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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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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한국에서는 아직도 좀 더웠는데, 독일에 오니 훌쩍 춥다. 아직 난방 나올 시기는 아니고, 밤에는 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진다. 예상했던대로 집은 먼지 구덩이이고, 돌쇠는 눈에 보이는 곳만 살짝 치워놓는 척만 한 데다가, 그놈의 버릇은 뭐 못준다고, 바빠서 돌아가실것같다고 난리쳐놓고는 방문짝을 다 떼서 새로 칠했다. 근데 돌쇠의 문제는 늘 끝마무리라.. 정신차리고 집을 둘러보니, 칠하다가 페인트를 밟고선 돌아다닌 모양이다. 집 마룻바닥에 페인트얼룩이 수두룩이다. 나중에 원상복구하려했다는데, 문제는 그 나중이 오지 않는다는데 있다. 왠만하면 이번에는 조용히 넘어가려 했으나, 돌쇠는 결국 나의 지X 장풍을 제대로 맞았다.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내다 버리고, 무시무시한 두께의 먼지들을 털어내고, 가공할 만한 ..
베를린의 벼룩시장 어쩌다보니 자꾸만 일주일 전에 했던 일들을 포스팅하게 됩니다. ^^;; 지난 주 부활절 연휴에 지루함에 몸서리를 치다가 비실비실 나간 곳이 바로 벼룩시장. 사실 독일의 휴일은 주민들에게는 정말로 휴일이어서 쉬는 것 말고는 별로 할 일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저같이 반 백수는 가게들 마저 다 문닫고, 헬스장도 갈수 없는 휴일이 며칠씩 이어지면 지루합니다. 사실 지나치게 지루해 하는데는 어려서 부터 방학이나 휴일을 싫어한 저의 요상한 성격도 한 몫을 하긴 합니다. ㅎㅎ 예전에는 한국에서 유럽의 벼룩시장이 이상하게 선망의 대상.. 비슷한 것이어서, 제법 괜찮은 빈티지 물건이나, 재수 좋으면 엄청난 골동품을 횡재할 수 도 있다는 전설이 심심찮게 들렸습니다만, 베를린 같은 대도시의 주말 벼룩시장은 장사꾼들이 판을..
베를린의 낙서 며칠 전 볼 일이 있어 나갔던 곳. 처음 가보는 전철역에서 계단을 내려와 고개를 드니 바로 맞은편 벽에 이런 그림이 있었다. 모든 예술가들이 그렇지만, 특히나 그래피티 예술가들이 원하는 바는 자신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베를린은 건물구조의 특성과 2차대전의 폭격 등의 이유로 이상하리만치 어마어마한 담벼락들이 많은 도시인데, 한국 같으면 아마도 간판으로 빽빽하겠지만, 햇빛 좋은날 쳐다보면 한 번씩 정신이 멍...해진다. 덕분에 그래피티의 양도 많고 그러다보니 그 중에는 이런 좋은 그림도 있어. 한 번씩 즐거움을 준다. 아마도 이것은 이 담벼락의 주인인 호텔의 의뢰로 그려졌으리라 추측하는데, 아니면 이 그림이 훌륭해서 나중에 들어온 호텔이 그냥 뒀거나...^^ 베를린의 명소들과 다른 요소들을 잘 어..
정신없어... 1. 3월 들어서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것 같다. 친척뻘 되는 아이 하나가 축농증인줄 알고 병원에 갔더니, 말도 안되는 희귀한 병에 걸려있더란다. 애가 셋이나 있는 젊은 아이인데, 한국에서는 수술도 어려워. (병도 희귀한 병인데다가, 수술경험이 있는 의사도 현장에 없다고 한다.) 미국이야, 독일이야 병원을 알아본다고 오만 난리 다치고, 미국으로 갔다. 수술을 하고, 회복에 방사선 치료까지, 엄마를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그 집의 세 아이를 생각하면 맘이 안 좋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오늘이 수술이었는데, 잘 되었기를 바랄뿐이다. 2. 그렇게 정신없는 와중에 일본에 지진이 났다. 아침에 눈뜨자 마자 본 뉴스에서 그 소식을 듣고 위치가 후쿠시마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 마음이 두근두근했다. 일본엔 일제시절..
