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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여러일들

올림픽을 보다가 해보는 생각


동계올림픽을 한다.
내 기억에  동계올림픽은 쇼트 트랙을 빼고는 넘의 나라 이야기 정도로 대접 받았던 것 같은데,
이번 올림픽은  김연아양도 있고, 
영화 국가대표도 관심을 고조시킨 탓도 있어
시작 전부터도 말도 많고 기대도 높았던듯 하다.

유럽에 살다보니 겨울이면 스키점프와 스피드 스케이팅을 많이 본다.
기록경기를 좋아하는 내 성격탓도 있겠다.
한국선수들도 잘해줘서  이제는 독일에서도 한국선수들을 많이 보겠구나 했는데,
생각을 해 보니.. 테레비를 버린지 오래다. ^^;;

여튼 한국에 있으니 티비도 크고 한국말로 중계도 본다.
보면서 든 생각 몇가지..

1.
방송국들끼리 이런 저런 싸움이 있었던 모양인데,
사실 내 입장에서는 좋다.
누구나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채널마다 똑같은 선수에 똑같은 화면이 나오는 것도 좀 괴기 스럽고,
금메달 한 번 딸라 치면 그 선수들의 태몽까지 다 말해주는 뉴스도 부담스럽다.
방송의 공정성이니 국민의 권리니 하지만
올림픽때도 정규방송을 보고싶은 나의 권리도 중요하다.
중계방송은 하나 만으로도 족하다.
케이블도 있으니 둘이다.
많다고 절대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다.

방송국이 하나라 비인기 종목은 방송을 안해준다는 얘기도 있다. 
어차피 모든 방송국에서 중계할 때도 못 봤다.
개막식 날 다른 방송국 뉴스에 화면이 안 나오고 사진만 나왔다.
시청자 상대로 성질 부리는 것도 아니고, 유치하다.
왠만하면 앞으로도 그냥 서로 돌아가며 한군데서 했으면 한다.

2.
스피드 스케이팅.
남녀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
어린시절 성적부터 시작해서  밥숫가락 갯수 까지 알아내는건 좋은데,
역시 우리나라 기자분들이 제일 사랑하는 테마는
남,녀 엮어주고 얼레리 꼴레리 하기이다.
몇 년전
박태환 군과 김연아 양을 엮지 못해 난리들을 떨더니,
급기야 어제는 티비뉴스  헤드라인에 모태범선수 스캔들 해명이라는 자막이 뜬다.
폭소를 터뜨렸다.

금메달 딴 모 선수 인터뷰 하는데,
그에 대한 정보가 없어 부끄러웠다는 기자의 글을 보았다.
올림픽 기자라면 선수에 대한 정보를 공부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아무리 그가 무명이라고 해도
국가대표 아닌가.
기자라면 정보를 먼저 전하실 능력을 키우신 후 상상력을 발휘하셨으면 한다.


3.
쇼트트랙에서 한국 선수들끼리 부딪혀 넘어졌다.
그럴 수도 있으려니 했다.
그 후에 생각없이 인터넷에서 그 뉴스를 보다가 기겁했다.
한 선수를 향한 욕설과 비난이 도를 넘어선 것이다.

그들은  운동을 시작한 그 순간부터 하나만 보고 달린다.
그런 그들이 그 하나를 위해 무리를 했다고 그들을  욕할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가?
양보를 했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양보한 선수를 누가 기억이나 해 줬는가?
화면에서 미처 안 보여줬을 수도 있겠지만,
넘어진 선수들 챙기기 보다는 일등으로 들어온 선수 축하하기 바쁜 코치들도 별로 아름답진 않았다.

몇 년전 한국에 있을때 수술한 다리를 재활하던 스포츠 센터에서 김연아를 본 적이 있었다.
그 나이 또래의 다른 아이들이 학교에 있을 그 시간에 
그 아이는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다.
너무 작고 가늘어 맘이 짠 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이다. 
죽을 만큼 한다.

사람은 자신이 그 자리에서 하지 못했을 행동에 대해서는
욕하지 말아야 한다.
얼굴 보고 못 할 얘기는 인터넷에서도 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아자아자 파이팅" 이라는 말을 누구에게 듣는것도, 해주는것도 정말 싫다.
누구나 살면서 자신만의 파이팅을 마음속에 가지고 산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고자 죽도록 속으로 파이팅 한다.
그래도  세상에는 다른 사람도 있고 운이라는 것도 있어,
원한 만큼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금메달을 딴 이상화 선수도 예뻤지만,
2위를 한 독일 선수와 3위를 한 중국선수의 환한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부디 한국 선수들.
최선을 다하고도 맘 상하는 일이 없이
무사히 경기 마치고 돌아오길 바란다.


아..그리고.
이규혁 선수.
멋있었어요.
수고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