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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의 비극적인 뒷 이야기? 7 SEEDS

2012를 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였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동안 정신을 못차리게 몰고 가 주셨다.
중간에  화장실을 다녀왔다해도 전혀 이해에 무리가 없는 전형적인 줄거리에 전형적인 캐릭터 들이었지만,
경이로운 컴터 그래픽의 힘은 그다지  크지 않은 화면으로 보는 나마저  아찔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으니..
역시 돈 바르면 때깔은 잘 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던것이 이전에 소개한 만화 바사라의 작가 타무라 유미의 7 Seeds였다.
2012는 왠지 그 날이후도 해피엔딩의분위기 이지만,
이 만화에서 보여지는 그 날 이후는 무섭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충 다들 아시니 패스하고,

7 Seeds의 줄거리는
소행성의 충돌로 엄청난 재앙이 예정된 지구에서 ( 일본이다 )
정부차원의 인류구제 프로젝트가 진행이 되고
봄, 여름,가을,겨울 네 계절에 관계된 젊은이들과 어린이들 35명이 선발되어 냉동된다.


선발의 조건은 각 분야의 건강한, 유전적으로 우수한  엘리트들이지만,
독특하게도 여름은 두팀으로 나뉘어 조금 쳐지는 B팀이 등장한다.
아마도 우생학적인 측면을 고려한 듯 한데, 이런것 까지 생각하는 작가가 놀랍다.
미리 정부차원에서시행된 치열한 선발에 참가해 뽑힌 여름 A팀을 제외한 나머지들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고 일어났더니(!)
가족 친구는 다 죽고 지구가 바뀌어져 버렸다는것에서 이 들의 비극은 더 커진다.

소행성 충돌 후 다시 지구가 생존가능한 조건이 되었을 때 컴퓨터는 이 젊은이들을 다시 깨워 지구로 내 보내는데,
그들의 임무는 오직 하나.. 살아남는 것 이다.

그들이 깨어난 지구는 이미 그들이 알고 있던 지구가 아니다.
새로운 환경에 새로운 생명체, 새로운 지구인 것이다.
각 팀들 역시 동시에 깨어나지 않아 겨울 팀의 7명은, 다 죽고 한명만이 살아남는데.
그마저 다른 팀보다 십 년정도 먼저 깨어나 다른 생존자들보다 훨씬 나이를 먹어버린다.
이 전의 지구에서 엘리트였던 몇몇은 인간성을 잃어가면서 악귀처럼 변해간다.

그 와중에  한 연인이 여름팀과 봄팀에 나뉘어져 선발되고 이들은  멸망 후의 지구에서 서로의 자취를 발견하고 찾아헤멘다.

바사라 를 본 사람들이라면 희미하게 짐작하겠지만, 바사라의 무대도 멸망 후의 지구, 일본이고
왠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냉동에서 깨어난 이 젊은이들은 바사라의  등장인물들의 선조일지도 모른다.
 

타무라유미는 엄청나게 큰 스케일의  스토리와
씨실과 날실처럼 얽힌 사람들 간의 인과관계들을  
너무나 섬세하고 낭만적이며
가슴이 무너질 만큼 비극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작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작품을 관통하는 메세지는 희망이다.

지금까지  14권이 나왔는데,
역시 신간 나오기를 기다리다 보면 전의 스토리가 오락가락할 정도로 이야기도 복잡하고 등장인물들도 많다.

다 나오면 한꺼번에.... 를 노리다가도,
역시 참기는 힘들다.

언젠가 노스트라다무스 아저씨의 예언이 얼마 안 남았을 무렵, 
홀로 하는 외국의 생활과 학업이 너무나 힘이 들고 고통스러워
역시 다른 대륙에서 머리 싸메고 공부하던 브라더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내소원은 그냥 지구가 멸망해 버리면 좋겠다 였는데,
그 말을 들은  동생이
"노스트라다무스가 지구멸망 때 다 죽는다는 얘긴 안했어, 
혼자 살아 남으면 어쩔래..? "
라는 말을 해서 오싹 한 적이 있다.

2012에서도 주인공을 비롯한 떼부자들은 물론 살아 남지만,
7Seeds에서도 그들은 살아남지만, 
나 밖에 살아남지 않았다는, 심장이 내려앉을것 같은  무서운 경험이나,
내가 살던 지구가 내 등 뒤로 무너져 내리는 꼴 따위는 보고싶지 않다.
2012에서 처럼......나는 10억불을 못내 그 꼴을 보며 죽어가는데,
내 머리위로 코끼리나 기린이 구원받아 날아가는 꼴은 더더욱 보고싶지 않다.

역시 그런 경우의 축복은, 첫번째 폭발 내지는 해일에서 멋도 모르고 있다가 죽는것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헐리웃에는  온통 전처와 그 아이들에게 돌아가고 싶어하는 무능한 가장들만 있는 것인가...
어째서 모든 재난영화의 남주들은 그런 아빠들인지...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