영화, 피나 PINA. 살다보면 천재 라는 사람들을 보게된다. 3살짜리가 몇 개 국어 하고, 피아노 화르륵 쳐 대는 그런것 말고, 자신의 재능으로 다른 이들이 볼 수 없는 세상을 보여주고 느낄수 없는 감정을 한 방에 팟! 하고 알려주는 힘이있는그런 사람들 말인데, 피나 바우쉬 (Pina Bausch)도 그런 분들 중에 한 명이시겠다. 독일 출신의 무용가겸, 안무가...연출가...??? 이신데, 그녀로 인해 현대 무용의 역사가 새로 쓰여 졌다고 해도 그다지 뻥은 아니지 싶다. 그녀의 작품들은 무용이자 연극이고, 삶이고, 철학이다. 근데 이 분이 재작년에 돌아가셨다. 한국에도 공연을 제법 오셨다. 사실 그 분이 살아 있을 때는 그분의 공연을 실제로 볼 기회가 이상하게 없었는데, 돌아가셨다니 좀 심하게 많이 아쉬워서, 어이가 없긴 ..
R. Polidori + N, Kander 전 언젠가 소개한 적이 있는 베를린의 갤러리 CAMERA WORK에 다녀왔다. . 사진 작품만 전시하는 갤러리인데, 세계적인 수준이다. 문제는 이 곳이 집앞에 있다보니, 좋은 전시를 하면 늘 "아. 가서 봐야지" 하다가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인데, 이번에는 그럴수가 없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 두 명의 전시를 동시에 한다. 지난 번에 이 갤러리를 소개하며 포스팅한 작가 Nadav Kander 와 내가 많이 좋아하는 사진작가 Robert Polidori 의 전시이다. Nadav Kander는 지난 번에도 포스팅 하였으니, 소개는 생략한다. 그는 인물사진으로 유명한 작가인데, 이번에 보여진 작업들은 중국의 양쯔강 근방의 풍경들이다. 양쯔강 연작들은 미친듯이 개발중인 강 주변의 풍경과 사람들이 소재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설날을 독일 온지 얼마나 됬다고 또 싸돌아다니냐고 한다면 할말 없지만, 돌아오니 춥고 심심하고 돌쇠는 눈돌아가게 바뻐 꼴보기도 힘드니, 또 어디론가 갈까 하는 맘이 뭉글뭉글 솟아오른다. 요 동네만 와도 산 비슷한것들이 있어 맘이 좀 편하다. 그럴때 제일 만만한 것이 프랑크푸르트 근교에 사는 선배. 작년에 다녀오면서 포스팅 한 번 했지만, 고등학교 대학교 선배에 베를린에서 같이 공부했으니, 질긴인연이다. 돌쇠와 둘이 똘랑 일 하면서 사는 내게, 내 또래의 가정이란, 가족이란 무엇인지 넘넘 잘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내 독일 친정이라 할 수 있겠다. 마침 뱅기표도 싼넘이 떴다. 작년에 부산스러웠던 관계로 일년만에 선물 싸들고 가보니, 애들은 훌쩍 크고, 언니랑 형부는 그대로다. ^^ 맨날맨날 삼시세끼 다 얻..
베를린의 쉴러 테아터 Schillertheater, 국립오페라 2011년 1월이 휙 하고 다 갔슴다. 사실 한국에 있던 전반부 15일은 긴 한국생활 정리하느라. 정신없이 바쁘고 술도 많이 먹어 허우적이었는데, 독일에 돌아오는 그 순간 부터는 마치 진공상태에 슥 하고 들어온 것 처럼 조용합니다. 저 쪽의 포스터는 슈트라우스의 박쥐. 아쉽게도 이번 시즌에는 놓쳤습니다. ㅜ.ㅠ 16일에 돌아와 17일 하루 해가 나더니 매일매일 흐리고 비가 오는데, 그래도 첫번째 일요일에는 우리 동네로 이사온 베를린 국립 오페라에 가서 막달레나 코세나( Magdalena Kožená) 와 다니엘 바렌보임의 공연을 보았습니다. 23일에 봤는데, 포스팅은 지금.. ㅎ Barenboim Zyklus의 프로그램이 붙어있습니다. ^^ Barenboim Zyklus 라고 한 5년 전 서부터 바렌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