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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읽고/책,그림,소리,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를 읽었다.
서울에서는 전철을 타는 시간이 제법 길고 전철 안에서 티비나 영화를 보는것은 왠지 내키지 않아
항상 책을 가지고 다니는 편인데, 내릴 역을 신경써야 하니 집중이 필요한 책은 좀 힘들다. 

얼마전 친구가 빌려줘  읽게 되었는데,
영화를  제법 재미있게 본 터라 조금 기대를 하기는 했다. 
보통 책을 영화로 만들경우 책이 훨씬 재미있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랬는데, 
이거... 증말 재미없다. 
영화로 각색한 각본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영화에서는 미란다가  하이패션을 우습게 보는  안드리아에게 
파란색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하이패션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해 준다. 
몇마디 안되는 이야기로  그녀가  모르는 세계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설파함으로써
그녀가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게 한다. 
하여  차츰 그녀는 일과 자신의 변화를 즐기는듯 하다.
그리고 메릴 스트립이라는 배우 자체의 위력도 있었겠지만,
사생활을 통해 미란다 프리슬리라는  인간의 내면도 조금 보여주는 것으로
그녀가 단지 사디스트적인 일벌레만은 아니라는것을표현해 내기도 하고,
잡지계의 권력투쟁을 제법 스릴있게 보여주기도 한다.
여튼 그냥 가볍게만 볼 작품은 아니었던것 같다.

책에서는 작가자신이라 할 수 있는 주인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비참함 만을 토로하며 자신을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런 일을 단지 미란다가자신이 일 하고 싶어하는 뉴요커지에 소개시켜 줄 수 있다는 희망만으로 버티며 사는것은 
너무 영악한 계산인데다가 나 멍청해요라고 부르짓는 듯 하여 맘이 편치않았다. 
패션잡지는 후지고 뉴요커는 멋지다 ??? 글쎄....

책 전체가 그냥 미란다 프리스틀리( 책의 번역자는 이름을 이런식으로 표기했다. ^^;;) 를 욕하는 것으로 도배가 되어있는데, 
그냥 그 여인은 높은 자리에 있는 변태적인 여자마초다

작가가 보그의 안나 윈투어의 어시스턴트로 일년간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안나 윈투어에 대한 이야기라며 뒷담화를 깠었다고 하는데, 
이 영악해 빠진 작가는 잊지않고 책의 한 대목에 안나윈투어를 실명으로 등장시킨다.
대충 " XX 실크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은 너무 환상적이었다.... " 하는 구절인데, 
토 쏠린다. 

결말 역시
영화에서는 
상큼한 안드리아 , 잡지사에서 챙긴 옷들을 에밀리에게 다 주고 신문사에 취직한다. 
미란다 역시 멋진 그녀답게 신문사에 막강 추천장을 써 주는데,
나쁘지 않았다. 
그 둘은 각자의 인생을 살고 미란다는 안드리아의 인생에 깨우침을 준 것이다.

소설은.... 
앤-드리-아.( 번역자는 이런식으로 표기한다) 는 잡지사에서 챙긴 명품을을 팔아 거금 3만 8천 달러를 챙기고, 
예전에 런웨이 잡지사에서 일했다는 미란다의 그림자만 보고 그녀를 혐오하는  세븐틴 잡지의 뚱뚱한편집장을 만나
역시 그녀의 뒷담화라는 공통분모로 유대감을 형성하며 글을 쓸 기회를 잡는다.그것을 대단히 즐거워한다.

물론 현실은 소설 같을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나마 소설이 재미가 없고 후지다는데 있다. 
많은 소설이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하고 그럴 경우 자신을 되도록 훌륭하고 바른사람으로 보이게 하려한다.
그러나 이 책의 경우에는 작가의 그런 의도가 오히려 작가를 후져 보이게 한다.
직장상사에게 시달리는 많은 여성들이 마지막에 앤-드리-아가 미란다 프리스리에게 날리는 " 엿먹어, 이 미친X 아! "
이 한마디에 열광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러기에는 그 전에 그녀가 친구나 부모에게  변명하는
노예처럼 일 해야 하는 이유들이 너무 설득력이 없다.  
단지 자기가 가고 싶어하는 뉴요커로의 이직 때문에 버텼던 것인데, ( 이런 이야기는 변명용으로 쓰지 않는다)
그것마저 미란다가 그녀를 인정하고 그것을 약속한 직 후 
때려쳐 버리는 것은.. 뭐냐...
바보냐..???
결국 영화에서 재미 있었던 부분이나 감동적이었던 대사는 책에는 없다.
메릴스트립이 만들어 낸 미란다도 책에는 없다.


여튼. 이 작가여인, 
안나 윈투어의 어시스턴트로 1년을 일하고 그 내용으로 책을 쓴 주제에
자신은 디자이너 패션에 대해 잘 모르지만,
마크 제이콥스의 모든것을 사랑한다고 한 고딩스런 인터뷰 발언으로 미루어 보아.
학습능력이 엄청 떨어지거나  대단히 스노브 한것 같다.
그녀가 존경하는 누군가가  하이패션과 지성은 반댓말이라는 이야기를 한 것일지도..

이 책으로 평생 프라다 사 입을 돈을 벌긴 한 모양인데, 
야심차게 내 놓은 두번째 책은 별로 안 팔렸다고 한다.
놀랄 일도 아니다. 
책읽는 재미로 따지자면 로맨스 소설류 보다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