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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말아요. 휘트니


어제 휘트니 휴스턴의 공연을 다녀왔다.
                                                                                                                           <사진제공=현대카드>

25년전 그녀가 처음 등장하고 그때쯤 마돈나와 신디로퍼 등등이 등장했을때,
그녀는 다른  여자 가수들 보다 한 1250미터쯤 앞서서 달리고 있는듯 했다.

미국 흑인 연예계의 빵빵한 집안에서 태어나,
교육도 나름 잘 받고, 외모와 실력마저 갖추었으니 
그녀의 미래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 때쯤 컴백한 티나 터너의 결혼 생활의 아픔같은 것을 절대 겪고 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게다가 그 당시 찍는 영화마다 비웃음을 당한 마돈나와 달리,
그녀는 영화선정도  잘 했고 연기력도 안정되어, 
보디가드 같은 히트상품도 만들어 냈었는데, 
어메리카에도 여자팔자 머시기라는 속담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결혼하고 점점 이상해 지시더니 
2000년대 들어서는 그녀를 향한 내 마음은
안타까움을 넘어서서 "그러세요, 그럼..." 하는 무관심으로 바뀌어 버렸던 차이다. 
사실 그녀 이후로는 워우워 하는 R&B 음악은 거의 듣지 않았다.
그 누구도 그녀를 망칠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자신을 망친 것이다.

그런 그녀,  돌아와 기쁘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나 자신보다 사랑 할 수 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무대에 서는 사람은 자신보다 사랑 할 수 있는 것은 무대밖에 없다. 

어제 본 그녀,
목소리는 오랜 관리 소홀로 탁해졌고,
노래를 부르는 그녀는 힘겨워보였고, 
감기에 걸렸다지만
한 곡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부르지 못했다. 
자신도 그것을 깨닫는듯 하고,
지치고 힘들어 하는 표정도 보였다. 

그래도
노래하는 사이사이
마치 클럽 콘서트같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마이클과의 추억도 이야기하며 친구를 그리워 하고, 
아이티의 비극을 마음아파 하기도 하며, 
불러주는 그녀의 노래는 
매끈했던 그녀의 가창력 이상의 감동을 주기도 한다. 
무대위에 선 그녀가 보여주는 힘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다.

부탁이니 이제는 더이상 아프지 말고, 
조금은 더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한다. 
아무리 재기나 컴백이 감동 스러워도 
그녀의 지금이 옛 노래를 듣는것만 못하다면, 
결국 상처받는 것은 또 다시 그녀. 

그녀가 아레사 프랭클린이나 티나 터너 같이 흰머리 가득해도
완전 섹시한 무대를 보여주길 바라는 사람은 별 같이 많을거다. 

예전 그녀의 비디오에서 보았던 
그녀가 치마를 살짝 걷어올리고
그 긴 다리로 추는 투 스텝 댄스를  볼 수있어 많이 반가웠다. 



 
다른 얘기 하나. 
종교의 힘으로 중독을 극복했다는 휘트니 휴스턴이 
중간중간 많이 한 말은" I loveyou god", "Thanks Lord" 였다. 
그러다 한 번 그녀가 " 할렐루야" 를 외치니, 한 한국의 관객, 바로 화답한다. 
"아멘!!! "
혹 휘트니의 다음 번 내한공연은 모 대형교회의 부흥회가 아닐까 싶어 웃음이.. ^^;; 

다른 얘기 둘, 
내 앞에앞에 앉으신 남자분, 
곡 하나도 아니고 공연 내내 캠코더들고 공연실황 녹화를하신다.
그녀의 월드투어 첫 공연이 한국이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기껏해야 유튜브나, 블로그에 올리려고 그런짓 하기에는 좀 프로스러워 불쾌했다. 
왜들 그러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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