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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여러일들

구원의 우동.




1라운드를 뛰었다.
라는 표현을 쓴다.

나는
한국에 와서 일을 할 때  싫은 사람, 짜증나는 사람 , 거만한 사람들을 만나야만 하는 상황과,
그들이 속해 있는 모임에 나가서 방실방실 웃어줘야 하는 사태들,
어중간하게 친하지만, 피할 수 없는 모임 등을
넘기고 나면 이런 표현을 쓴다.

이번에는 내 일 말고도 돌쇠의 일이 걸려있어서,
첫번째 회전을 뛰게 된 속도가 좀 빨랐다. ㅎ

어떤 축하의 모임 같은 곳이었는데,
그곳의 중요한 관계자들이
주인공을 축하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돈독한 친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그들 끼리 뭉쳐서 우글우글 하더니,
다시 주인공이 그들에게 수줍게 권하는 식사를 슬쩍 거절하고는
(뒤로 중얼대는 이유가.. 난 그 식당, 싫어.. 였다. )
와르르 자기들끼리 밥 먹으러 나가버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봤다.

외국에 살면서 간만에 들어오는 이유로,
나를 챙겨주는 제스츄어를 취해주기는 하지만,
몇 명 안되는 손님들 사이에서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사람들의 그런 행동을 보는 것은
즐겁지 않다.

괜시리  모르는 사이였던 주인공에게  미안스럽고,어색해서,
인사하고 나왔다. 
 
어제의 일은 아침부터 다 엉망이었다.
이미 하루 늦어진 작업을 하던 기계가 또 미쳐서 일이 하루 또 늦어졌으며,
주문해 놓은 물건은 원하지 않는 색상으로 제작이 되었지만,
이제는 시간이 없어서 그냥 받아들여야 하고,
번역을 맡겨놓은 텍스트는 번역기를 돌린것이 분명하여
웃기지도 않는 문장을 토해내는 바람에 절대 다시 손봐야 하고,
내일까지 마감인 다른 일은 아직 반도 못 끝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방문한 자리에서 그따위 꼴을 보고보니,
못된 성질에 빈정이 있는대로 상해서,
선선한 늦여름 밤에
돌쇠랑 그들의 뒷다마를 중얼중얼 까면서 걸었다.
하루종일 서 있고, 걸어서 다리랑 발이 미친듯이 아파서,
정신 차리고 보니,
맛나는 우동집이 있는 동네로 가는 버스가 보인다.

언젠가도 이야기 했지만,
이렇게 배고프고 심기가  불편할 때,
잘 모르는 곳에서 아무거나 먹다가,
맛없는거 걸리면 눈물이 나던지 미치기때문에,
힘이 들어도, 배가 고파도
안전한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맥주 한잔이랑 먹는 우동은 정말 맛이 좋아서,
그 후에도 사람많은 버스타고 흔들흔들 집에 왔지만,
어제의 마지막은 구원받은 느낌이 든다. ㅎㅎ


역시 맛있는 음식은 
마음을 풀어주긴 하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사회성이 좀 부족한 인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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