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고,듣고,읽고

(104)
인스턴트 늪 감독인 미키 사토시는, 일상의 소소함이나 흔히 볼 수 있지만 왠지 아는척 하기 부끄러운 뻘쭘함,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있는대로 끌어모아. 그 진실들이 한데 모임으로써 증폭되어 엄청난 황당함을 가지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 황당함으로 웃음이 나지만 그것은 얼마든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황당함이라 그냥 웃기만 하고 끝이 나지는 않는다. 전작인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나 " 텐텐" ,그리고 드라마 "시효경찰" 시리즈를보면 그것을 느낄 수 있다. 그가 만들어 내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무엇인가가 살짝 부족하고, 그것을 느끼기는 하지만 별로 그것에 연연하지 않고 대충 잘 살아가는 사람들 인데,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 은근하게 마음을 열고 서로를 생각하게 되는 "텐텐"은 스토리나..
화성탐사로봇 생존기 말 그대로 나사에서 화성에 보낸 두대의 탐사로봇에 관한 다큐멘타리 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과학자들과의 인터뷰, 로봇들이 보내준 사진, 그리고 화성 전문 애니메이션 작가 댄 마스 (Dan Maas)와 팀을 이뤄 만들어낸 필름으로 에미 상을 받았다. Spirit과 Opportunity가 화성에 간 것은 2004년. 과학자들은 그들의 생존기간이 길어야 90일, 6개월 정도라 생각했다. 그러나 90일이라는 시간은 거의 5년이라는 시간이 되었고 물이 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한 단기탐사임무는 그들의 끝없는 여행이 되었다. 월래스와 그로밋이 달에가서 만난 외로운 오븐처럼, 그들은 여섯개의 바퀴로 화성의 이곳 저곳을 다니며 폭풍을 만나고, 모래사막에 갖히고 바퀴가 고장이 나기도 하는등 온갖 고난을 다 당하면서 그들..
할머니들의 힘 , 무솔리니와 차 한잔. 프랑코 제피렐리는 이태리 인이면서도 영국인과 그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 세익스피어의 많은 작품을 영화화하기도 하고, 영국인에 대한 많은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그 중 제일유명한 것이 영원한 줄리엣 올리비아 핫세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일텐데, 그는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여왕에게서 기사작위도 받았다고 한다. 지금도 그렇다고 하지만 19세기, 20세기 초,영국인들의 이탈리아 사랑은 원체 각별해서, 좀 있는집 자제들은 절대절대 이탈리아 여행을 해야했고, 늙어서는 아예 여생을 그곳에서도 보내기도 하는등, 마치 차이나타운 같은 영국인들의 코뮤니티가 대단히 발달해 있었다고 한다. "전망좋은 방"역시 그러한 영국인들의 이태리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예이다. 여튼 그러한 사랑이 열심히 꽃 피운 곳은 역시 피렌체 이겠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예전에 무슨 다른 일로 이 책의 서문을 읽은 적은 있지만. 책은 읽지 않았다. 그래도 영화가 나왔다고 하니 고전 베이스의 시대극, 사극은 일단 보고 보는 나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내용은 촌에서 올라온 아름다운 순진청년이, 비겁하고 못되먹은 도시사람에게 꼬여, 엄청난 난봉꾼이 되는데, 이 청년의 비밀이 바로 그의 아름다움을 경탄하던 화가가 그려준 초상화라... 초상화는 곧 도리안의 영혼으로 그가 타락하고 망가지고 나이를 먹으면, 초상화가 추하게 변해가고 정작 그 자신은 외면의 아름다움을 계속 가지게 된다. 근데.. 그게 좋겠냐고... 벰파이어 하고도 비슷하다. 앤 라이스의 벰파이어와의 인터뷰를 보면, 그들이 몇백년씩 아름다움을 유지하며 사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글을 읽을때의 느낌은 지루해서 어떻게..
