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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읽고/책,그림,소리,

글쓰는 소년.


예술의 전당에서 한다는 필라델피아 미술관 전을 보았다.
제목이 모네에서 피카소 까지인데, 제목만 보면 인상파들의 그림만 온것 같다. 
뭐, 제목으로는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을테니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근데 또 , 대표 이미지는 르누아르이다. ^^

그림들은 사조별로  골고루 많이 와 있었고, 역시 명작들의 실물은 사진으로만 보는것과 다른 감동을 준다.
책으로 사진으로 많이 봤는데 뭘.. 하고 심드렁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기회가 있을 때 왠만하면 보는것이 좋다.
역시 유명한 마네, 모네,피카소, 등등이 있는데, 
다 좋은 그림이고 아름다웠지만

내 눈을 사로잡고, 내 맘에 들어온 그림은 바로 요것. 

 

 
글쓰는 소년 이다.
미국화가 벤 샨 이1958년에  연필과 목탄으로 그린 그림이다. 
그는  리투아니아 출신의 이민 1.5세대로  석판화 공방의 일꾼으로 일 하면서 그림을 그리게 된다.
한 때 파리로 건너가 인상파화가들이나 입체파 화가들의 영향을 받기도 했으나,
곧 미국으로 다시 돌아와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가 자신의 그림에서 원한것 은 정직과 진실.
게다가 불어닥친 경제공황은 그의 그림에 삶의 현장을 들여다보았을 때 느끼게 되는 고통스러운 슬픔을 깃들이게 한다.

위의 그림을 보면 막 글을 배우기 시작하는 소년의 진지함이 보인다.
연필을 꼭 쥔 손이나, 앙 다문 입술이 그의 의지를 보여주고, 눈은 기쁨에 빛난다. 
뒤의 배경으로  보아 이 소년 역시 부유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는 소년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배우는 저 글로 저 소년의 미래는 좀 더 나아질 지도 모른다. 
소년의 모습에서 그런 희망이 보인다.
 
좋은 그림 한 장은 두꺼운 책 한 권보다. 기나긴 연설보다도 강한 감동과 많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아름다운 그림이다.


근데...
방학이라 그런지 유치원인지 학원인지에서 엄청나게 많은 어린이들이 단체로 왔다. 
선생들은 그 열살도 안 되어 보이는 어린이들에게 사실주의니, 입체주의니를 설파하고 계시었고,
그 엄청난 목청에 내  정신은 혼미해 졌으며, 
어린이들은 미리 받은  자료에 그림의 제목과 설명을 베껴 쓰느라  정신이 없다.
그것을 안 하는 나머지 어린이들은 핸드폰으로 오락을 하며 건성으로 뒤를 따라다니고 있는데, 
유명한 그림들 앞에는 당연히 그런 그룹들이 떼지어 서 있고 좀처럼 비켜주지도 않는다.
이... 뭐하는 짓 인지....
나도 비싼 돈 내고 들어왔는데, ㅠ.ㅠ
보기 힘들었다. 

그래도 어린이들이 그런 그림을 보는것이 백만 번 좋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좀... 방법이 없을꺼나????
미술관 측에서 인원을 제한하는 방법이 있을듯도 한데 말이다. 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