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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읽고/드라마,영화

와일드 (WILDE)

도리안 그레이 를 본 바람에 꽂혀서 묵혀놓고 보지 않았던 와일드를 보았다.
제목 그대로 오스카 와일드의  전기영화.
1997년작이다.

주드 로가 와일드의 철딱서니 없는 빈대 애인으로 나오고,
오스카 와일드 역은 스티븐 프라이가 연기한다.



시기는 1882년부터 죽기 직전까지 이고,
영화속에서 그는 명성을 얻고, 결혼하고, 동성애를 알게되어
무능한 파파보이 귀족, 보시 더글라스를 만나  돈도 명예도 다 털릴 때까지 열정적으로 사랑한다.
영화는 그가 큰 아들 시릴을 위해 쓴 "욕심많은 거인."  ( 내 기억에는 "거인과 어린이" 였던것 같은데.. )
이라는 동화의 나레이션과 그의 현실이 맞물려 전개되고,
사랑에 빠져 어쩔줄 몰라하는 와일드의 모습과,
보시의 이기적인 사랑,
그리고 그의 첫번째 동성애인 로비 로스의 조용하고 헌신적인 사랑이 펼쳐진다. 


불행한 와일드 부인역으로는  BBC판 오만과 편견에서 열연했던 제니퍼 얼 이
그의 어머니역에는 영국의 대 배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출연한다.

지난번 도리안 그레이의 포스팅에서 살짝 언급했듯이,
오스카 와일드는 동성애죄, 음란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한 후 영국에서 추방되었고
파리에서 보시와 잠시 살기도 했으나 이기적인 그는 역시 와일드를 떠나버린다.
가난하고 몰락한 와일드를 보살피고 그의 장례를 치루어주고,
그의 작품을 간수하여 전해지게 한 것은 첫 애인 로비 로스.
그는 오스카의 미망인과 아들들을 보살피기도 하는데,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는 장면이다.

도리안 그레이는 그런 오스카와 보시의 모습이 섞여있는 존재이다.
또한 헨리경 역시 보시와 오스카가 섞여 있는 인간으로
그 둘의 차이는 지켜야 할 것과 욕망 사이에서 어떤 것을 먼저 드러내고
어떤 것을 감추는지의 차이에 달려있는듯 하다. 
보시의 젊음을 보고 그것을 자신만의 것으로 소유하고 싶어하는 와일드의 욕망은
헨리와 바실의 도리안을 향한 욕구와 다름없고,
원하는 것을 감추고 드러내지 못할 때의 비겁과 불만을 감춘, 도리안을 유혹하고 파괴하는 헨리 경의 악마적인 궤변같이
와일드를 보면서 질투하는 재능없는 보시는 그 재능이 망가질 때까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를 괴롭힌다. 
이런 보시의 행동에서 그리고  자신의 욕망에 눈이 멀어 자신의 가족과 책임을 멀리한 와일드에게서
도리안의 세상을 향한 거만과 천진한 잔인함을 볼 수 있다.

영화는 잘 만들어져있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특히 머리숱이 아직  많은 주드 로의 애교스런 모습이나 앙탈 부리는 모습은 끝내준다. ^^;;



단지 와일드역을 맡은 스티븐 프라이가 한 번씩 너무 바보같은표정을 보이는 데다가 덩치가 너무 크셔서.. 좀 부담스럽다.
아주 예전에  케네스 브레넌이 감독한 "피터의 친구들"이란 영화에서 처음 보았는데 (그러고 보니 거기서도 게이역을... ), 
정말 순딩이 같이 생기셔서,
당대의 꽃미남이자 스캔들 메이커인 와일드를 연기하는것은 초오큼....  무리가 아니었나 싶지만...
뭐 와일드도 덩치가 컸다고 하고, 그는 이 역으로 상도 받았으니 입 다물란다.



여담으로  어메리카로 건너가 닥터 하우스로  활약중이신 휴 로리 님과는 절친이라는데,
흠...
그들이 대화하는 장면을 한 번 보고싶다.

아. 여담 두번째로 이 영화에는 젊은 올랜도 블룸이 초 단역인 거리의 소년역으로 잠깐 나온다.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