 전망좋은 방에 사용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음악이지요.
제일 좋은 것은 아껴뒀다 보여주는 심정일까요..? 
울창한 숲속에서 ( 비록 2만명의 사람들과 함께지만.) 
엄청나게 좋은 날씨에 
노래하시는 분의 얼굴이 보이는 자리에서 이 곡을 들을수 있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차이콥스키와 푸치니 두곡 만으로도  오늘 이 곳에 온 보람은 있었습니다.


발트뷔네 컨서트의 빼먹을 수 없는 전통으로는 
Berliner Luft를 공연의 맨 마지막에 연주해 주는 것인데요.
1904년에 Paul Lincke가 작곡한 오페레타에 삽입되었던 행진곡인데, 
베를린의 비공식적인 도시주제가라고 불릴만큼 사람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곡입니다.  
이 곡이 연주되면 관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같이 춤을 추고,박수를 치고, 후렴부분의 휘파람을 같이 불기도 하지요.

                                                                                                                    이미 다들 일어나 흔드시는 중입니다.


아직까지 안 자고 버티는 아이들은 아빠 등에 올라타고
연인들은 서로를 안고 불꽃놀이를 하면서 여름이 오는것을 즐거워 합니다.
누구든 행복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지요.


올해는 때가 때이니 만큼 연주가 끝난후 금관악기 주자들이 부부젤라를 뿌우 !!! 하고 불어 주어
관객들을 또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축하할만 하지 않습니까. 이날 4:1로 독일이 잉글랜드를 이겼으니까요.



이제는 자리를 정리하고 줄을 지어 저 무서운 계단을 올라올라 갑니다.
한 1.5킬로미터쯤 떨어진 전철역까지는 길고 좁은 골목길이라,
사람들의 행렬이 형성됩니다.
그 광경이 마치 하멜른의 쥐잡는 사나이와 어린이들을 연상케 했다는 ^^

그래도 지난 번 보다는 여러가지 요소가 있어 공연이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아 서운했습니다.
레파토리가 썩 취향이 아니었다는것은  내 개인의 문제이겠습니다만..
그외에도
밤 11시 넘어까지 이어지는 공연에 생각없이 아이들을 데려와
영락없이 돌아가며 소음과 울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부모들이라던지,
심하게 냄새나는 음식을 먹는 것이라던지,
아무리 야외라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빽빽한 장소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것이라던지,
동서를 막론하고 경우 없는 사람들은 있는 법입니다.  
게다가 머나먼 전철역과 드문 만원전철의 경험은
피트니스에서 3시간 운동한 것보다 더 피곤해서 
그 다음 날도 완전 뻗어있었습니다. 

그래도 전철에서 저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신 영국 신사 아저씨.. 
영국이  축구, 독일한테 져서 너무 유감이어요. ㅋ 

DVD나  다녀가신 여러 분들의 입소문으로 
한국에도 이제는 발트뷔네 공연이 제법 많이알려진듯 합니다. 
베를린에 산다고 하면 간혹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으십니다. 

지난 번 글에 썼듯이 보통은 6월의 마지막 일요일이 공연이고, 
뒷쪽 좌석은 제법 늦게까지도 표가 있으며, 
다른 경우로는 2월 정도부터 이베이에 표가 돌아 다닙니다. 
6월 말에 베를린을 방문하실 일이 있으신 분들은 
하루 베를린 관광 포기하시더라도 
한 번은 봐 둘만한 가치가 있는 공연이라는 생각입니다.

여름을 부르는 컨서트 답게 
그날도 더웠지만, 
그 이후로 매일 30도가 넘어갑니다. 헥헥.. 




제가 본 중 최고의 Berliner Luft 를 선사해 주신 플라시도 도밍고 님의 연주입니다. 
2001년 공연이었는데, 솔리스트로 장영주양이 나왔었고 주제는 스페인의 밤이었습니다. 

 
 
플라시도 도밍고는 노래 외에도 지휘도 많이 하시는데요,
워낙 관객들에게 인심 좋으시기로 유명하십니다. ^^

요 앞에 썼던 발트뷔네 관련 글이 궁금하시면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