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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읽고/드라마,영화

할머니들의 힘 , 무솔리니와 차 한잔.


프랑코 제피렐리는 이태리 인이면서도 영국인과 그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
세익스피어의 많은 작품을 영화화하기도 하고, 영국인에 대한 많은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그 중 제일유명한 것이 영원한 줄리엣 올리비아 핫세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일텐데,
그는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여왕에게서 기사작위도 받았다고 한다.

지금도 그렇다고 하지만 19세기, 20세기 초,영국인들의 이탈리아 사랑은 원체 각별해서,
좀 있는집 자제들은 절대절대 이탈리아 여행을 해야했고,
늙어서는 아예 여생을 그곳에서도 보내기도 하는등,
마치 차이나타운 같은  영국인들의 코뮤니티가 대단히 발달해 있었다고 한다.
"전망좋은 방"역시 그러한  영국인들의 이태리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예이다.

여튼 그러한 사랑이 열심히 꽃 피운 곳은  역시 피렌체 이겠다.
이 영화는  무솔리니가 파시스트 집권시작 무렵에 시작되어 전쟁이 끝날 때 까지의 피렌체를 무대로
이태리 사람들로부터 "전갈들"이라는 비아냥을 받는 영국인들 ( 대부분이 할머니다) 과,
돈많고 문화를 사랑하는 미국여인들, 그리고 죽어버린 그녀들의 친구의 아들인 어린 이태리 소년이
사랑과 관용을  베풀고, 서로 자존심을 잃지 않도록 도우며,서로에게 가르침을 주는 이야기 이다.
이태리는 독일, 일본과 동맹을 맺고 전쟁을 한 만큼 이태리의 영국인들과 미국인들이 전쟁중에 사는 것이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아나 다름없는 불쌍한 소년 루카에게 물질적으로는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영국인 할머니들이
있는 힘을 다해 그녀들의 문화적인, 정신적인 소양을 가르친다거나,
돈많은 미국여인 엘자가  먼저 산지미냐노에 격리되어 어려움에 처한 영국인들을 우아하게 돕는 장면들은 아름답다.


유태인 미국여인 엘자역은 세어가 연기했는데,
나는 역시 그녀의 연기하는 모습이 노래하는 모습보다는 맘에든다. ^^;;



거장 제피렐리답게  쟁쟁한 영국과 미국의 여배우들을 다 불러모아,
그녀에게 도움을 받는것도 모르면서 엘자를  경박한 미국인이라 무시하는 속물 영국 할머니역에는  메기 스미스가 열연한다.
그런 역에 그녀말고 누가 또 있겠는가..?


예술을 사랑하는 살짝 똘끼 있으신 아라벨라역은 주디 덴치.최고다.


영화 말미에 나오는 설명을 보면 이것은 거의 실화였던 모양이다.
영국인들은 20세기 초까지 우피치 미술관의 살롱에서 차를 마신 모양인데,
좀 맘에 안든다. ^^;;

어쨌든 영화는 재미있고,
왜 제목이 무솔리니와의 차 한잔 인지는
직접 확인 하시라...

1999년에 만들어진 영화지만, 잘 만든 시대극은 시간을 초월하여 보는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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