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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여러일들

겨울


독일에서도 가끔 마음이 안 좋으면
겨울 새벽에 눈을 뜨면 만나는 어둠과 고요가 싫어서
바로 티비를 켜곤했다
티비가 없어진 다음부터는 늘 끼고 사는 노트북을 켜고 영화를 보곤 했는데,
요즘 그러고 있다.

한국의 집에서는 새벽에 일어나도 잠 없으신 두 노인네의 티비 소리가 들리지만,
그건 그거대로 거슬리는 면이 없잖아 있어,
자는 척 하면서 계속 방에서 뭉개는 경우가 많다.

이것저것 꼬이는 바람에
미친듯이 일 하느라 11월, 12월 초 다 보내고,
마무리 대충 짓고 났더니,
벌써 12월도 한참인데,
느닷없이 한가해져서 어쩔 바를 모르겠다.
몇몇 자질구레한 일 들이 남아있기는 해도
이럴 때면 다들 바쁘게 빙빙도는 의자뺏기놀이에서
혼자 의자 차지 못하고 떨어져 나온 느낌이 든다.

오늘 새벽에는 아침과 전혀 맞지 않는 잔혹 살인형사극을 보다가
문득 하늘을 보니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는데,
어느덧 그치더니,
해가나고,
눈이 녹기 시작한다.

시작이 있었으니, 끝이 있고,
올때가 있으면 갈 때도 있는 것이겠다.
쌓였으면 녹는 것이기도...

그래도 한국의 청명하고 차가운 겨울은,
독일의 슬프고 축축한 겨울보다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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