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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여러일들

지난 5월 30일에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갔다.
많은 사람들이 약속을 어겼고,
마음대로 되지 않은 일이 마음대로 된 일보다 더 많았고,
비는 징그럽게 왔고,
난생 처음 줄줄이 사탕으로 물건도 잃어버려 봤고,
친하던 이들과 멀어지기도 했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했다.

긴 시간 있다보니
일이 계속 연이어 생겨서
엉망진창 뒤죽박죽.
어디서 끊어야 할지도 모르겠는 지경이 되어가던 차에,
마음보다도 몸에서 싸이렌이 마구 울려
내 것이 아닌것 같은 일은 그냥 던져 버리고 독일에 왔다.
물론 좋은 일도 있긴 했다.

낮인지 밤인지 정신도 차리기 전에
평생 소원이었던 유럽여행을 열 하루나 하시고,
지친 몸으로 딸집에 찾아온 엄마 아빠를 맞이하고,
구경시켜 드리고,
여행을 다니고,
몸이 힘드니 서로 짜증도 냈지만,
그래도 정말로 좋은 날씨에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보긴 했다.

부모님을 한국으로 보내드리고,
한 이틀의 여유를 두고,
또 다른 일을 하러 짐가방을 들고 비행기를 탔다. 
열흘 정도 또 떠나 있으려니
지난 월요일 쯤에는 "아.. 이젠 정말...." 이란 생각이 마구 들어서 ...

집에 돌아온 그저께 수요일 새벽녘에 
또 짐을 싸서 공항으로 가는 꿈을 꾸다가  짜증을 내며 깼는데, 
깨고서도 한참을 
어디 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제는 아무데도 가야할 곳이 없고,
해야만 하는 일도 없다는 것을 되새기고
안도하며 다시 잤다.

어제는 장을 미친듯이 보고서 
장보느라 기운이 빠져 파스타 대충 해 먹고, 
오늘에서야  밥을 해 먹었다. 


밥을 해 먹은 것도, 
집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간것도 
다섯 달 만이다. 

며칠 더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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