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2011

동글동글 사냥성. 모리츠부르그. ( Schloss Moritzburg)


자이펜에서
마을 큰 길 위로갔다 내려왔다 한번 하고,
뭐 이런저런 것들을 사고선  다시 차를 타고 출발.

다음 목적지는 마이센이다.

이제는 산을 등지고 북쪽으로 가는데,
날씨는 여전히 겁나게 좋고,
창밖으로 보이느니 들판, 들판, 들판인데, 
들판 보고 감동도 하루 이틀이지, 이제 사흘째가 되니 질린다.
게다가 꼬불꼬불 국도를 뱅뱅가니,
엄니가 멀미를 하신다.

차를 세울까 물어도 괜찮다고만 하시고, 그냥 빨리 가자고 하시는데,
은근슬쩍, 뭔가 매운것을 드시고 싶다는 말씀을 하신다.
그러고 보니 집 떠난지 3박 4일 째인데,
아무리 울 엄니 압지께서 꼬리꼬리하고 느끼한 음식을 잘 드셔도
이제는 좀 지치실 때도 되었다. 
그러나 옛동독의 시골에는 아직 중국집도 없는 곳이 많으니,
이거 쉬운 일이 아니다. 
내 기억에는 마이센에서도 중국집을 본 기억이 없고,
드레스덴도 가물가물... 하다 ...라고 생각해 보니,
지난 봄, 마지막날 완탕면 먹은 베트남집이 생각이 난다.
달려라 돌쇠.

초인적인 방향감각을 발휘하여. (--*)V
한 방에 식당을 찾아내어 입장.
아버지는 볶음밥.
엄니는 완탕면,
나는 점심메뉴의 머시기 누들을 시켰다.
돌쇠는 물론 코스로 이빠이..

매운 고추 잘게 썰어 따로달라고 부탁하고,
지난번 완탕국수에 고수가 들어있던것이 생각나 빼달라고 했다.
나는 좋아하지만 엄니는 싫어 하신다.
나온 음식을 보니,
내것은 점심메뉴의 탈을 쓴 인도네시아 라면.
뭐, 고추 말아 매운맛에 먹는다.

볶음밥이 나오자. ..
울 아부지. " 아... 고추장이 있으면 좋겠는데... " 라며 탄식을 하신다.

그러나 내가 누구냐.....히히
가방에서 꼬불쳐 놓은 고추장을 짠!! 꺼낸다.
엄니,압지 얼굴에서 빛이난다.
효도, 어려운거 아니다.
난 우리 압지께서 그리 맹렬한 속도로 밥을 드실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엄마의 완탕면에는 고수 넣고 끓여 나오다 주문받은 여인이 다시 들고가 고수만 건져내어
고수의 향이 풀풀 풍긴다.
결국 난 라면을  엄마에게 빼앗기고.. 흑.
난 그 여인에게 팁을 안 주는것으로 복수를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한 것은 오직 돌쇠.
운전대 잡았는데, 행복해야지.


자, 매운맛으로 위장을 달랬으니,
마이센 말고, 모리츠 부룩으로 가자.
원래는 마이센 성 구경을 오늘  시켜드리고,
내일 모리츠부룩을 갈까 했는데,
이 성 먼저 보나, 저 성 먼저 보나  아무렴 어떠냐.
어차피 호텔도 그 근처다.

                                                                                             드레스덴에서 북서쪽으로 한 15킬로 가다보면 나온다.

모리츠부륵은 드레스덴과 마이센 사이에 있다.
역시 차가 있는것이 가기에는 편하지만, 
철도 팬들은 드레스덴에서 일부러 증기기관차를 타고 오기도 한다.

                                            주차장에 차 세우고 다리를 건너간다. 주차장에는 마차도 있어서 마차타고 동네 한바퀴도 가능.

이 성은 16세기에 드레스덴이 잘 나가기 시작할 무렵의 후작 모리츠가 지어서 모리츠 부룩이다.
독일은 건물이나 회사의 작명이 보통 사람 이름이다.
지멘스가 만든 회사는 지멘스. 벤츠가 만든 회사는 벤츠.
모리츠가 지으면 모리츠부륵. 샤를로트가 살면 샤를로텐부륵.
단순해 단순해... 히히


                                                            성 들어가는 입구 양 옆에 기념품가게가 있으나, 이제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에헴.
 

