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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베트의 만찬. Babettes Gaestebud (Babette's Feast)


지난번에 소개한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 후끈한 부엌 아궁이 같은 소설이라면,
이 영화는 겨울밤 부엌 창문의 작은 촛불 같은 영화다.
덴마크의 작가 이자크 디네센의 책이 원작인데, 아쉽게도 책은 아직  읽지 못했다.
이 작가분은 본명인 카렌 브릭슨으로 아웃 오프 아프리카를 발표한 바로 그 분. ^^

                                                                                           덴마크에 가면 지금도 저런 마을이 있을것 같다.ㅡ,.ㅡ;;

덴마크인인 가브리엘 악셀이 감독하였고, 당연히 배우는 주연하신 스테파니 오드런 여사 빼고는
하나도 모르는 할머니 할아버지 들이시다.

                                                                                 아버지가 남긴 신도들과 하는 봉사와 찬양만이 할 일인 두 자매 
                                                                   이름도 급기야 마틴 루터와 필립 멜란히톤의 이름을 따서 마티나와 필리파^^;;

북쪽 땅 끝같은 덴마크의 왕 시골 해변가 마을에 사는 마티나와 필리파  두 자매는
개신교의 한 종파를 창시한 목사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고향마을에서 봉사와 신앙으로 똘똘 뭉친 생활을 하고있다.
젊었을 때의 그녀들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워,
무도회나 파티에 가지 않아도 인근의 모든 젊은이들이 그녀들을 보기위해 교회로 몰려 들었고
그런 교회에서 그녀들은 천사같은 목소리로 찬송가를 부르고 신앙생활을 한다.
한 군인이, 한 프랑스인 성악가가 두 자매의 마음을 얻으려 하지만,
두자매의 희생과 봉사를 향한 결심은 굳건하다.

                                                       젊은날의 필리파와 성악가 파핀이 돈지오반니가 체를리나를 꼬시는 이중창을 부른다. 
                                 파리에서 성악가로의 성공을 약속하는 남자와 흔들리는 소녀의 마음을 노래로 기가막히게 표현한 장면.

오랜 세월이 지난 어느날,
폭풍우 치는 밤에 한 여인이  성악가의 소개장을 들고 와
자신을 하녀로 써달라고 한다.
혁명의 광풍속에서 가족이 다 죽고 홀로 살아남은 바베트는 
작은 마을에서 두 자매와 같이 생활하게되고,
그녀의 뛰어난 요리실력과, 검소한 살림살이로,
자매의 생활도 나아지고,
두 자매의 봉사는 더욱 활발해 진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의 신앙 조직도 
그들이 나이들어 감에 따라  더이상 견고하지 못해
마을 이웃들 간에 다툼이 생겨나기 시작할 무렵,
바베트가 자그마치 만 프랑짜리 복권에 당첨이 되어버린다.

                                                                                                          만 프랑이면 지금도 적은 돈은 아니다. @_@

바베트는 두 자매에게 곧 있을 자매의 아버지인
죽은 목사의 100번째 생일에 진짜 프랑스식 만찬을 장만하겠다고 하고,
두 자매는 이것이  바베트의 작별 선물이라고 생각하여 승락 하는데,
바베트의 만찬 준비물이 너무너무 거창하다. ^^;;
은식기에 도자기 접시,
살아있는 메추라기에 바다거북이를 비롯하여,
듣도보도 못한 열대 과일에 와인까지 !!!
겁을 확 집어 먹으신 필리파는
저 와인과 사치스런 음식을 먹으면 지옥불에 던져질 것이라 확신하고,
마을의 이웃들을 이런 시험에 들게한 자신을 원망하며,
이웃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이웃들은 식사도중 음식과 음료에 대한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음 으로써 이 시험을 견뎌내겠다고 결심한다.

드디어  만찬이 시작되는데..



이런 음식이 나오는데,
맛있다는 말을 안 하고 버틸수 있을랑가..???
이런 훌륭한 음식은 오히려 하늘의 축복인 것이다. ㅋ

                                                                         인생에서 허무함 밖에 못 느끼는 마티나의 옛 연인인 장군도 참석하고,

                                             장군님이 메추라기 요리의 소스를 숟가락으로 떠먹자 따라하기 바쁘신 우리 할매, 할배들.. ^^


맛있는 음식으로 배가 부르면 사람들은 여유로와 지는법.
음식이라고는 질그릇에 담긴 말린 가자미 물에 불려 불린 빵이랑 같이
맥주 넣고 푹푹 삶은 것 밖에 모르던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훌륭한 와인과, 근사한 요리로 갑자기  자신들의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풍요로워진 것을 느낀다.
다음날 다시 사소한 일들 ,지나간 옛일들로 서로를 할퀴고 싸우게 될지라도
그들은 이날의 만찬을 죽을 때까지 떠올리지 않겠는가?

                                                        배불러, 술 취해,  기분 완전 업 되신  노인들이 급기야 별밤에 강강 수월래 까정.. ^^;;

바베트는 이 열두명 분의 만찬을 준비하는데,
자신의 돈 만프랑을 화끈하게 다 써버렸다.

                                                                                                                                돈이 문제가 아닌 것이여..

바베트는 혁명 전 파리의 제일 좋은 레스토랑의 주방장이었다.  
운명의 힘으로 땅끝까지 밀려온 그녀가.
지는 해를 보면서 눈물짓는 장면이 있는데,
아마도 두번 다시 꽃피울 수 없는 자신의 재능을 슬퍼한 것이리라.
그녀는 행운으로 생긴 돈으로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에
시골 노인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여
그들이  모르는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예술가이다.
그녀는  자매들에게,
"기회를 주세요. 최선을 다할테니.." 라는 말을 한다.

그녀가 일생을 신앙과 봉사로 살아온
이 마을과 그 두 자매에게 온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손님도 괜히12명 이겠냐고. ㅡ,.ㅡ;;

바베트가 돈 다써버리고  프랑스로 돌아가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자매는
당신의 남은 일생은 가난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예술가는 가난하지 않아요."라는 대답을하고 
자매들은 그녀에게 "당신의 예술은 하늘의 천사를 기쁘게 할 것이다" 라는 말로 보답한다.
사실 바베트에게는 그것 이상의 보답이 어디 있겠는가.

                                                                                               으음... 큰 일 해 치운 후에 마시는 커피 한잔... 캬....

역시  지루할 수 있는 영화다. 
주인공들도 대부분 중, 노년.. ^^;; 이고,
배경은 거의 회색이다.
북유럽의 바닷가 날씨....
해 나는 장면이 한 개도 없다.  ㅡ,.ㅡ;;

그래도. 
티나지 않게 어우러지는 음악도 좋고,
무엇 보다도 눈을 즐겁게 해주는
바베트의 전재산으로 장만한 만찬 장면들의 집기와 요리들,
만찬장에서 음식을 차례로 맛보면서 슬슬 풀어지는
완고한 할매,할배들의  소박한 연기는 일품이다.

                                                                             난생 처음 마시는 와인에 완전  맛 들이신 할매.. 넘 귀여우시다. ㅋ
                      
마음이 살짝. 따뜻해 지는 영화이므로,
보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