요요마, Vivaldi's Cello. 세상에는 많은 음악가가 있고 많은 첼리스트가 있지만, 제일 좋은 음악가를 꼽으라면 요요마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겠다. 그의 우아한 연주를 좋아한다. 요요마에 대해서는, 워낙 정보도 많고 유명하니 접어두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의 앨범 비발디의 첼로에 대해서이다. 비발디의 음악은 사계 정도가 유명하겠지만 그는 엄청나게 많은 음악을 작곡했고 그 속도 또한 빨라서 그가 살았던 당시 세간에서는 그는 자기 음악을 자기가 표절한다는 소문도 있었다고 한다. 협주곡만 500곡이 넘게 작곡을 하였으니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그렇듯이 그의 음악의 세계는 정말로 넓고 깊은데다가. 바흐보다는 조금 더 부드럽고 대중적인 멜로디로 친근함을 느낄수도 있다. 요요마의 바흐 앨범들도 명반이긴 하지만 음악을 듣는 즐거움은 이 비발디 ..
글을 읽는 즐거움, 카잔차키스,일본 중국여행. 글을 읽다 보면 그 글을 쓴 사람이 보이는 경우가많은데, 그것은 소설보다는 에세이나 여행기에서 더욱 그러하다. 하여 소설을 보고 관심이 가는 작가는 될 수있는대로 그의 다른 글 들을 구해보곤 하는데, 카잔차키스는 조금 경우가 다르다. 보통 유명한 그의 책인 그리스 인 조르바는 조르바라는 사람 자체에 별로 공감할 수가 없어 읽기가 불편했고 결국 다 읽지 못했다. 아마 그 책을 향한 모든 이의 열광에 엇나가고 싶은 맘이있었을지도.. 그러다 보니 그의 다른 책들도 일단 뒷전으로 미루어놓았는데, 이번 여행기를 읽다보니, 카잔차키스의 위대함이 마음으로 들어왔다. 책은 1935년 일본과 중국을 여행하고 쓴 글과, 그 20년후 다시한 번 동유럽과 러시아를 거쳐 중국, 홍콩 ,일본을 여행할 때 적은 그의 메모에 그의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를 읽었다. 서울에서는 전철을 타는 시간이 제법 길고 전철 안에서 티비나 영화를 보는것은 왠지 내키지 않아 항상 책을 가지고 다니는 편인데, 내릴 역을 신경써야 하니 집중이 필요한 책은 좀 힘들다. 얼마전 친구가 빌려줘 읽게 되었는데, 영화를 제법 재미있게 본 터라 조금 기대를 하기는 했다. 보통 책을 영화로 만들경우 책이 훨씬 재미있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랬는데, 이거... 증말 재미없다. 영화로 각색한 각본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영화에서는 미란다가 하이패션을 우습게 보는 안드리아에게 파란색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하이패션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해 준다. 몇마디 안되는 이야기로 그녀가 모르는 세계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설파함으로써 그녀가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
일드 무리한 연애 연말 연초, 한 해를 마감하는 방법으로 선택된 드라마 몰아보기로 무엇을 볼까 고민하다 고른것이 무리한 연애 인데... 마치 결혼 못하는 남자가 한 20년 지나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겉으로 보이는 내용은 60먹은 할아버지가 딸 뻘의 여성을 만나 반하고 그녀의 사랑을 얻기위해 노력하는 이야기.. 정도라 볼 수 있는데, 작년 봄에 방영될 땐 이런 시놉이 맘에 들지 않아 나츠카와 유이 상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패스했었다. 근데, 이거... 재미나다. 등장인물들은 다 예술가 들로 예전에 록 밴드로 전성기를 누렸던 성공한 음악 프로듀서 단카이 세대 할아버지 . 배우를 꿈꿨지만 잘 되지 않아 티비의 재연배우로 만족해야 하는 35세의 주인공 여성, 그리고 그녀의 남친인,착하고 잘 생기긴 했지만, 자신의 ..