역시 이 근처의 다른 명소들 처럼  내부 사진 절대 못 찍는다.
하여 사진은 외부의 사진 밖에 없지만,
뭐.외부도 아름다우니 ..

17세기에 완전 잘나가던 왕 아우구스투스 2세가 이 성을 홀라당 개보수하여, 자신의 사냥용 성으로 썼다고 하는데,
덕분에 이 성은  유럽에서 사슴뿔.. ( 내가 보기에는 사슴 대XX ) 가 제일 많은 성이라고 한다.
녹용 좋아하시는 분들이 보면 침좀 흘리실 듯.

이 왕은 제법 장난끼도 많아, 
갈래갈래 자란 사슴뿔 중에 제일 오목한 놈을 골라
거기에 술을 따라주며 초대한 손님에게 마시게 하고는,
그들이 얼마나 우아하고, 덜 질질 흘리며 술을 마셨느냐에 따라
성에 머무는 기간동안의 식사나 여러가지의 순서를 매겼다고 한다. ㅋㅋ
(그 용도로 쓰이는 특별한 뿔이 있으며,
그것으로 마시는 매뉴얼도 물론 있다고 한다. 매뉴얼은 왕만 안다. ^^)

게다가 성에 머무는 기간동안에는 얼마나 퍼 먹이는지.
초대받아 올때와 집에 갈때 몸무게를 재어
2킬로 이상 몸무게가 늘지 않은 자들은 두번 다시 초대를 받지 못했다고 하니,
그 설명을 듣는 돌쇠,
"아.. 난 그 시절에 태어났어야 했어!!! " 라고 외친다.
그 단말마를 들은 나.
" 야, 목수집안 둘째아들!. 넌 초대도 몬 받았을껄." 이라며 비웃어 준다.

                                                                                                           역시 성 옆에는 물이 있어야 제격이다. 흠...

여튼. 성이 공사중이라, 반토막정도밖에 볼수 없었는데, 
뭐 이제 슬슬 질려가는 부모님과 우리 입장에서는 감사한 일이다. ㅋㅋ 
"성 뒤쪽의 정원이 좋다던데, 산책 좀 하실래요..?"  해볼까 하다가 꾹...

역시 초인적인 능력으로 이상한데 숨어있는 호텔을 찾아내어
체크인을 하니 저녁 6시. 
새로 생긴 호텔이라 깨끗하고 
독일에서 드물게 인터넷도 느리지만 공짜다. 
압지가 호출하셔서 가보니, 티비가 안나온다고 하신다.
못 알아들어도 뭐라고 떠드는 활동사진이 있어야 진정이 되는 한국의 노인들을 위해
호텔 주인 아가씨, 위성리시버를 갈아주는 수고까지 마다 않는다. 

                                                                        이런 거위가 우글우글한 들판 뒷편에 호텔이 있다. 거위공주 어디갔어??
                                                                            난 어떻게 이런데 숨어있는 호텔을 찾는 것일까?? 기특도 하지. 히히 .


거리가 멀지는 않아도 여러가지 일이 있었던 하루라 부모님은 저녁도 마다하시고 쉬겠다고 하신다.
배도 안 고프다고 하시니, 역시 고추장의 힘은 위대한가보다. 
여튼 돌쇠와 나는 밤에 어딜 다녀오긴 했지만, 
우리도  많이 피곤했어서, 바로 잠이 든것같다. 

                                                          호텔주차장에서 놀던 고양이, 우리차를 보며 확 받아버려...? 하는 표정을.... ㅡ,.ㅡ;;

길었던 하루였다.
사실 이제까지 포스팅이 완전 길었지만,
아침에 작은 교회보고 오버로흐뮐레 떠나서
헤니히 아저씨네, 호두까기네, 자이펜 , 다시 드레스덴식당, 그리고 모리츠부륵이 다 오늘이다

뭐하냐고 포스팅은 해를 넘겼냐고 한다면. 뭐...

                                                                                                                              성에서 나올 무렵. 해가 졌다.

정말로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고추장으로 부모님께 효도까지 할  수 있었던,
드물게 보람찬 하루다.






'여행.20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지막은 와인한잔.  (10) 2012.01.22
그래도 역시 도자기.  (8) 2012.01.17
아마도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마을.  (18) 2012.01.04
호두까기 인형의 고향.  (6) 2011.12.28
마음을 담아 만드는 인형  (20) 2011.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