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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여러일들

기나긴 겨울 동안.

 

 

1,연주회.

 

다니엘 바렌보임의 생일잔치연주회.

작년 11월인가 10월인가 그랬다.

지휘는 주빈메타. 

어릴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뵌 후 처음이니 머리가 백발이 되셨고,

쳐다만봐도 모든것이 굳어 버릴듯한 카리스마는 세월의 온화함이 덮였다.

피아노는 바렌보임 영감님 욕심이 과하셨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과 챠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너무하잖아?

그리고 그 사이 이름을 까먹은 바렌보임의 친구였다는 현대음악 작곡가의 소품.

베토벤을 이렇게 뽕짝스럽게 연주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터.

기교를 보여주지 못해 안달이 나셨다.

"나 봐라? 이런것도 한다?" 뭐 그런...

덕분에 챠이콥스키는 좋았다라고 말 할수 있지만,

의도적으로 선택한 듯한 쇼팽의 앵콜곡에서는 "쫌, 그만 좀 하세요 네?" 하고 싶은 맘이 확.

앞으로 바렌보임의 피아노 연주는 듣지 않겠다고 결심한 날.

그래도 주빈 메타를 보았으니 됐어.

 

 

그날 앉은 자리는 오케스트라 뒷편 합창단 석. 주빈 메타 얼굴은 실컷 봤다.
 바렌보임이 앵콜로 끝도 없이 뽕삘 쇼팽 연주하시는 동안 뒤에서 쉬시는 마에스트로

 

2, 책.

 

다시떠난 80일간의 세계일주.

흠모해 마지않는 쥘 베른님의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장 콕토가 실천 해 보고 썼다.

쥘 베른의 책이 나온지 60년이 지난 1937년에 애인인 마르셀을 파스파르투 ( 실제로 본문에서는 파스파르투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삼아 실제로 그 여행의 루트를 따라 움직인다. 

시대가 지났으니 생겨난 비행기나 좀 더 빠른 운송수단을 이용하는 유연함도 보여주고,그에 따라 좀 더  여행의 내용은 풍성해 지기도 한다.

그의 섬세한 시각으로 보는 이국의 풍경이나, 바로 직전에 본 듯한 무대연극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문득문득 떠올리는 장면을 비롯해. 여행중 만나는 예술가들 , 특히 찰리 채플린과 만나 흠모하는 두 거장들이 각자의 언어 영어와 불어로 통역없이 소통하는 것을 묘사한 장면 등은 아름답다.  

쥘베른이라는 천재가 여행하지 않고도 자신이 그린 비젼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미래의 세상을 살짝 보여주었고,

또 다른 천재인 장콕토는  책속의 영국인 주인공과는 달리 프랑스식으로  쥘 베른의 비젼에 몸을  맡긴다.

재밌다.

 

3,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아무리 생각해도 작년에 본 영화 중 최고.

영화라는게 오락이다 보니 아무생각없이 헤.. 하고 보다 나오는 것도 좋지만,

나는 아무래도 머리를 마구 괴롭히고 굴리게 만드는 영화가 좋다.

원작은 존 르 카레, 냉전시대 스파이물의 대가이다.

시대도 물론 70년대이고 출연진은 게리 올드만을 비롯한. 영국의 미중년, 노년배우 모두 다.

 

영화를 보고  사랑에 빠져 열심히 스토킹을 하다보니 70년대에 4부작 드라마로도 제작 되었다는 것을 발견.

급기야 시리즈물의 주인공은 알렉 기네스님 !!!

아아. 재밌다, 재밌다.

영화는 시간이 짧다보니 두번 정도 봐주면 이해가 더 잘되겠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소품이며 음악까지, 최고..

인터넷으로 포스터도 찾아봤는데, 음... 가지고 싶다.

 

4, 드라마.

 

역시 영국의 드라마. 형사 월랜더.

 

 

영국의 명 배우님 캐네스 브래너가 나온다.

역할을 위해서 인지 실제로도 그런지 알수는 없지만 몸이 마이 망가지셔서

처음 시작하고 한 15분이 지난 뒤에 캐네스 브래너 인것을 알아봤다.

원작은 스웨덴 작가 헤닝 만켈, 무대는 스웨덴이다.

상상할 수 없는 끔찍스런 범죄를 해결해야 하는 형사 반장 커트 월랜더.

가정과 정신은 이미 황폐해져 있지만 한 가닥 희망을 놓지않고 간신히 버텨나가는 인물이다.

매 사건마다 월랜더의 개인적인 이야기들과 얽히고 섥혀 진행이 되는데,

시즌 3까지 9개의 에피소드가 나왔고 매 시즌 그의 절망은 깊어져만 간다.

그는 과연 구원을 받을수 있을까?

드라마라 하기에는 긴 80분 정도인 러닝타임에 숨쉴 틈 없이 꽉 짜여진 플롯이 만족감을 준다.

역시 미국드라마 보다는 영국드라마.

 

5. 오페라.

 

처음으로 토스카를 보았다.

사실 푸치니가 내 취향이 아니니 푸치니의 오페라를 일부러 보고 싶은 마음도 없었는데,

아는 할머니가  아파서 못 가게 되셨다고 싸게 넘기셨다.

토욜날 별 할 일이 없는 우리로서는 마다할 일이 아니다.

근데 도이췌 오퍼다.

이곳은  예전 서베를린 시절에 지어진 오페라극장으로

크기는 더럽게 크고 연출이 자기들은 정통파라고 하지만 그건 다른 말로 하면 재미가 없다는 말.

예전에 이곳에서 피가로의 결혼을 한 번 보다가 지루해서 죽을 뻔 한 경험이 있는데,

그래도 그 사이 십년이 지났으니 속는 셈 치고 가 보자.

일단 쥔공은  내가 흠모하는 안나 헤르테로스양이 아닌가.

눈보라를 뚫고 간다.

 

 

결론은.

돌쇠와 나는 푸치니의 오페라는 두번 다시 안 보기로 했고

도이췌 오퍼역시  누가 초대권을 줘도 안 가기로 했다.

오지랖 넓은 루저 남주인공과 머리 나쁜 여주인공이 서로 짝짝꿍 손잡고 망해가는 이야기로

그의 다른 오페라인 나비부인과 라보엠의 스토리를 대단히 밥맛 없어하는 나로써는 역시 용서가 안된다.

베르디의 어이없는 애국심도 홀딱 깨지만 푸치니의 무지함은 거의 죄악.

사실 베르디는 음악이라도 귀에 착착 감긴다. 쳇.

 

돌쇠와 마구 투덜거리면서 역시 눈보라를 뚫고 집에왔다.

한 동안 연주회나  오페라를 좀 쉬는게 낫겠다. ㅜ.ㅜ

 

쓰다보니 포스팅 다섯개 할 수 있는 분량..
하지만. 뭐 간만이니 서비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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