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에 또 왔다.
언젠가 아버지가 한번 살았던 곳에는
또 가지 않는것 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뭐. 여러가지 이유로.. ^^;;
아버지 말씀이 맞는 것인지,
사람들이 많이 바뀐 탓인지
정말 낯설고 힘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영부영 있기로 한 시간의 반이 지나갔다.
여름이라 덥기도 하고, 왠지 작년보다는 흥미도 좀 덜해서
그간은 섬에 가도 마을이나 바닷가를 잘 나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지난번 잃어버린 카메라를 대신한 새카메라도 있겠다
모처럼 비도 안 오고, 선선한 날씨라 나가본다.
농번기라 집집마다 문이 다 잠겨있고, 개들도 작년과 많이 달라졌다.
그래도 가끔 만나는 할머니들은 여전히 친절하게 말씀도 걸어주시고 놀다가라고 잡기도 하신다.
작년에는 추석무렵에 와서 이미 노란색 이었다.
이런 포도밭을 지나다 보면 포도나무 사이에서 일 하시는 아주머니들 말씀이 두런두런 들려 깜짝 놀래기도 한다.
그래도 간만에 보는 석양에 물이 차 있어 다행이다.
갯뻘에 해 지는 모습은 좀 그렇다. ㅎ
빨강 꽃도.. 이쁘게 뿅.뿅,뿅,뵹..
정말로 자연이라는 것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어
때가 되면 그들이 할 일을 착착 해 내고,
기대하는 것을 내어주는데,
사람들끼리는 서로의 약속을 어기기도 하고,
지워버리기도 하고, 자기마음대로 생각하기도 해서
늘 문제가 생긴다.
어쨌든 처음에 섬마을에 올 대 있었던 삐걱거림은
이제 대충 덮고 넘어가는 쪽으로 가고 있고,
어찌 되었건 나는 내 할일을 해야 하는 것이니,
이제는 좀 더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
사실 있었던 곳에 다시 가지 말라는 것은
좋았던 기억을 망치지 않기 위해서인 듯 한데,
어차피 다시 왔으니, 나쁜 기억은 없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내가 좋아 하는 누구누구가
멋진 사람은
자신의 일을 담담히 하는 사람이라고 했으니
함 그래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