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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읽고/책,그림,소리,

조용한 르동씨

색채의 마법사라하면 보통 샤갈을 말하고 특히 그가 만들어내는 파란색의 아름다움을 찬양하지만,
내게는 다른 마법사가 하나 더 있으니,
그의 이름은 오딜론 르동.

                                           베를린에 있는 아폴로의 전차, 유리에 반사가 좀 심해 옆에서 찍느라 찌그러졌다.. 그래도.. ^^;;

초기에는 
검은색이야 말로 모든색의 근본이라며 주로 흑백으로 
상상과 환상속의 존재들을 그린 그림이 많은데,
50이 넘어서는  갑자기 그동안 못 쓴 색들이 그 안에서 폭발이라도 한듯
아름다운 색을 쏟아낸다.

그 중에  그가 쓰는 파란색의 아름다움과 다양함은
하나의 화면에서도 너무나 다채로와서,
들여다 보고 있으면 풍덩풍덩 내게도  물이 들어버릴것 같다.

그가 즐겨그린 소재는 환상의 존재, 신화속의 이야기 들이었는데,
아폴로의 불의 전차를 그린 그림은 내가 아는 것만 열 개가넘는다.
전차 그림에는 가끔 아폴로의 불행한 아들 파에톤이 등장하기도 하고,
조연들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바뀌기도 하지만,
그가 표현하는 하늘의 푸른색과
불의 전차의 노랗고 붉은 색의 대비는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반젤리스가 작곡한 영화 "불의 전차" (Chariot of Fire) 주제곡이 마구 들린다.


은근히 팬이 많은 오딜론 르동은
무척 내성적이었고, 동양의 사상에도 무척 관심이많아
말년에는 부처를 주제로 한 그림도 많이 그렸다.
당시의 유행인 인상주의가  빛의 변화에 따른  사물 외부의 색의 변화를 탐구했다면,
그는 인간과 사물의 내부와 정신세계를 탐구하는 상징주의와 초현실 주의를 선구한 인물이라  한다는데...

뭐 이런거 저런거 다 떠나서
그의 그림은 아름답다. 
그래서 보고있으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