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4. 18:49 from 그 밖에 여러일들

지난 5월 30일에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갔다.
많은 사람들이 약속을 어겼고,
마음대로 되지 않은 일이 마음대로 된 일보다 더 많았고,
비는 징그럽게 왔고,
난생 처음 줄줄이 사탕으로 물건도 잃어버려 봤고,
친하던 이들과 멀어지기도 했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했다.

긴 시간 있다보니
일이 계속 연이어 생겨서
엉망진창 뒤죽박죽.
어디서 끊어야 할지도 모르겠는 지경이 되어가던 차에,
마음보다도 몸에서 싸이렌이 마구 울려
내 것이 아닌것 같은 일은 그냥 던져 버리고 독일에 왔다.
물론 좋은 일도 있긴 했다.

낮인지 밤인지 정신도 차리기 전에
평생 소원이었던 유럽여행을 열 하루나 하시고,
지친 몸으로 딸집에 찾아온 엄마 아빠를 맞이하고,
구경시켜 드리고,
여행을 다니고,
몸이 힘드니 서로 짜증도 냈지만,
그래도 정말로 좋은 날씨에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보긴 했다.

부모님을 한국으로 보내드리고,
한 이틀의 여유를 두고,
또 다른 일을 하러 짐가방을 들고 비행기를 탔다. 
열흘 정도 또 떠나 있으려니
지난 월요일 쯤에는 "아.. 이젠 정말...." 이란 생각이 마구 들어서 ...

집에 돌아온 그저께 수요일 새벽녘에 
또 짐을 싸서 공항으로 가는 꿈을 꾸다가  짜증을 내며 깼는데, 
깨고서도 한참을 
어디 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제는 아무데도 가야할 곳이 없고,
해야만 하는 일도 없다는 것을 되새기고
안도하며 다시 잤다.

어제는 장을 미친듯이 보고서 
장보느라 기운이 빠져 파스타 대충 해 먹고, 
오늘에서야  밥을 해 먹었다. 


밥을 해 먹은 것도, 
집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간것도 
다섯 달 만이다. 

며칠 더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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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hme 트랙백 1 :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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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herenow 2011.11.05 06:05

    이 글 읽고 저도 호박 넣은 찌개 끓이고 있어요. ^^
    여행에서 돌아오면 집 밖으로 안나가고 집에 있고 싶은 마음, 저도 잘 알지요. ^^

    • addr | edit/del ahme 2011.11.05 18:55 신고

      엣.. 오늘도 안 나가려고 했는데, 그만 쌀이 다 떨어져가서리... ㅜ.ㅜ
      내일은 일요일이니 청소를.. 헤헤..

  2. addr | edit/del | reply 동글기자 2011.11.05 23:03

    오호~지난 일을 모두 잊게 만드는 식탁입니다.밥과 반찬을 보면 다른 생가을 할 틈이 없다는...^^

    • addr | edit/del ahme 2011.11.06 15:11 신고

      그죵...?? 히히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 이니..
      밥이나 먹자는.. ^^

  3. addr | edit/del | reply 꼬장 2011.11.06 23:07 신고

    나도 한 삼박사일은 더 하고 싶은 욕구가 솔솔...^^

    • addr | edit/del ahme 2011.11.07 10:21 신고

      앗. 오늘부터 출근 아니심메??
      일상의 힘은 역시 무서워요.. ㅎㅎ

  4. addr | edit/del | reply 설악 2011.11.07 12:55 신고

    일주일정도 더하셔도 되는 환경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랄게요...
    김치, 고등어, 된장찌게, 김...
    저도 제일 좋아하는 반찬입니다.
    하나는 종류가 절임류 반찬으로 보이는데, 뭔지 궁금하네요...

    • addr | edit/del ahme 2011.11.07 14:21 신고

      에잇.. 주말에 나갈 일이 생겨버렸슴다. 그냥 짬짬히 하는것으로..
      사실 11월에는 집에서 하는 다른 일이 있을 예정이었는데,일 시작하시오! 하는 메일이 안와서 정말 할 일이 없어요.
      저 다른 반찬은 무 간장지와 울외누룩장아찌인데,보통 누룩은 닦아내고 많이들 드시지만 전 그냥 먹어용. 그옆은 오이피클 ^^
      설겆이 회피용으로 한 그릇에 여러반찬.. ㅋ

  5. addr | edit/del | reply 투덜이농부 2011.11.07 15:50 신고

    에잇~ 잘나가셨습니다 ~ 에잇~~ ^^

    • addr | edit/del ahme 2011.11.07 18:13 신고

      그러게 말이죠 에잇! 쌀이 간당간당 하는 바람에 주말에 돌쇠에게 짐을 지우느라.. ㅎㅎㅎ

  6. addr | edit/del | reply blueprint 2011.11.08 08:13 신고

    푸욱~ 쉬셨나요?
    저도 가끔은 집밖에도 안 나갈때가 있어요. ㅎㅎ

    아~ 밤 11시를 넘어가고 있는데 사진이 절 괴롭힙니다.
    어딘가 제 밥상과 닮아 있어 트랙백 올리고 가요~ ^^

    • addr | edit/del ahme 2011.11.08 08:39 신고

      시차가 그렇게 되는군요. 여기는 아침 8시정도인데요 ^^
      프린트님 밥상보러 달려가야징..

  7. addr | edit/del | reply parrr 2011.11.09 08:18 신고

    오랜만에 아메님 포스팅에 댓글 남기는 듯한:ㅎ
    조금 심적으로 지치신것이 쌓이셨었나 보네요. 저도 사진과 같은 차림으로 집에서 식사한지가 꽤 된듯한 생각이.:(무슨 뻘짓을 하고 돌아다니는지 저도 가끔 궁금하기도:)
    편안한 느낌이네요.ㅎ

    • addr | edit/del ahme 2011.11.12 15:53 신고

      히힛.. 살아는 계셨군요. ^^
      어찌 지내시는지 소식 한 번씩 전해주세요.

  8. addr | edit/del | reply 투덜이농부 2011.11.13 15:35 신고

    저기;; 포스팅 순서가 어찌되요? 배열을 인식못하는 초자연인이라 ;; 메인 상단이 우선순위 인것은 분명한데..
    아래로 쭈주륵 보다보면 가끔 먼가 사라진것 같은;;??

    • addr | edit/del ahme 2011.11.13 15:56 신고

      대문의 아래로 주루룩은 그냥 카테고리별 랜덤이고요.. ^^ 순서를 맞추시고 싶으시면 글 아래의 숫자를 눌러 주세요.. 아니면 블로그 제목 옆의 화살표를 누르시면 글 순서및 여러가지 목록 들이 열립니다.
      헷갈리게 해 드려 지송요. ㅋㅋ

  9. addr | edit/del | reply dooly&cat 2011.11.18 06:11 신고

    다른거 아무것도 없어도, 김, 김치, 된장국..이거 세개면..밥 한그릇 뚝딱!

  10. addr | edit/del | reply 빨간來福 2011.12.09 00:21 신고

    와~ 손님들 보니 제가 아는 분들이 많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